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의 3자 회담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정하기로 했지만, 의원들의 '토론'마저 필요없었다. 김한길 대표는 단호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민주주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는 것이 결론"이라며 "이제 옷 갈아 입고 천막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6일 오후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3자 회담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다시 천막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등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
1시간30분에 걸친 3자 회담이 끝난 오후 6시께,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장에 모여들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 내용을 보고받고 향후 정국 정상화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장외투쟁 47일을 맞은 상황에서 가까스로 열린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이었기에, 의원들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노웅래 대표 비서실장이 회담 내용을 세세하게 보고하면서 의원들의 표정은 점차 굳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 국정원 개혁, 남재준 국정원장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 등 민주당의 모든 요구안을 거부했다는 내용이 보고되자, 의원석 일부에선 한숨과 함께 실소까지 터져 나왔다.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는 왜 국정원 개혁을 하지 않았나. 왜 (민주당이) 집권할 때 안 했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의원석은 더욱 격앙됐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 놀러 왔느냐", "오늘 (황당한) 워딩 많이 나오네" 등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한길 대표의 의지도 확고해 보였다. 김 대표는 이날 노 비서실장의 보고 직후 마이크를 잡고 "세월이 하 수상할 때라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할 말을 다 했다"며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정답은 하나도 없었다"고 정국 정상화를 위한 회담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우리 입장을 최대한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면서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민주주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는 것이 제 결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회담 마지막 때 가서는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었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장외 투쟁도 추석을 넘기게 됐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아쉽게도, 민주주의의 밤을 더욱 길어질 것"이라며 "저는 어쨌든 옷 갈아 입고 또다시 천막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당초 정국 정상화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이 같은 방침에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았다. 김한길 대표는 3자 회담 다음날인 17일,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환갑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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