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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이달의 꿈'과 또랑광대 정대호ㆍ정명희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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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이달의 꿈'과 또랑광대 정대호ㆍ정명희부부

[김정헌의 '예술가가 사는 마을']<6> 원주 부론면 손곡리

▲ 극단 '노뜰'이 운영하는 '후용공연예술센터'의 공연장 전경, 폐교를 활용한 공연장의 문을 열면 안과 밖 모두 무대이자 객석이 된다. 날씨 좋은 오후에 공연장 문을 활짝 열고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서 공연을 즐기는 날을 상상해보니 마치 내가 지금 그 자리에 있는 듯이 흐뭇하다.

손곡리로 가는 도중에 원주 민예총의 김기봉과 이상훈은 우리를 극단 '노뜰'로 안내했다. 노뜰, 노뜰, 노뜰이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시절에 많이 들어 본 이름이다. 이 '노뜰'은 폐교된 학교를 빌려 극장을 만들고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연극 워크숍과 교육을 위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원주 민예총 사람들 설명에 의하면 이들은 아비뇽축제, 에딘버러 축제 등 주로 외국에 더 알려져 있다고 한다.

들어오는 입구에 연극 '보이체크'의 커다란 현수막과 포스터가 이 시골 마을과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극단 사람들이 없어 밖에서만 둘러보고 가려고 하는데 이상훈이 빨간 코트의 여배우를 어디서 데려온다. 대충 수인사를 나눈 후 그녀는 우리를 극단 사무실로 안내했다. 배우 이지현씨라고 한다.

차 한 잔 마시면서 들어 보니 이 극단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꽤 받은 모양이다. 나도 위원회의 '다년간 지원사업'에서 극단 '노뜰'이 우수 극단으로 선정 된 것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지방 극단임에도 선정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노뜰'을 추천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에게 남아있다.

▲ 후용공연예술센터 내부. 각 교실들을 활용해 연극인들의 레지던시 숙소나 사무실로 사용한다고 한다. 공간을 꾸며놓은 하나하나가 멋스러워 연극인뿐만이 아니라, 미술, 음악인 등이 어울려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꽃피울 수 있는 레지던시를 꿈꿔본다.

원주 활동가들은 이지현씨를 대 여배우라고 다시 한 번 추켜세웠다. 지역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관록과 당당함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안내로 실내의 레지던시 각 방들을 구경했다. 외국에서 온 연극인들이 대체로 좋아 한다고들 했다. 마을에다가 민가를 하나 세를 얻어 거기도 주로 외국인들을 거주시키는데 외국에서 온 연극인들도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주민들도 좋아 하는 모양이다.

▲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극단 노뜰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지현씨의 말투에는 극단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넘쳤다. 왼쪽부터 이지현, 박명학, 김기봉, 필자, 이상훈
레지던시 공간 외에도 조그만 카페가 있었고 'ㄷ'자형 건물의 가운데를 마당과 개폐형 극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내공간은 교실 2개를 터서 만들어 꽤 널찍했고 마당에서 공연을 할 때에는 실내가 관객석이 되고 그 반대로도 사용한다고 했다.

이주민 여성들을 위해 그들이 직접 참여하는 연극을 만들고 있는데 도대체가 모이질 않아 연습을 할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 같이 모여야 연극이 되는데 남편과 시댁 눈치 보느라 같이 모이질 못한단다. 어려운 모양이다.
이주여성들을 위한 연극을 하기 전에 먼저 그들의 남편들을 모아서 연극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내가 말하자 다들 동의했다.
우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 '위풍당당 여배우 이지현씨'와 사진 한 장을 기념으로 남기고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 떠나기 전, 국내보다 오히려 세계에 더 유명하다는 극단 '노뜰'의 여배우 이지현씨와 단체사진. 왼쪽부터 김기봉, 필자, 이지현, 박명학, 김송희, 장윤주, 채은영

광대패 '모두골'이 만든 극단 '이달의 꿈'이 있는 손곡리는 내가 몇 년 전에 강 건너 여주의 '밀머리 미술학교'의 박찬국을 쫓아 와봤던 데다. 농협 창고를 개조해 극장으로 쓰고 있다. 도착하자 이 극단의 대표인 정명희씨가 반갑게 맞는다. 또 한명의 대표인 그녀의 남편 정대호씨는 어디 외부에 나가 저녁 자리에 합류하기로 했단다.

먼저 극장 안에 들어가 취병리 신화마을 김봉준이와 같이 만든 사회적기업 '신화마을네트워크'를 소개하는 간단한 영상 편집물을 보았다. 극장 안은 작지만 지역에 자리 잡은 극장으로서는 딱 알맞다는 느낌이다.

극장 길 건너에 있는 극단 사무실 겸 사업단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사업단장이기도 한 정명희씨가 판매용으로 담근 김장 김치를 맛배기로 좀 내오고 막걸리를 한잔 씩 곁들여 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 농협창고를 개조해 만든 예술극장 '이달의 꿈'. 외벽은 주민들과 직접 꾸몄다고 한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원주 근처에서 시작한 광대패 '모두골'이 처음에 실패한 이야기와 이 곳 부론면 손곡리로 들어오게 된 이야기, 여기 주민들과 같이 사업단에서 만든 소규모 농산 가공품들- 산머루 와인 같은 것들이 판로가 시원치 않아 사업단의 수입구조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들, 간혹 가다 남편 정대호씨가 무모하게 농사에 덤벼 실패한 이야기들. 주로 어렵고 실패한 사례들이 많았다.

남한강 옆인 이곳의 지명은 부론면 손곡리다. 손곡 이달 선생은 이 곳 지명 손곡을 호로 삼으신 모양이다. 그 자신이 서출로 서출인 '홍길동'의 저자 허균과 허난설헌을 가르쳤다고 한다. 당시(唐詩)를 잘 지어 삼당시인 중 으뜸으로 꼽히며 허균의 혁명사상과 허난설헌의 시재는 그에게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고장은 또 임경업장군이 어렸을 때 와서 살았다고 한다. 임경업은 어려서부터 무인 기질이 있어 군사놀이를 즐겼는데 하루는 그의 군영에 나오지 않은 과부의 아들을 데려다 진짜 군률에 따라 처형(일설에 의하면 실제로 죽였다고 한다)하여 그의 고향(서울 송파 문정동)에서 더는 살 수가 없어 그의 아버지가 이곳 손곡리로 데려와서 살았다고 한다.

▲ 극장 안에서 극단의 대표 정명희씨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아담하지만 마을주민들이 이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았다.
이 지역의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우리 일행 중 한명이 여기 부론면의 부론이 불온(?)으로 읽혀서 그럴 것이라고 하여 다 같이 웃었다.

우리 일행들은 문막읍에 잡아 놓은 저녁자리로 옮겼다. 또랑광대를 자처하는 정명희씨의 남편 정대호씨와 김봉준의 신화마을서부터 우리와 동행한 김기봉과 이상훈, 또 그들이 부른 원주의 문화계인사들이 두어 명 더 있었다. 좌중은 연극인들이 많기도 했지만 술이 한 순배 돌자 아연 활기를 띠고 연극판 같은 술판이 벌어졌다. 주로 이름 석자에서 따다 붙인 '이름본풀이'이가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김기봉은 봉화를 올리는 날(기봉) 자기는 봉기를 한다고 주워대고 정대호는 자기는 큰 호랑이(대호)라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며 세상을 호령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 신화마을네트워크 사업단의 사무실 안에서 조촐하게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시도한 절임배추 팔기는 잘 되지 않았다지만, 덕분에 우리는 맛있는 김치를 안주로 먹을수 있었다. 왼쪽부터 정명희, 김기봉, 박명학, 필자, 이상훈

취중에서도 <예마네>를 다들 궁금해 했다. <예마네>의 역할은 무엇이며 왜 이 마을 저 마을을 염탐(?)하고 다니는지? 하긴 그럴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라는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그 밑의 사무처장이 같이 해임되고 그 둘이 또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라는 연구소를 만들었다니? 그들의 표정엔 무슨 해괴한 일을 도모하는가 싶은 모양이다. 이 사람들도 자기네들의 '불온면(?)'에 들어오려고 그러나?

▲ 극장 건너편에 자리 잡은 '신화마을네트워크' 사무실. 안에는 그동안의 이런 저런 활동의 흔적들이 보인다. 정명희 대표는 어려움이 많았고, 앞으로도 결코 쉽지 않은 길일거라 예상하면서도 어디서 힘이 솟는지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이야기한다.

나와 박명학 처장은 지난 번 1차로 답사한 마을들 얘기를 그들에게 들려 줬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마을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마을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또 반대로 예술가들도 마을로부터 또는 주민들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큰 기관에 있던 나와 박 전처장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원래 손곡리 신화마을 사업단의 사무장이 운영하는 펜션에서 자기로 했는데 난방이랑 준비가 안돼 할 수 없이 문막읍의 괴이한(?) 모텔에서 하루를 지낼 수밖에 없었다. 피곤했는지 잠이 달다.

(예술과마을네트워크 까페 http://cafe.naver.com/yem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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