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8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의 단계적 폐지를 제안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부적으로 결정한 가운데, 안 의원 역시 '선별적 찬성' 입장을 밝힌 셈이다.
다만 정당공천제 폐지가 정당정치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높은 상황에서,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 반(反)정치적 공약으로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던 안 의원이 이번에도 손 쉬운 '절충안'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평이 나온다.
지방정치의 약체화가 반드시 정당공천제에서 비롯됐느냐는 반박에 정치권 누구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안 의원이 자신이 비판해온 거대 양당의 '땜질 식 처방'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을 맡았다 최근 사퇴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선거에서 정당의 책임성을 묻기 모호해진다"며 공개적으로 폐지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초의원부터 기초단체장까지 '단계적 폐지'…또 절충안?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정책네트워크 내일' 주최로 열린 '지방자치 정착·재정 분권 확대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정당 공천은) 정당의 책임 정치라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옳은 방향이지만 제도의 부작용이 심하므로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그동안 개선안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 공천을 폐지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줄어들 수 있고, 지역 토호 중심의 후보가 난립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공천 폐지라는 과도기적 상황과 정치 상황에 맞는 선택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안 의원은 1차적으로 기초의원 선거에 한해 정당 공천을 폐지하고, 이후 기초단체장까지 확대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기초의원·기초단체장 선거 모두에 정당공천제를 폐지키로 한 양당의 입장에 대한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그는 "정당공천제의 점진적·단계적 폐지를 제안한다"며 "정당공천 폐지는 1차적으로 기초의원 선거에 한해 적용하고, 공천 폐지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주민자치 정신에 부합할 경우 그 다음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초단체장에 대해 공천을 폐지하되, 행정부가 존재하는 기초단체에 한해서는 정당 공천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예컨대 수원·성남·부천·고양·창원 등은 행정부가 존재하고, 인구도 100만 명에 육박한다"며 대도시는 정당 공천을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공천제 폐지 정신에 따라서 기초의원 비례대표 제도 역시 폐지돼야 한다"며 "그것이 정당공천폐지의 기본 정신"이라고 밝혔다.
특히 안 의원은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을 폐지할 경우 선거구제를 개편해 여성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행) 2인 중선거구제를 3인 이상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기초의원 선거는 3인 또는 4인의 중선거구제로 개편하고 이중 적어도 1인은 다른 성(性)으로 선출되도록 한다면 여성의 정치 참여에 긍정적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정당공천 폐지와 함께 정당 개혁도 과제로 제시하는 등 기성 정치권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기초선거 공천 폐지는 오늘날 정당이 민의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공직 후보 선정 과정이 비민주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정당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반드시 논의가 이뤄져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도입될 수 있다"며 조속한 국회 논의를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독자 세력화 방침을 거듭 밝힌 안 의원은 9월 중 신당 창당설에 대해선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부인했다.
안 의원은 토론회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10월 재보선을) 두 달 앞두고 정당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확인을 요구받자 "네"라고 답하며 재보선 전 창당설을 일축했다. 10월 재보선에 결사체 형태로 후보를 낼 것이냐는 질문엔 "적절한 방법을 논의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답변을 유보했고, 재보선 이후 창당에 대해선 "시간을 정하지 않고 사람이 먼저"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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