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리즈'가 시작된다. 올 시즌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친 4위 두산과 3위 넥센이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양 팀의 시즌 상대전적은 넥센의 9승 7패 근소한 우세. 두 팀은 각각 팀 도루 1위(172개, 두산)와 팀 홈런 1위(125, 넥센)로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한다. 시즌 맞대결에서도 7차례나 승리팀이 두자리수 득점을 달성했고, 양팀 합쳐 12점 이상 뽑은 경기는 10차례에 달했다. 뜨거운 타격전이 예상되는 이유다. 2008년 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이 2007년부터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른 두산의 경험에 어떻게 맞설지도 관심사다.
▲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환호하는 넥센 선수들. ⓒ프레시안 |
두산 vs 넥센
순위 4위 vs 3위
승률 0.568 vs 0.571
평균자책 4.57 vs 4.12
타율 0.289 vs 0.272
득점 699 vs 646
실점 625 vs 576
득실차 74 vs 70
홈런 95 vs 125
볼넷 524 vs 505
도루 172 vs 131
실책 61 vs 97
수비효율 0.670 vs 0.659
선발 로테이션
두산
니퍼트 (3.58 평균자책, 3.17 FIP)
노경은 (3.84 평균자책, 4.55 FIP)
유희관 (3.53 평균자책, 3.72 FIP)
이재우 (4.73 평균자책, 5.19 FIP)
넥센
나이트 (4.43 평균자책, 4.07 FIP)
밴헤켄 (3.73 평균자책, 3.65 FIP)
문성현 (4.50 평균자책, 4.27 FIP)
오재영 (2.40 평균자책, 3.39 FIP)
지난 시즌 '선발 왕국'으로 거듭났던 두산. 그러나 불과 한 해만에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올해 두산은 시즌 내내 부실한 선발투수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선발투수가 5회를 못 버티고 무너지는 경기가 잦았고, 이는 고스란히 불펜의 부담으로 전가되며 투수진 전체가 녹아내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2년 눈부신 활약을 펼친 니퍼트-노경은 원투펀치도 이름값에 비하면 조금은 아쉬운 성적. 특히 두 투수 다 넥센과 상대전적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게 걸린다. 니퍼트는 2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 11.91을 기록했고 노경은은 4경기 2패 평균자책 6.04로 부진했다. 노경은은 한 차례 무실점한 경기도 있긴 했지만, 볼넷을 6개나 내줄 정도로 투구내용은 불안했다. 뒤를 잇는 선발투수도 신인급인 유희관과 부상에서 복귀한 이재우로 확신이 가는 카드는 아니다. 그나마 유희관-이재우는 원정이 아닌 홈경기에서 선발등판한다는 게 다행스러운 부분. 두 선수 다 홈경기에 비해 원정에서 크게 부진한 경향을 보였다.
넥센 역시 원투펀치 위력은 작년보다 떨어진다. 나이트는 평균자책이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고, 밴헤켄도 2012년에 비해서는 안정감이 떨어졌다. 다만 나이트가 마지막 경기 7.1이닝 무실점, 밴헤켄이 9월 4경기에서 26이닝 1자책점으로 막판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 게 고무적이다. 두산전 상대전적은 나이트가 평균자책 5.26, 밴헤켄이 4.88로 시즌 성적보다 부진했지만,그래도 상대 원투펀치의 넥센전 성적보다는 나은 편이다.
선발 대결에서 넥센의 우위를 예상하는 이유는 3선발 오재영과 4선발 문성현의 존재 때문. 정규시즌 10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 2.40을 기록한 좌완 오재영은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173으로 두산 좌타 라인을 봉쇄할 최상의 카드다. 우완투수 문성현은 이번 준PO에서 넥센 마운드의 조커. 정규시즌 두산전 상대로 한 차례도 나서지 않았다. 대개 투수와 타자의 첫 만남에서는 투수 쪽이 유리하다는 게 정설. 문성현의 빠른 볼과 강력한 슬라이더 조합은, 홍성흔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슬라이더에 약점이 있는 두산 타선에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젊은 투수지만 큰 경기에서도 얼어붙지 않는 강심장을 지녔다는 것도 문성현의 강점이다. 1차전 경기 결과에 따라서는 좀 더 빠른 시점에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다.
구원투수진
두산
좌완 – 없음
우완 – 김선우, 홍상삼, 윤명준, 핸킨스
사이드 – 오현택, 변진수
마무리 – 정재훈 (14세이브 평균자책 3.44)
넥센
좌완 – 강윤구
우완 – 이정훈, 송신영, 김영민
사이드 – 마정길, 한현희
마무리 – 손승락 (46세이브 평균자책 2.30)
불펜 싸움에서도 넥센이 앞선다. 두산 불펜에는 세 가지 약점이 있다. 첫째는 확실한 좌완투수가 없다는 점. 엔트리에 좌투수는 유희관 하나뿐인데 유희관은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3할대로 우타자에 더 강한 좌투수다. 게다가 3차전 선발등판이 유력해 불펜 기용은 어려울 전망. 정규시즌에서 홍상삼, 윤명준, 정재훈 등 우투수들이 비교적 좌타자를 잘 처리했다는 데 기대를 걸어봐야 한다. 확실한 마무리투수가 없다는 것도 약점. 팀내 가장 많은 세이브를 올린 정재훈(14세이브)은 평균자책 3.44로 '철벽'과는 거리가 있다. 시즌 막판인 9월 이후 8경기 평균자책 5.68로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 것도 걱정거리.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큰 경기에서 홈런을 맞고 경기를 내준 경험이 많다는 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광속구를 자랑하는 셋업맨 홍상삼도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실패의 기억을 지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정재훈을 제외한 불펜 필승요원들이 시즌 막판 좋은 투구내용을 보였다는 점은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세 번째 약점은 +1 카드, 다시 말해 경기 중반을 책임질 만한 투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 선발투수가 6회 이상 길게 던져준다면 문제없지만, 5회 이전에 내려갈 경우 셋업맨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공산이 크다. 선발진에서 탈락한 김선우, 외국인 '계륵'이 된 핸킨스가 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두 투수 모두 올해 넥센전에서 평균자책 10점대로 크게 부진했다.
반면 넥센은 불펜의 질과 양에서 두산보다 낫다. 우선 선발요원 강윤구를 불펜에서 기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강윤구는 올해 선발로는 평균자책 5.18로 부진했지만 불펜에선 2.61의 철벽투를 뽐냈고, 특히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225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선발투수가 5회 이전 내려간 경기에서 +1 선발투수의 역할과 좌완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기대할 만하다. 여기에 올해 세이브왕(손승락)과 홀드왕(한현희)가 버티고 있다는 것도 믿음직하다. 팀의 리드를 어떻게 손승락까지 무사히 연결하느냐가 관건. 이 점에서 경험 풍부한 이정훈, 송신영 등 베테랑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라인업
두산 (타율/출루율/장타율)
1. CF 이종욱 (좌) - 0.307/0.369/ 0.439
2. RF 민병헌 (우) - 0.319/0.387/ 0.480
3. LF 김현수 (좌) - 0.302/0.382/ 0.470
4. DH 홍성흔 (우) - 0.299/0.379/0.439
5. 1B 오재일 (좌) - 0.299/0.406/ 0.479
6. 2B 오재원 (좌) - 0.260/0.367/ 0.419
7. 3B 이원석 (우) - 0.307/0.369/ 0.439
8. C 양의지 (우) - 0.248/0.338/0.376
9. SS 김재호 (우) - 0.315/0.377/ 0.391
넥센 (타율/출루율/장타율)
1. 2B 서건창 (좌) - 0.266/0.352/ 0.320
2. RF 문우람 (좌) - 0.305/0.373/0.426
3. CF 이택근 (우) - 0.287/0.345/ 0.413
4. 1B 박병호 (우) - 0.318/0.437/ 0.602
5. 3B 김민성 (우) - 0.282/0.360/ 0.441
6. SS 강정호 (우) - 0.291/0.387/ 0.489
7. DH 이성열 (좌) - 0.236/0.328/0.468
8. LF 유한준 (우) - 0.272/0.358/ 0.386
9. C 허도환 (우) - 0.215/0.327/0.281
두산과 넥센 모두 리그 상위권 공격력을 자랑한다. 전체적인 시즌 기록만 놓고 보면 두산이 조금 우위처럼 보이지만, 득점과 실점의 차이는 74대 70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맞대결에서는 오히려 넥센이 팀타율 .297로 .289를 기록한 두산보다 근소하게 앞선 모습. 양팀 주력 타자들도 대부분 상대전적에서 3할 이상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2010년 삼성-두산의 플레이오프 만큼이나 타격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두산은 넥센보다 기동력에서 앞선다. 올해 팀 도루 1위(172개)에 오른 두산은 넥센전에서는 29차례 도루를 시도해 25번 성공하는 놀라운 성공률(86.2%)을 보였다. 일단 출루하면 자동으로 2루까지 간다고 봐도 좋을 정도. 게다가 넥센전 4할대 타율을 올린 이원석을 필두로 이종욱-정수빈-오재원-민병헌 등 발빠른 타자들이 모두 넥센 투수들에 3할 안팎의 고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 위협적이다. 두산의 빠른 야구에 맞서 넥센 포수진과 투수진이 어떤 대비책을 들고 나올지 지켜볼 대목이다. 또 중심타자 김현수도 넥센 상대로 타율 .345에 3홈런 14타점으로 강점을 드러냈다.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지난해보다는 확실히 공격력에서 업그레이드된 두산이다.
한편 넥센은 두산보다 장타력에서 우위를 보였다. 올해 두산 상대로 전체 팀홈런의 16%에 해당하는 20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타율 4할에 5홈런 21타점으로 괴력을 발휘한 박병호는 이번 시리즈 두산의 경계대상 1호. 올 시즌 박병호가 홈런을 때린 31경기 중 27경기에서 넥센이 이겼다. '박병호 홈런=넥센 승리'라는 공식이 성립된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좌투수, 우투수, 언더핸드는 물론 포크볼을 제외한 모든 구종을 잘 공략하는 박병호는 거르는 것 외에는 마땅한 공략법이 없는 상대. 그러나 박병호 앞뒤 타자들(문우람-이택근, 김민성-강정호)가 모두 두산전 타율 3할대로 초강세를 보였다는 게 문제다. 6번 타순이 유력한 강정호도 올해 넥센전 홈런 4방을 때려냈다. 두산전에서 타율 .364로 활약한 포수 박동원도 이번 준PO에서는 자주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생각해볼 점: 정규시즌 기록만을 갖고 단순히 '두산은 기동력, 넥센은 장타력'으로 이번 시리즈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홈런에 의존하는 공격은 정규시즌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만, 정작 포스트시즌에 가서는 별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터. 두산보다는 뒤처지긴 했지만 넥센의 팀 도루수(131개)는 2위 SK(144)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두산과의 맞대결에서도 24차례 도루시도에 17차례 성공하며 70%로 나쁘지 않은 성공률을 보였다. 주루코치를 교체한 9월 이후 넥센의 팀 도루 36개는 두산(27개)은 물론 9개 구단 전체에서도 가장 많은 숫자다. 넥센은 지난 시즌 프로야구 도루 1위를 차지한 팀. 올해 도루 수가 줄어든 건, 홈런 숫자가 늘면서 굳이 뛸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의외로 정규시즌과는 다른 야구, 도루와 공격적인 주루플레이에 중점을 둔 야구를 펼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켜볼 대목이다.
수비 불안은 넥센이 시리즈 승리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넥센은 올해 수비실책 97개로 롯데(98개)에 이은 2위의 불명예를 차지했다. 특히 홈경기에서 기록한 실책 50개는 9개 구단 중 최다. 좋지 않은 목동구장 그라운드 상태도 원인이지만, 좀 더 적극적이고 집중력 있는 수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반면 두산은 9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실책(61개)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했다. 특히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포수 양의지는 허도환-박동원이 마스크를 쓰는 넥센보다 확실하게 우위에 있는 부분. 이번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주전 포수 중 가을야구를 경험해본 이는 양의지와 삼성 진갑용 뿐이다.
총평
전체적인 전력은 넥센 쪽이 두산보다 앞서는 게 사실. 선발 대결은 넥센이 다소 우위에 있고, 불펜에서는 뚜렷한 실력차가 드러난다. 타선도 타율과 기동력에서 두산의 우위가 그다지 확실하지 않은 반면, 넥센은 강점인 장타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인다. 두산이 큰 경기 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넥센에도 송지만-이택근-송신영 등 뛰어난 고참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넥센은 올 시즌 내내 여러 차례 무너질 뻔한 위기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끝끝내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창단 이후 처음 나서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 불안한 수비와 경험 부족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큰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벤치 싸움에서도 넥센 쪽이 오히려 두산보다 우위에 있다. 넥센 3승 1패 승리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