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13일 오후 "대통령 비서실이 청와대를 나간 후 곧바로 취업할 곳이 없는 일부 비서관들에게 대기발령 등의 제도를 통해 구직 때까지 몰래 월급을 챙겨준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비서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면서 "국장급 이상 비서관 가운데 면직일과 퇴직일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20명"이라며 "이들이 일하지도 않으면서 일한 것처럼 위장한 날은 최소 11일에서 최대 114일이다. 누계로 따지면 1111일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 퇴직 비서관은 "대기발령 제도는 청와대를 나간 뒤 바로 취업할 곳이 없는 비서관들에 대한 일종의 배려"라며 "대기발령 기간에는 기본급만 지급됐다"고 증언했다.
김 의원은 "홍보수석실의 조 모 전 비서관은 지난 2003년 3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만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음 해 3월까지 특별한 보직 없이 비서관 신분을 유지했다"며 "특히 조 전 비서관이 한 정부투자기관의 감사에 내정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시점은 그가 청와대를 정식으로 퇴직한 3월 8일"이라고 밝혔다.
현재 광업진흥공사 감사로 재직 중인 양 모 전 비서관은 2003년 12월 인사로 물러났지만 퇴직 처리는 다음 해 3월 이뤄졌다.
청와대 행정관들이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는 날에 맞춰 이들을 퇴직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총부비서실의 홍 모 전 행정관은 2004년 7월 퇴직해 같은 날 한국환경자원공사 감사로 취업했다. 정 모 전 행정관도 2005년 4월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퇴직한 날 다른 자리로 취임했고, 조 모 전 행정관도 청와대를 퇴직한 날 증권선물거래소로 자리를 옮겼다.
"'왕의 남녀들'에 대한 특혜"
김 의원은 "이 퇴직자들이 면직일부터 퇴직일까지 지급받은 월급 액수를 국정감사자료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며 "비서관들이 청와대를 나간 뒤 상당 기간 퇴직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왕의 남녀들'에 대한 특혜로 판단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대통령 비서실에는 퇴직대기나 무보직자, 대기발령, 직위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 퇴직 전에 업무 인수인계도 해야 하고, 절차를 밟는 기간이 길어져 면직일과 퇴직일이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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