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위안부>를 시작으로 <탈북 아이들>, <외국인 노동자>, <러시아의 한인들>까지 4권의 사진집을 낸 사진가는 그동안 기구한 현대사를 겪은 대한민국의 상처받은 사람들을 향해 10년 동안 성실하게 카메라를 들어 왔다.
그는 그 시작을 이렇게 고백한다.
"난 카메라 한 대를 울러 메고 어슬렁거리는 낭만의 삶을 택했어. 인생은 그렇게 아름답기만 할 줄 알았지. 하지만 내가 카메라를 메고 둘러본 세상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더군." -작가노트 중에서-
'낭만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두발 뻗고 자지 못하는 게 사진가의 운명이다. 그는 숙명처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로 갔다. 오래된 역사 속에서 비롯된 아픔들의 현재를 찾아내고 기록했다. 그의 10년은 전시를 기획한 최연하씨의 말대로 "정주하지 못하고 떠도는 이들이 벌이는 쟁투의 고단한 흔적들을 질기게 찾아낸" 시간이다.
▲ 고려인 할아버지, 우즈베키스탄 ⓒ김지연 |
▲ 어린이들, 러시아 ⓒ김지연 |
▲ 끊어진 다리 너머로 보이는 북녘땅 ⓒ김지연 |
김지연의 사진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사진의 앵글과 구성에는 멋 부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계의 이런 저런 동향에도 별 관심이 없다. 최연하 기획자의 설명처럼 "인간 삶의 진실에 안테나를 세우고 주파수를 맞춰 왔기 때문"일 수 있다. "삶을 바라보는 일이 예술을 바라보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설명도 김지연의 사진에서는 충분히 증명된다.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큰 주제를 두고 오랫동안 끈질기게 작업해 왔다. 이리저리 휘둘린 흔적이 없다. 우직하게 한 작업을 해 온 사진가를 찾기 어려워진 지금 그의 사진이 주목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10년 사이 4권의 사진집을 낸 것을 보면 그의 성실함도 확인할 수 있다. 완벽하게 독립된 작업을 하고 싶어서 직장에 다니며 번 돈으로 사진을 찍는 그의 작업 방식도 이런 과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다운 뚝심과 집중력이다.
전시장 벽에는 건조한 문체로 몇 줄의 '사실'들이 씌어 있었다. 작가가 보는 짧지만 가볍지 않은 오늘의 '현실'들이었다.
- '2010년 8월 11일까지 일본 대사관 앞에서 930회째 수요시위가 이어지고 있음'
- '나눔의 집에 살던 김순덕, 박두리, 지돌이, 문필기 할머니 별세'
- '2010년 최근 북한의 식량위기 상황이 악화되면서 1990년대 후반과 같은 대량 아사 사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음'
-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현재 이주 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가 고용주의 권한을 과도하게 부여해 불공정한 해고, 성적 착취, 강요된 연장근무 등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보고하고 있음'
- '대한민국은 신자유주의 체제로 접어들면서 급격한 사회 양극화를 초래함'......
8월 1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갤러리 기획초대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70점의 사진이 걸린다. 실천하는 사진가답게 사진판매 역시 사진 속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다. 문의: 관훈갤러리 02-733-6469
▲ 종군위안부 김순덕 할머니 ⓒ김지연 |
▲ 탈북한 어린이 ⓒ김지연 |
▲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 ⓒ김지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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