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리 같은 큰 마을은 제주도의 특별한 곳이고, 일반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을이라는 곳은 가보면 대체로 한 5~60호 되는 곳에 노인들 혼자 살거나 둘이 사는 거고. 그래봐야 마을전체가 100명 좀 넘고 애들은 한두 명 이렇기 때문에, 그 마을이라는 공간적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마을이라는 것은 추상적 의미의 움직이는 개념이죠. 공간이 움직이고 크기도 변하는... 아까 얘기하셨듯이 마을축제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긴 한데 정말로 지금 축제라는 것을 할 수 있는 마을이라는 게 정말 제한적이라는 거죠.
예술을 통해서 마을 만들기, 살리기를 하려고 할 때 그 마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 정부의 마을사업이 한 개의 리, 또는 많이 잡으면 두 세 개의 리를 잡아서 사업을 하는 건데,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사업을 할 수가 없다. 결국엔 쓸모없는 시설들만 만들어놓고 주민들한테 고통만 주는 게 이거다 했거든요.
실제로 지금 전국이 그렇고, 그것이 왜냐하면 어떤 사업을 할 때 그 일의 목적이라는 걸 분명하게 잡지 못했다는 거죠. 그런게 고민인거죠. 저희도 마을만들기라는 말을 안 쓰고 지역이라는 말을 함축적으로 쓰고 있거든요. 그런 지역에서 문화가 중요하지만, 어떻게 접목을 시킬 것이냐가 쉽지가 않아요.
▲ 마을 안에 스스로 마을일을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왼쪽부터 조성룡, 박재동, 박진도, 이필훈, 필자, 강원재 |
지금 농촌 문제를 도시와 비교해서 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고 전혀 해결책이 나오질 않아요. 도시에서의 교육문제는 일류학교 보내기인데, 그걸 농촌에서 할 수가 없죠. 정부의 이런 불가능한 것을 원하고 있는 거죠.
지금 우리가 망하는 교육이라는 것은 애들이 잘되면 농촌을 떠나게 하는 거잖아요. 정부의 농촌개발정책은 농촌을 살리는 게 아니라 더 빨리 망하게 하는 거죠. 만약에 정말 지금 농촌 애들을 영어, 수학 잘 가르쳐서 도시 좋은 학교로 보낸다면 그 애들은 농촌에 절대 돌아오지 않아요.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도시하고 비교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정부를 비난하거나 할 때 쓸 수 있는 것이지, 사실 시골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은 도시와 비교하면서 뭔가 하려고 하면 절대 즐겁지 않고 슬퍼지기만 해요.
문화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그야말로 도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그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걸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시골에 보면 일반 노인도 있지만, 면단위로 가면 젊은 여인도 꽤 있어요. 그 여인들이 또 상당히 고급문화를 요구해요. 그러니까 이걸 너무 획일적으로 하란 얘기는 아니지만, 자긍심을 가질만한 것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죠.
전효관 : 제가 작년 몇 년 동안 전남대에 있을 때, 장학재단에서 공부방 지원 사업 하는 곳을 보러 다녔어요. 장흥, 고흥 이런 곳이요.
그런데 그런 곳에서 돈을 받으면 전부 클래식 음악을 가르치고 있어요. 강사를 못 구해요. 도시 애들은 하는데 우리는 못한다는 식인 거죠.
사실은 농촌교육이라는 것의 관점이, 삶의 현장을 본다든지, 부모가 싸우는 걸 본다든지 하는 게 굉장히 사람 성장에 좋다는 거죠. 그런 관점 전환이 되지 않으면 끊임없이 투입해도 답이 안 나올 것 같아요.
그리고 단위 문제는, 면단위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2000명인데, 그 안에서 자율적 순환구조가 나올까. 그렇다면 마을단위, 면단위를 몇 개씩 묶어서 예를 들면 만 명 정도 규모에서 이렇게 정책 사업을 안 하면 뭔가 만들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박진도 : 지금 말씀하신 것들의 해결책들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나라가 있거든요. 일본에서는 '마치쯔꾸리'라고, 그 마을의 역사나 문화를 복원해내는 것을 해서 그것이 그 사람들의 삶의 퀄리티를 높이고, 관광하자는 게 아니라 우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그 다음에 그 결과로 사람들이 많이 와서 일도 하고 돈도 벌고 하는 거죠.
그런 식으로 '마치쯔꾸리' 사업들이 성공했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마을 사람들이 백년 된 초가를 새로 얹는 이벤트를 하면 유럽에서까지 와서 구경하고.
이렇게 성공을 해서 마을가꾸기 사업하는 사람들이 보러 와서 배우고 가는데, 지금 문제는 제가 서울 사람이지만 농촌을 많이 들여다보면서, 7년 동안 농촌 조사를 다니고, 추가로 2년 동안 KBS 6시 내 고향 집짓기 프로그램, 서귀포에 3년 동안 문화 새마을 가꾸기를 했고, 그런데 많이 다니다 보니까 마을이란 게 없어요. 마을이 이미 다 붕괴되어 버렸어요.
정확히 지금 적으면 50~70가구, 많으면 한 100가구 정도 되는데, 그 가족 구성원이 아버지는 대게 도시로 나가셨고, 6,70대 할머니, 그리고 부모가 도시에서 이혼하고 맡긴, 버려진 아이들 몇몇이 우리가 마을이라고 하는 단위의 구성 멤버들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전혀 없어요. 그래서 말씀하셨듯이 어떤 식으로든지 다른 어법으로 묶어서 활동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옛날에 우리가 면이라든지 리라든지 행정구역상으로 이론적으로 나눈 것을 받아들여서 한다는 것은 안 되는 일이죠.
▲ 왼쪽부터 박진도, 이필훈 |
결국은 사람의 문제인데. 옛날에 새마을 운동이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운동이거든요, 잘먹고 잘살자는. 그런데 그때 새마을운동의 중요한 점이 뭐냐 하면 리더가 있었잖아요. 지금도 지역에 다니면서 보면 성공한 마을엔 똑똑한 귀농한 사람들이 한번 예산을 따오면 여기저기에서 지원을 많이 해요. 문광부에서 한번 따오면 지식경제부에서 컴퓨터 사라고 돈 주고 정보화사업으로 돈 주고. 똑똑한 사람이 계속 따오는 거죠. 그런데 이런 마을의 리더가 없다는 게 지금 가장 큰 문제예요.
일본 같은 경우는 어떻게 저런 사업이 성공했냐보면, 도시빈민의 삶보다 농촌의 삶의 소득이 나아질 때, 도시빈민들이 농촌으로 귀농을 해서 농촌의 젊은 리더가 될 때, 이런 사업들이 가능해지는 거죠.
제가 제주도 사업을 했었는데, 돈 내라고 하니까 싸워요. 제가 20억을 집행할 수 있는 집행권까지 있었는데, 문광부 문화원이라는 곳을 통해서 시행할 수 있는 권한까지 줬는데도, 안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문화마을 가꾸기 하는데 있어서 제주도 옛날 민가를 복원하고 거기서 사람들 민박하고 하는 게 훨씬 좋다고 해도, 마지막에 돈 쓰는 거는 결국 도로 넓혀 달라, 주차장 만들어 달라, 건물 지어 달라, 박물관 지어 달라. 몇 평 규모로 지을지 전시물을 모아보자 해보면 사실 전시할 내용도 없어요.
결국은 우리는 문화를 얘기하고 그것들이 궁극적으로 돈을 불러올 거다 해도, 그분들이 당장 원하는 게 돈이니까, 20억 투자 했으면 당장 올해 뭐가 나와야 하니까. 어떤 마을은 40억 가까이 받아서 식당도 짓고 건물들을 지어놨어요. 그리고 그 건물을 운영하는 사람은 결국 외부에서 불러오고, 그 건물 수입금의 일부는 마을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결국은 그 마을에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인재, 리더가 없다는 게 문제인 거죠.
김정헌 : 지역재단에서 소위 지역에서 일할 리더들을 교육시키는 걸 중점적으로 했다는 걸로 알고 있어요. 결국 같은 얘기일 것 같아요. 마을마다 경우가 다른데,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다보면 거기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예술과마을네트워크 까페http://cafe.naver.com/yem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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