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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 조종 매뉴얼 : 홉스의 <리바이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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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 조종 매뉴얼 : 홉스의 <리바이어던>

[우리 눈으로 본 서양근대철학사]<5> 기계론의 정치학

홉스가 되묻는다, 오늘날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한국철학사상연구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한 주례강좌 <우리 눈으로 본 서양근대철학사>는 이제 중반부에 접어들었고, 수강생들도 서로 얼굴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제5강은 이번 강사진 중 가장 젊고, '핫한' 감각을 지닌 한길석 군산대 외래교수의 진행으로 홉스(Thomas Hobbes, 1588~1679)의 『리바이어던』에 대해 살펴봤다. 그는 '리바이어던의 세계상'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드라마, 애니메이션, TV광고 등을 활용해 수강생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홉스는 사회계약론을 언급할 때 맨 처음 등장하는 철학자이지만 한국에서 그 자체로 진지하게 연구되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홉스는 순자의 성악설에 비견될 만한 인성론을 전개한 서양의 철학자로 오해 받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날 다시 홉스를 읽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근대 자유주의 국가의 탄생은 이렇다'라는 홉스의 주장, 아니 믿음은 다시 이렇게 되묻고 있는 것 같다. 오늘날 우리에게 '국가'란, 그 '상징권력'의 힘이란, 공권력의 이름으로 독점되는 '폭력'이란, 국가가 호위하는 '자본의 운동'이란, 대체 무엇인가?

리바이어던이라는 괴수 로봇에 권리를 위임하라

홉스가 구약성서 속의 바다 괴물인 '리바이어던'을 국가에 비유한 이 책의 원제는 『리바이어던, 혹은 교회 및 세속적 공동체의 질료와 형상 및 권력(Leviathan, or The Matter, Forme and Power of a Common-Wealth Ecclesiastical and Civil, 1651)』이다. 이 책은 인간, 국가, 기독교 국가, 어둠의 나라의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홉스는 세속 공동체의 최고 형태인 국가를 '코먼웰스(commonwealth)'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civitas나 state가 아니라 "자기보존과 권리보호를 위한 복지공동체"로서의 이러한 국가 개념은, '부(富, wealth)'를 지속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전공동체 시스템을 넘어서서 이미 자동축적의 단계인 '자본'의 형태와 그것의 한 극단인 전체주의를 예감하고 있다.

홉스가 "인간이 국가를 필요로 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가상으로 설정한"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한정된 재화를 가지기 위해 서로를 '적'으로 간주한다. 홉스는 이러한 상태에 대해 "인간은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쟁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 전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이라고 말한다. 이제 홉스는 자연법에 따라 '사회계약론'을 구성한다. 가혹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합리적인 인간들은 "자기보존의 욕구를 평화롭게 성취하기 위한 평화를 추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는 계약을 맺게 되고, 계약을 맺은 다음에는 그것을 준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이익이 보존되기 위해 맺은 사회계약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힘을 지닌 기구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복지공동체(Commonwealth)로서의 국가"인 것이다.
▲ 리바이어던

'인간은 자기가 만든 것만 잘 알 수 있다'는 경험론자 홉스의 신념과 오직 '실용'을 위한 사고실험으로 만들어진 이러한 '인공적 신', '지상의 신'인 '리바이어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정한 출력이 나올 수 있어야 하는" 메카니즘이다. 이러한 기계론에 근거하여 탄생한 홉스의 '리바이어던'이라는 국가 체제를 한길석 교수는 "기계 괴수"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홉스가 구상한 근대 국가의 계약 모델과 부르주아 시민계급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이 담긴 이 책은 곧, "괴수 조종 매뉴얼"이 된다.

『리바이어던』초판 표지에 실린 그림을 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자이크처럼 결집해서 거대한 지배자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국가가 구현된다면, 홉스의 바람처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 받고, 권리와 자유를 누리며 평화롭고 복된 삶을 살 수 있을까. 아니면 폭군 아래에서 사는 것보다 더 억압적이고 부자유스럽지만, 그것을 잘 인식하지도 못한 체, 우리를 현혹시키는 '새로운 상품을 소비하는 쾌락'에 하루의 피로를 잊으며 살게 될까. 그 결과가 그 양자 사이에 어디쯤 있는지는 지난 수백 년의 인류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홉스의 두 얼굴 사이에 숨은 함정

홉스는 식민지 개척으로 인해 금이 대량으로 유입된 대항해시대 이후 영국에서 절대왕권과 의회가 격렬히 충돌하던 혼란기를 살았다. 왕의 암살, 처형, 내전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이 시기에 홉스는 평화와 안정을 희구하며 자신의 정치 이론을 제시했다. 크롬웰의 공화정을 피해 망명지에서 완성한 『리바이어던』은 훗날 왕이 되는 찰스2세에게 바쳐졌다. 한길석 교수에 따르면 홉스는 이 책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강력한 주권자의 절대적 권력을 정당화"했지만, 찰스2세는 "군주의 절대적 권력은 오직 시민의 보호를 목표로 할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절대 왕정의 지지자'라는 측면과 더불어 홉스는 '근대 자유주의 이론의 창시자'라는 얼굴도 갖고 있다. 그는 "자기보존의 권리라는 시민의 자연권을 옹호하고 자유, 이익,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리바이어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국가, 혹은 그것의 의인화로서의 주권자(군주)의 절대적 권리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덕을 함양시키는 과정이 바로 '정치'라는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적 정치관을 던져 버린 근대는 정치와 윤리가 분리된 세계였다. 사회계약론에 기초한 근대국가도 '이익' 중심의 '인간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듀라셀 건전지 광고' 속의 귀여운 토끼들은 각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권리를 주장하지만 결국 하나의 토끼에서 분유한 똑같은 복제물들일 뿐이며, 그것들이 연합하여 만들어내는 거대한 형상도 동일자들의 합체일 뿐이다.

홉스가 설정한 개인들은 이기심을 그 핵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협력을 하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보존하기 위한 연대를 할 뿐이다. 그들은 서로를 대체할 수 있는 부속품일 뿐이며, 그들의 유일한 꿈은 스스로 '최고의 상품'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세계상 안에서는 '나와 너의 관계'가 사라지고, '나와 나의 투쟁'만이 남는다. 나 아닌 것들을 모두 '나'로 만들어 버리는 탐욕이 결국, 승리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고 하지 마라, 이익이 되는 것이 곧 옳은 것이다.

국가가 개인의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 위험 사회가 증폭시킨 그러한 존재방식 속에서, 전체의 이익이 늘어나면 나의 이익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환상 속에서, 국익이 나와 너를 포함하는 우리 모두의 이익이라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결국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데 불행하게도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인민의 '저항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홉스의 바람과 상상으로 만들어진 '리바이어던' 모델은 오늘날의 근대 세계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지만, 이제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그 '이념' 속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이 마치 실제적이고 필연적인 힘을 갖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홉스의 국가 모델과 '기계의 정치'를 넘어 '인간의 정치'로

한길석 교수는 "이러한 홉스의 국가 모델을 가장 극단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바로 20세기 전반의 '제국주의-전쟁-전체주의-전쟁'으로 이어지는 근대 최대의 절정 또는 최악으로서의 파국"이었다고 말한다. 한나 아렌트가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홉스식 모델을 비판했듯이, "자본 축적의 무제한적 과정은, 증가하는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무제한적 [강제] 권력을 가진 정치 구조"를 요청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리바이어던』출간 3세기가 되기도 전에 실현된 전체주의 정부라는 것이다.

그 근대 국가 모델의 '조종 매뉴얼'은 자본 혹은 자본의 변호인으로서 국가에 의한 모든 것의 '규격화'와 '상품화'로 요약된다. 그 존재양식은 "인간이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방식, 즉 문화적 가치처럼 상품화할 수 없는 것 까지도 모조리 상품화"한다. 그것이 "농촌, 노동자, 식민지, 인간의 일상과 욕망까지" 먹어 치우고 "잠식되지 않은 부의 신천지로 발견한 곳은 결국 인간의 문화였으며, 그것을 시장화하는 것이 인간을 최종 식민화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마침내, 그것은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것을 욕망하는 진짜 '괴물'이 되는데, 여기서 '그것(It)'은 무엇인가? '그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인지 해명하는 것이 '근대의 그늘'을 이해하고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열쇠가 될 것이다. 미래를 암울하게 그린 요즘 SF영화 속에서는 생명의 약동성, 자유의지, 기억, 의식, 양심, 시간 등 인간에게 휴머니티를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그 어떤 것도 이제 남아 있지 않다.

한길석 교수는 "권리 보호 기계"로서의 홉스의 국가관은 결국 "'너' 없는 정치의 파국"을 몰고 왔다고 말한다. 동일자로서의 '나'와 다른 모든 타자로서의 '너'를 인정하지 않는 '단수(單數)적 관점'이 이 모든 파국을 낳게 했다면, '복수(複數)적 관점'의 회복을 통해 우리는 상호이해와 인정을 가능케 하는 '상호주관성'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수강생의 질문에 대해 한 교수는 "그것은 상대를 나와 같은 욕구를 가진 사물, 자신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수단"으로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하고 충돌하더라도 협의하고 양보하면 갈등 해소가 가능한 대화의 상대자"로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길석 교수는 끝으로 이러한 '기계의 정치'를 넘어, "인간다운 삶의 회복을 윙한 정치"를 벌여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가 자체를 지금 당장 없앨 수도 없습니다. 다만 국가를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보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 전체의 이름으로 대다수를 희생시키는 정치를 떨쳐내야 합니다. 새로운 정치는 당장의 이익이 덜 보이더라도 약자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덧셈만 있는 근대의 계산법'으로는 계산이 안 되는, 이익으로 환산이 안 되는 저마다의 욕망들의 충돌에 관심을 기울이는 정치여야 합니다."

* 15일에는 박영균 건국대 HK교수가 '6강 - 시민정부와 재산권 - 자유주의 정치학 : 로크 '를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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