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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상상한 지구의 미래? 오싹하네…

세계적 현대사진가 10인의 <지구상상전> 개막, 8월 10일까지

"예술은 자연을 보존하는 방법이다" -지아코모 코스타

토네이도와 홍수, 지진과 핵참사, 사막화와 해빙... 매일같이 쏟아지는 환경 재앙에 관한 뉴스는 지구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임대료 한 푼 내지 않고 지구를 제 것처럼 쓰고 있는 인간의 미래에 대한 회의를 품게 하기에도 충분하다. 산악인 출신의 이탈리아 사진가 지아코모 코스타(Giacomo Costa)에게 사진은 그래서 지구를 보존하는 방법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본 것 같은' 사진으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어렵다면 예술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무시무시한 미래를 예견하는 수밖에.

<현대사진의 향연-지구상상전>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됐다. 이달 2일부터 8월 10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는 세계적인 현대사진작가 10인이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소재로 상상한 이채로운 사진 200여 점이 전시된다. 메시지는 하나. 자연은 더 이상 이용당하고 파괴되는 대상이 아닌 인간을 포함하는 거대한 유기적 순환과정이라는 것. 그걸 잊는 순간 머지않아 인간은 자연에 역습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는 지구(e, art, h)라는 단어을 해체해 재해석한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인 environment는 먼저 인간과 자연의 아름답고 이상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을 인터뷰하듯 특징있게 찍어낸 닉 브랜트(Nick Brand)의 흑백사진이나 숲 속에 살면서 자신의 몸을 자연 속에 배치하는 작업으로 유명한 아르노 라파엘 밍킨넨(Arno Rafael Minkkinen)의 자화상 시리즈 등이 친숙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고 있다. 특히 낙원에 사는 인간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조이스 테네슨(Joyce Tenneson)의 사진은 놓치기 힘든 볼거리다.

▲ 닉 브란트는 아프리카 동물의 감정을 찍는 사진가다. 사자를 찍을 때도 망원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근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아름답고 황홀하게 묘사된 그 풍경 뒤에는 조금씩 사라져가는 동물들의 슬픔을 담고 있다. Elephant with Exploding Dust, Amboseli, 2004 ⓒNick Brand
▲ 조이스 테네슨의 사진은 인간과 꽃과 동물을 가장 이상적인 관계로 묘사한다. 에덴동산이 있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사진들은 외형 이면의 영성과 관능미를 중심으로 한다. Dasha, 1998 ⓒJoyce Tenneson

▲ 루드 반 엠펠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색채를 찾아 조합하는 형식으로 작업한다. World 3, 2005 ⓒRuud van Empel
▲ 아르노 라파엘 밍킹넨은 오랫동안 숲 속에 살며 자신의 몸을 자연의 일부처럼 그려내는 사진을 찍어 왔다. 그의 메시지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다. Fosters Pond Millennium, Fosters Pond, 2000 ⓒArno Rafael Minkkinen

두 번째 섹션 art는 자연에 역습당한 인간을 생태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이미지로 그려낸 작품들로 흥미진진하다.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보다 압도적인 실재감을 보여주는 지아코모 코스타의 사진들은 인간에게 받은 상처를 되돌려주는 지구의 무서운 얼굴을 디지털 사진으로 표현했다. 그가 그린 미래 도시는 기술 발전을 맹종하고 자연파괴와 무분별한 개발을 고집하던 인간이 결국 물의 재앙으로 죽어버린 '비밀의 정원'에 갇히게 된다는 설정이다. 마치 만화 속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눈 앞에 생생하게 드러나는 이미지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영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존 고토(John Goto)는 최근 유럽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홍수를 '플러드스케이프(floodscape)'라는 연작사진으로 구성했다. 강으로 여행을 떠난 젊은이들이 쾌락적인 삶에 빠져 주변을 모두 침수시키고도 삶을 위협할 정도로 불어난 강물을 눈치채지 못한다. 위기에 처한 이들은 신비로운 섬에서 미래의 아이들로부터 환경을 바꿀 지식을 얻는다. 결국 파도, 바람, 태양력 등의 친환경적 해결책을 사용하기 시작한다는 구성이다. 난파선 위 생존자의 두려움과 간절함을 강렬한 컬러와 웅장한 스케일로 표현한 사진들은 동화와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지아코모 코스타는 자연에 역습당한 미래의 도시를 실재감 있게 그려낸다. 자연자원의 남용으로 황폐해 진 미래 세계에 대한 보고서로 화려한 현대사진의 기법을 모두 동원했다. Plant, n.5, 2011 ⓒGiacomo Costa
▲ 이탈리아 플로랜스 출신의 산악인이었던 지아코모 코스타는 알프스의 대자연에서 자연을 존경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의 상상력은 인류 전체에 대한 경고다. Aqua, n.10, 2011 ⓒGiacomo Costa
▲ 존 고토의 '플러드스케이프' 연작사진은 최근 유럽의 문제인 홍수문제를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다룬다. 젊은이들이 모험을 거쳐 대안을 찾아낸다는 설정이다. High Seas, 2007 ⓒJohn Goto

마지막 섹션은 치유(healing)다. 오늘날의 환경오염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듯 경비행기를 타고 지구 곳곳을 찍은 데이빗 마이셀(David Maisel)과 전쟁이 야기한 후세대의 아픔을 표현한 피포 누옌 두이(Pipo Nguyen-duy)의 사진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으로 돌아온 핵의 문제를 조망하기 위해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 사태까지 기록한 로이터 사진 30여점도 특별 전시된다.

▲ 베트남전과 9.11을 겪은 작가는 '과연 이제 안전한 곳은 어디인가'를 묻는다. 그의 사진은 불안한 현재의 풍경이다. 사진 속 아이는 피포 누예 두이의 아들이다. Mountine Fire ⓒPipo Nguyen-duy
▲ 데이비드 마이셀은 경비행기를 타고 지구 곳곳을 찍었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은 사막도시인 로스엔젤레스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한세기동안 초토화된 오언 호수의 풍경이다. 파괴의 현장을 추상화처럼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Lake Project 16, 2002 ⓒDavid Maisel
▲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피부병에 걸린 우크라이나 소년 비탈리(왼쪽)가 쿠바 하바나 외곽 타라라에 위치한 어린이 병원 근처의 캐리비안 해에서 놀고 있다. 쿠바는 방사능에 피폭된 18000여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무료로 치료해 왔다. ⓒREUTERS_ClaudiaDaut

▲ 2007년 12월 14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체르노빌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한 여성이 비상근무자로 투입됐던 체르노빌 해체작업자의 사진을 들고 있다. REUTERS_KonstantinChernichkin_RUSSIA

이번 전시의 특색은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는 전시에 현대사진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현대사진을 밋밋하고 어렵고 어색한 합성 정도로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좀 더 현실감 있고 완성도 높은 이미지와 스토리, 메시지를 갖춘 '선명한' 현대사진을 만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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