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이 끝나갈 무렵 파리에서 휴전협상이 열렸다. 미국 대표는 넉넉잡아도 2주면 협상이 끝나겠지 생각하고 파리 시내에 있는 최고급 힐튼 호텔 객실을 2주 동안 빌렸다. 그러나 베트남 대표는 파리 교외의 채소밭이 딸린 전원주택을 2년 기한으로 임대했다.
협상에서 누가 이겼을까? 느긋이 채소 농사 지어가며 버틸 생각을 한 베트남 대표단인가? 빨리 협상을 끝내고 크리스마스 휴가를 집에서 보내려고 조바심친 미국 대표단인가?
힌트 : 협상에선 시간이 넉넉한 쪽이 이긴다.
퇴직금 차액 125만원을 안 주는 회사가 있다. 좀 질긴 회사다.
노동부에 진정했다.
노동부에 가서도 돈을 안 주면 사장님이 형사 처벌된다.
몸이 단 경리과장이 전화를 해왔다.
"퇴직금은 드리겠습니다. 다만 근로자한테 25만원 공제할 게 있는 데요 그거 빼고 드릴게요."
합당한 공제라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 내가 말했다.
"그래요? 그럼 공제내역을 보내주세요."
그러자 경리과장이 애매한 소리를 했다.
"사실 그 공제 내역을 전임자만이 아는데, 공교롭게도 전임자가 지금 없거든요."
"어디 갔는데요?"
"해외에요."
"언제 오는데요?"
"그걸 모르겠어요."
"아주 안 올 수도 있단 말인가요?"
"그렇죠. 연락이 안 되니까요."
"그럼 곤란한데요."
옥신각신하다가 3가지 안이 나왔다.
1안 : 노동자에게 125만원을 다 보내주는 안.
2안 : 노동자에게 (공제액 25만원을 빼고) 100만원만 보내주는 안
3안 : 발안센터에 125만원을 다 보내되, 노동자에겐 100만원만 주고, 발안센터가 나머지 25만원을 보관하고 있다가 전임자가 *해외에서 돌아와서 명백한 사실이 밝혀지면 그때 가서 합당한 쪽에 주는 안.
1안은 경리과장이 반대해서 안 되고 2안은 내가 반대해서 안 되었다. 결국 3안이 제일 합리적이지만 그래도 경리과장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 아무 힘이 없거든요. 사장님이 힘이 있지."
"그럼 사장님더러 결정하라고 하세요."
나는 그 정도로 하고 말았다.
나는 이 사건을 정지시키지 않고 계속 *흘러가도록 내버려둘 작정이다. 시간은 내 편이니까.
*해외에서 : 만일 전임자가 해외에서 안 돌아오면 어떡하나? 어떡하긴! 고민할 필요가 없다. 25만원을 영원히 갖고 있으면 되니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 : 진정- 노동부 조사 - 형사 기소 - 소송 - 압류 - 경매로 가는 일련의 과정이 계속 진행되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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