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는 16일 자 4면 '민정수석실 8월에 검증'…모자 혈액형 등 확인한 듯' 머리기사를 통해 '혼외자식' 의혹에 청와대가 개입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의혹 폭로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입맛에 맞지 않는' 채 총장을 내치기 위해 사생활 관련 조사를 진행했고 조사 결과를 갖고 법무부 간부들과 함께 채 총장 사퇴를 압박했다는 게 요지"라고 밝혔다.
<중앙>은 검찰 고위 관계자 말을 빌려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지난달 이 문제를 검증했고 사정 당국 관계자가 사석에서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채동욱 검찰총장. ⓒ연합뉴스 |
청와대 개입설 제기하는 보수언론
검찰은 지난달 초 청와대 비서실 인사가 끝난 뒤 본격적인 압력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앙>은 "이때부터 채 총장은 청와대와의 연락 채널도 완전히 막히며 배제되는 분위기였다"고 보도했다.
대검 관계자는 "김기춘 실장이 부임한 뒤부터는 청와대에 파견돼 있는 수사관은 물론, 검찰 출신 비서관들도 총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앙>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혼외자식'으로 지목된 채 군과 채 군 어머니 임 씨의 혈액형 등에 대한 확인 작업도 거쳤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이를 두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증거 수집은 자칫 '불법 사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김종빈 전 검찰총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가 채 총장과 같이 가기 싫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총장은 "채 총장이 해당 보도를 한 언론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유전자검사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켜보자'고 해야 했지만 청와대는 채 총장 입장이 나온 지 하루 만에 감찰 방침을 밝혔다"며 "이것은 채 총장과는 '같이 가기 싫다'란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총장은 "'검찰총장 인사추천위'를 통해 추천된 총장이라 해도 검증의 1차적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며 혼외자식 논란의 책임이 청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거듭 유전자 검사받으라는 <조선>
반면,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조선일보>는 거듭 유전자 검사가 가장 확실하다며 채 총장이 임 씨를 설득해 검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조선>은 이날 2면 '법무부, 채 총장 본격조사…유전자 검사 응하면 '논란 끝''이란 머리기사를 통해 "이번 사건 해결의 열쇠는 채 총장과 임 씨가 쥐고 있다"며 "채 총장이 논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곧바로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임 씨가 유전자 검사를 거부해도 그녀를 설득할 '명분'이 가장 큰 사람이 채 총장"이라며 "임 씨의 주장이 맞는다면 최대 피해자는 채 총장이기 때문"이라고 채 총장이 임 씨를 설득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만약 당사자들의 비협조로 혼외자 문제가 미궁에 빠질 경우에도 조사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 등 윤리적 문제가 드러나면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거듭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압박했다.
한 마디로 '아니면 말고' 식 검증을 위해 채 총장이 11살 아이에게 유전자 감식을 받도록 설득하라는 것.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이미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밝힌 채 총장이다. 11살 아이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조선>이다.
<중앙> "아이의 상처와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중앙>은 이날 '분수대' 칼럼을 통해 이러한 주장을 비판했다. <중앙>은 "(혼외자식)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어떤 가치판단 기준을 들이대도 앞의 모든 문제를 뛰어넘는 '최상위 가치' 하나를 파괴했다"며 "''합법적 자녀가 아닌 혼외로 태어난 아이라도 어린이의 인권을 유린하는 시도는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그러나 그런 일이 거리낌 없이 저질러졌고 어쩌면 아버지일지도 아닐지도 모르는 사람의 비위를 증명하기 위해 소년의 출생이 까발려졌다"며 "그 아이의 정서적 상처와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게 정상적인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중앙>은 "청와대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직 윤리의 문제일 뿐 정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 말을 믿으려 한다"며 "만일 어린이의 인권을 유린해서라도 정쟁에서 이기려 했다면 그건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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