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있었다.
갑자기 기계가 내려와 오른 손 등을 쳤다.
검지, 중지, 약지의 뿌리 뼈가 부러졌다.
철심 3개를 박고 두 달 간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난 오늘. 그가 병원으로 찾아갔다.
"선생님, 장해 판정 내려주세요."
하지만 의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실망한 기안이 나를 찾아왔다.
"장해가 왜 안 나와요?"
잠깐 기다리라고 해놓고는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P 박사님 안 계세요?"
간호원이 말했다.
"지금 수술 중이신데 왜 그러세요?"
"베트남 사람 기안에게 장해가 안 나온다고 하셨다면서요?"
"그랬죠. 박사님이! 그 정도 가지고는 장해 판정이 안 나온다고."
의사가 그렇게 말했다면 번복이 안 된다. 의사 소견으로는 장해가 될 정도의 부상이 아니란 뜻이다.
하지만 나는
"너, 장해 등급 안 나와."
하고 매몰차게 말할 수 없다. 장해 보상에 큰 희망을 걸고 온 사람이 너무나 실망할 테니까.
▲ ⓒ한윤수 |
쥐꼬리만 한 가능성이라도 찾을 양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요즘 어떻게 아파요?"
"아침에 일어나면 여기가 아파요."
그는 손등 중간을 가리킨다.
"그것뿐이에요?"
"물건을 쥘 때 힘도 없구요."
"그렇군."
문외한인 내가 봐도 장해 판정이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하지만 희망을 살리는 쪽으로 말했다.
"다섯 달 정도 더 지내보고 또 와요. 그때도 아프면."
"만일 그때도 아프면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의사 선생님에게 <다시 판정>을 내려달라고 해야지!"
<다시 판정>이라는 막연한 말 한 마디에 기안의 얼굴은 활짝 펴졌다.
앞으로 다섯 달.
장해가 되든 안 되든, 마음은 가라앉을 터.
세월이 약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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