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수사 은폐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또 증인 선서를 거부해 여야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감사가 파행을 빚었다. 김 전 청장의 증인 선서 거부는 이번이 두 번째로, 그는 지난 8월 열린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선서를 거부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청장은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했지만 여야 의원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끝내 선서를 거부했다.
이날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대표 선서를 위해 단상으로 나오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등 다른 증인들도 선서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김 전 청장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 선서를 거부했다.
김 전 청장은 선서 거부 이유에 대해 "지난번 국정조사 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이 사건으로 현재 재판을 진행 중에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인 방어권 차원에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3조1항과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라 선서와 증언, 서류 제출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또 다시 증인 선서를 거부하자, 야당 의원들은 물론 이번엔 여당 의원들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김 전 청장 외에 여기 나온 다른 증인들도 오늘 발언을 통해 기소될 수도 있고 새로 수사가 시작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라며 "왜 혼자만 선서를 거부하느냐"고 따져 물었고, 같은 당 이해찬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는 국민에게 보고하는 장에 나와서 성실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정감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국정조사에선 김 전 청장을 옹호하던 새누리당에서조차 비판이 이어졌다. 황영철 의원은 "국민의 대변자로서 김용판 증인의 선서 거부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서하지 않은 증언을 어느 국민이 믿겠느냐"고 따져 물었고, 이재오 의원 역시 "김용판 증인이 당당하게 밝히려면 밝히고, 불이익 당할 것 같으면 안 밝히고, 선서를 하는 게 경찰의 권위를 위해서나 좋지 않느냐"고 요구했다.
김 전 청장의 선서 거부로 국정감사는 한 때 파행을 빚기도 했으며, 이후 속개된 회의에선 김 전 청장을 제외한 채 증인 신문과 답변이 이뤄졌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 김하영 씨에 대한 수서경찰서의 피의자 신문 조서가 서울지방경찰청 증거분석팀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유된 점, 당시 서울청 간부들이 국정원 직원들과 여러차례 통화한 이유 등을 따져 물었다. 반면 경찰 측 증인들은 신문 조서 공유가 적법했고, 국정원 직원들과의 통화 내용 역시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며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김병찬 전 서울청 수사2계장이 지난해 국정원 수사 당시 국정원 정보관인 안모 씨와 60여 차례 통화했다며 문제가 있다고 따져 물었고, 이에 김 전 계장은 "60회가 아니라 45회"라며 "수서서에서 대치 중인 사안에 대해 자기가 파악하지 않으면 질책당하니까 전화를 해왔는데 '정확한 것은 수서서에 알아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 직원이 사건 직후인 지난해 12월14일 서울청을 드나들었다며 해당 직원의 신원과 출입의 적절성에 대한 질의를 했지만 경찰 측 증인들은 모두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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