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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쇄신 원칙, 서청원 공천으로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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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쇄신 원칙, 서청원 공천으로 무너져"

[인터뷰]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권위시대 인사들', 지금 적절한가"

도돌이표다. 인사 문제로 인한 잡음도, 그 과정에서 제기된 '불통' 논란도, 국가를 위해 '무명의 헌신'을 한다던 국가정보원의 중앙정치 활보도. 새 정부 출범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문제들이 변주되는 형국이다.

정부 초반부터 잡음이 많았던 인사 문제는 '유신 인사'로 꼽히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임명을 거쳐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른바 '항명 파동'으로 종지부를 찍었고, 그 과정에서 청와대의 소통의 리더십에도 물음표가 여지없이 따라붙었다.

올 한 해 그 어떤 정치세력보다 입길에 자주 오른 국정원은 대선 개입 의혹에 이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제까지 빠짐없이 중앙정치 무대를 휘저었다.

우려의 목소리는 '다른 목소리'가 실종되다시피 했던 여권 내부에서도 점차 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창녕)은 "소통의 시대엔 힘과 권위가 지배했던 시대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돌아온 친박 원조'로 불리는 서청원 전 대표의 보궐선거 공천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세운 쇄신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단순한 청와대 비판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의 독주'를 막기 위한 여당의 책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조해진 의원을 정기국회가 한창인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朴 대통령이 세운 쇄신의 원칙, 허무하게 무너져"

프레시안 : 논란 끝에 서청원 전 대표의 화성갑 보궐선거 공천이 확정됐다. 차기 당권 경쟁에서 김무성 의원에 대한 친박계의 '견제용' 공천이란 얘기도 있고, 청와대의 '내리꽂기' 공천이 아니였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해진 : 당내 역학 관계나 권력 지형엔 별로 관심이 없고, 국민들에게도 호기심의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보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정당은 계속 개혁되어야 하고 쇄신해야 하는데, 그간 우리 당이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며 세운 쇄신의 원칙이 무너졌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가 어려운 국면에서 당을 이끌며 만든 원칙이고, 그 바탕 위에서 집권도 가능했다. 그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선 가혹할 정도로 공천을 박탈하거나 동지들을 출당까지 시키며 세운 소중한 원칙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원칙이 너무나 허무하게 붕괴되어 버린 것이다. 앞으로 당의 발전에 있어서 굉장한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윤리적인 명분을 국민 앞에 세울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앞으로도 당이 개혁과 쇄신을 해야 하고, 중요한 국면마다 국민들께 신뢰를 호소해야 하는데, 그 때 국민들이 '당신들이 세운 원칙을 한마디 해명도 없이 뒤집었는데,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라고 물으면 우리가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특정 개인의 공천 여부, 또는 특정 선거구의 당락 여부와 관계없이 중장기적으로 우리 당의 개혁과 정체성, 국민적 신뢰 기반에 치명적 손상을 가하는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본다.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누구였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진영 사퇴 파문 안타까워…정부 정책 조율 시스템 작동 하나"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통'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파문이다. 정책적 이견이 정부 내에서 조율되지 못하고 정치적 갈등으로 표출된 셈인데, 정부 내의 소통이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어떻게 평가하나?

조해진 : 정권 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정부의 앞날을 생각할 때 굉장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정책에 있어선 물론 부처와 청와대, 장관과 대통령의 입장 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일상적인 국정 운영이다. 그런데 이견이 조정이 안 되고,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견을 가졌던 장관과 부처에서 납득하는 과정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정책이 결정되면 집행을 해야 할 주체가 장관과 부처인데, 그런 조정 과정에서 소외된다면 정책의 원만한 집행이 어렵지 않겠나.

설령 의견이 조율이 안됐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파문으로 비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당사자들의 생각과 다른 쪽으로 결론이 난다고 해도, 최종 결정이 도출됐을 때 함께 하는 것이 정책 조정의 기본적 프로세스 아닌가. 통상적으론 이렇게 안 된다. 장관 사퇴 과정에서 인사권자와의 소통이 원만하게 이뤄졌어야 하는데, 대통령에게 사의가 전달이 안 됐다는 주장도 나오지 않나. 정확한 실체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의견 조율이 제대로 안 됐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진 장관의) '항명'이란 말도 나왔는데, 언론이 쓴 표현이겠지만 권위주의적 냄새를 풍긴다. 개인적으론 그 용어가 적당한지도 모르겠다. 항명이라고 하면 빨리 그만두라고 하는데 못 나가겠다고 버텨야 항명 아닌가. 나가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아 두려는 것을 항명이라고 할 수 있나. 그런데 그걸 항명이라고 묘사하고, 한 때 대통령의 측근이자 동지였던 사람을 그런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배신자라고 매장시키는 것은 문제다.

"'권위의 시대' 인사들, '소통의 시대'에 적절한가"

프레시안 : 인사 문제는 정부 출범부터 지금 되풀이 되는 논란거리 중 하나다. 최근 들어선 '친박(親朴) 올드보이의 귀환'이란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조해진 : 기본적으로 당이든 정부든 노장청(老長靑)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든 분들의 경륜도 필요하고, 장년의 경험과 안정감도 필요하고, 청년의 도전 정신과 활력도 필요하다.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 주변이나 당에 두루 많은 인재가 있는데, 몇몇 인사들이 연령적으로, 또 적재적소에 배치됐느냐는 면에서 치우친 느낌을 준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나이 든 세대는 그 세대로서의 경험과 역할이 있지만, 그 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주도했던 시대는 지난 시대 아닌가. 시대도, 패러다임도, 세상도 바뀌었기 때문에 그 분들이 가진 노하우가 100퍼센트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지금은 소통의 시대인데, 과거 힘과 권위의 시대에서, 그 시대의 방식으로 일했던 노하우가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국정의 활력도, 사회의 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권위와 힘의 시대'로 표상되는 인사들의 등용 뒤 체감되는 변화는 있나?

조해진 :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단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최근에 벌어진 몇몇 사안만 보더라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소통의 달인들이 있었다면, 진영 전 장관 문제도 이런 식으로까지 파열음이 크게 생기진 않았을 것이다. 김기춘 실장의 경우 말끝마다 '윗분'이란 표현을 쓰시고, 또 "윗분의 말씀을 그대로 전할 뿐"이라고 하는데,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말을 단순히 전하는 역할이 아니다. 소통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비서실장과 모든 참모들의 역할인데, 자신의 역할을 윗분의 뜻을 전하는 것으로 한정지으면 스스로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다.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 때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통상적으론 정무수석이 여야 대표를 찾아가 회동 제안을 하지 않나. '양자 회담이니 5자 회담이니 말이 많은데 3자 회담으로 하자. 대통령이 국회로 찾아 가겠다', 이렇게 먼저 제안했다면 김한길 대표가 거절하겠나. 거절하고 싶어도 거절할 명분이 없다. 그래서 야당과 합의한 결과를 발표했어야 했다. 그게 야당에 대한 배려다. 그런데 이런 과정없이 홍보수석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먼저 발표를 했다. 야당 입장에선, 자신들과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거기서부터 회담 분위기가 안 좋아진 것이다.

사전 의제 조율도 없었다. 의제 조율이 무슨 물밑 담합이나 거래는 아니지 않나. 사전에 실무적으로 조율해 회담 시간을 줄이는 문제다. 짧은 시간 안에 산뜻하게 좋은 결론을 내기 위해선 실무적 조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없다보니 꼬인 문제를 해결하고 조율해야 할 회담 자리가 각자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말만 쏟아내는 자리가 됐고, 결국 결렬로 끝나지 않았나. 그런 점들이 상당히 아쉽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김기춘 비서실장의 인선 이후 청와대의 독주가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해진 : 그 분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청와대는 청와대 나름대로 지향과 목표를 정해 그걸 달성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하는 것이고, 그 방향에 문제가 있다면 당이 제동을 걸어주면 될 일이다. '청와대의 독주'라고 하면, 문제가 있어도 당이 수수방관하거나 청와대에 끌려가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당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탓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프레시안 : 현재 당청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일방적이란 지적이 많다.

조해진 : 당이 청와대나 정부의 문제점에 대해 제 때 적절하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좀 부족한 것 같긴 하다. 18대 국회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 그렇다.

그렇지만 새 정부 출범 8개월 동안 당이 일방적으로 청와대에 끌려만 다녔다고 보지는 않는다. 인사 문제 등에서 시행착오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당이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구조는 아직 아닌 것 같다. 다만 사안 별로는 걱정되는 부분이 있고, 이런 부분이 개선되지 않고 쌓이다 보면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겠나.

프레시안 :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부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 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태까지, 새 정부 들어 생긴 굵직한 사건들의 중심에 공교롭게도 국정원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이 지나치게 정치의 중심에 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조해진 :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국정원은 비밀 정보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가급적 정치적 논쟁의 무대에 오르지 않아야 하고, 또 특정 정파로부터 일방적으로 비판받는 위치에 서야 하지 말아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어떻게 보면 우리 정보 기관의 태생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과정이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궤적을 걸어왔기 때문인 것 같다. 국정원 개혁 등을 통해 정치적 문제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관으로 위상 정리가 이번 기회에 확실히 되어야 한다.

"NLL 논란, 영토 수호 의지로 매듭지어야…녹음파일 공개 논란 소모적"

프레시안 : 정치권이 또 다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로 대립 중이다. 대화록 미이관에 대한 친노 진영의 해명이 불분명한 것은 문제지만, 여권이 불리할 때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야권의 비판에도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해진 : '국면 전환용'이란 이야기는 이제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국면이 어려울 때마다 (NLL 문제를) 꺼낸다는 이야기의 전제는, 그 문제를 꺼내면 야당이 불리해진다는 것이 전제돼 있는 것 아닌가. 그 '불리한 이슈'를 껴안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또 대한민국 정치권이란 게 언제나 바람 잘 날이 없는데, 언제 어떤 이슈를 제기하든 모두 국면 전환용이 되는 건가. 본질을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기본적으로 영토 문제다. NLL을 우리의 굳건한 해상 영토로 수호하길 바라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뜻인데, 여기에 일말의 불안 요인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의 근원이 아닌가. 그렇다면 국민들이 그런 걱정을 더 이상 안 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다. 초기에 새누리당에서 제안했던 것이 NLL 수호 공동선언이었다. 민주당이 NLL은 확실한 우리 영토고,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이견이 전혀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명확히 하면 될 일이다. 국민들이 걱정할 일이 없도록 그런 의지를 밝힌다면 나머지는 다 정리된다고 본다. 국민들이 보기에, 집권을 10년이나 했고 앞으로도 집권 가능성이 있는 정당이 NLL 문제에 있어 유동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NLL을 협상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비춰진다면 이 이슈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야당도 (NLL 수호에) 일말의 빈틈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면 과거 정권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큰 논란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대화록 녹음 파일 공개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조해진 : 우리 당에선 검찰 발표대로 이지원에서 삭제됐다가 다시 복구된 원본이 녹음 파일에 가장 가깝다고 보고 있고, 야당에선 기본적으로 그런 검찰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이 삭제된 원본이 야당 주장처럼 단순한 초록일 뿐인지, 아니면 검찰 발표대로 실제 대화 내용과 가장 가까운 것인지 확인해보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나왔을 때 여야 모두 코멘트를 자제하고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면 이렇게 녹음 파일 공개 주장까지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재판이 진행되면 드러날 일인데, 미리부터 녹음 파일 문제로 정쟁을 벌이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이번 정기국회도 기간이 많이 축소돼 짧은 기간에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런 시기에 이런 논쟁을 벌이는 것이 과연 생산적인지 회의가 든다.

"밀양 송전탑, 반대하지만…주민 희생 너무 크다"

프레시안 : 밀양 송전탑 문제로 인한 주민들과 한국전력 측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국회에서 주민 보상에 관한 법이 통과되기도 했지만, 현재 밀양 주민들은 보상에 상관없이 송전탑 건설 자체에 반대하고 있어, 이 법이 자칫 공사 강행을 용인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지역구 의원으로서 고민이 클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조해진 : 주민들도 현재 찬반이 분화돼 있는데, 송전탑 경과지 5개 면(面) 중 1개 면은 오래 전에 동의해 공사가 끝났고, 나머지 4개 면 주민들 중에서도 절반에서 3분의2 가량은 공사에 동의하고 보상에 합의하자는 입장이다. 그 분들의 입장에선 이 법이 통과돼야 보상의 법적 근거가 생기는 것이고, 그래서 법안의 빠른 통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반대로 반대하는 주민들은 보상과 상관없이 사업 자체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밀양시의 입장에서 보면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11만 주민들에게 송전탑 건설 자체는 결코 환영할 수 없는 사업이다. 아무리 보상을 많이 해준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사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밀양시의 발전에 있어서도 관광이나 자연생태 사업이 가장 중요한 밀양의 재산인데, '영남의 알프스'라고 불릴 정도의 천혜의 자연이 송전탑으로 인해 훼손되는 것이다. 밀양 공동체가 살아갈 발전의 동력이 훼손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상받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손실이다. 그래서 사업 발표 후 경과지 주민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반대해왔다.

그런데 6년 동안 주민들의 희생이 너무 컸다. 최근에서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지만, 이런 장면들은 밀양에 6년 내내 있어왔다. 보도가 안 됐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다치고, 어떤 분들은 돌아가시기도 했다. 그런 분들 대부분이 70~80대 어르신들이다.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6년 동안 한전이나 정부의 태도엔 전혀 변화가 없다. 그렇다고 정부나 한전이 무작정 고집을 피운다고도 할 수 없고, 그 쪽도 방법이 없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밀양으로서는 일방적인 손실이지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 보면 해야 하는 사업이다. 국민들 입장에선 매년 여름마다 전력난 비상을 늘 보고 살지 않나. 현재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이런 6년의 과정을 거치면서 희생하는 차원에서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가피하다고 판단해서 협상파가 된 것이지, 협상이 좋아서 한 것은 아니다.

만약 지금이라도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면, 정부나 한전 측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저부터도 환영이다. 찬성으로 돌아선 주민들도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현실이 있는 것이다. 6년간 싸워온 현실이 이랬는데, 앞으로 4년 더 투쟁을 해서 10년 투쟁을 한다고 해도, 정책이 바뀌지 않을 것 같고 우리만 죽어나갈 것이란 생각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협상으로 돌아선 것이다. 보상이 좋아서 그랬겠나. 4억 원을 줘도 부족한데, 400만 원 받는 게 뭐가 그리 좋아서 협상을 했겠나.

이 지역이 부유하진 않아도 나름의 문화와 전통이 있고, 화기애애하게 오손도손 살아가는 지역이었는데, (송전탑 사업으로) 주민들이 완전히 남남으로 돌아서고, 공동체가 황폐화됐다. 골이 생기고 동네가 갈갈이 찢어졌다. 외지에선 밀양이 마치 님비(NIMBY)의 상징처럼, 보상과 돈만 바라는 지역처럼 인터넷에 글이 올라온다. 돈을 바란 적도 없는데, 밀양의 대외적인 이미지나 명예도 추락했다. 원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제 그런 상처들을 매듭 지어야 하는 것 아닌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외지에서 와서 갈등을 부추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초반에 와서 주민들을 도왔던 분들의 선의는 잘 알지만, 외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 것은 사실 최근이다. 그 사람들은 정치적 이슈 파이팅을 위해 밀양을 불쏘시개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 분들이 달려 들면 송전탑 문제가 더 해결이 되지 않고 오래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장기화되는 것을 원할지도 모르겠지만, 목줄 만들고 휘발유통 갖다 놓는 상식 이하의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목을 걸겠다는 것도 아니고, 동네 사람들에게 걸라는 것 밖에 더 되나. 인간 이하의 행동이다. 밀양 지역의 상식과 분위기, 전통은 그렇지 않다. 그런 상식 이하의 행동이 더 시민들을 격분하게 만들고, 반대 운동을 하는 분들에게도 나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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