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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양건 "외풍 막으려 안간힘 썼지만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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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양건 "외풍 막으려 안간힘 썼지만 역부족"

"사퇴 개인적 결단"…靑 외압 의혹 여운 남겨

양건 감사원장이 "사퇴는 개인적 결단"이라며 자신의 갑작스러운 사의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일축했다. 임기를 1년7개월 남겨둔 그가 여권의 '권력 암투'에 의해 사임했다는 세간의 의혹을 부인한 셈이다. 다만 "감사원의 외풍을 막고 독립성을 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는 소회도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외압에 떠밀려 사퇴하게 됐다는 뉘앙스다.

양 감사원장은 26일 오전 감사원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며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왔다. 헌법학자 출신이기에 더욱 그러했다"고 밝혔다.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남은 1년7개월의 임기를 채우려 했지만, 결국 사임을 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원장 직무의 계속적인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며 "이는 개인적 결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감사 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현실적인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양 원장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개인적 결단"이라며 각종 의혹을 차단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도 남는다. 특히 그는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날 이임식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양 원장이 별다른 설명없이 23일 돌연 사의를 표명, 이날 이임식에서 '폭탄 발언'이 나올지 관심이 쏠렸던 것. 민주당은 이날 이임식을 앞두고 "(양 감사원장이)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전병헌 원내대표)고 촉구하기도 했다.

'안팎의 역류와 외풍' 거론하며 여운 남긴 양건…靑 인사 개입, 정말 있었나?

앞서 그의 갑작스러운 사의를 놓고 정치권에선 청와대의 인사 개입설, 감사원 내부 알력설 등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청와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무분과 인수위원을 지낸 장훈 중앙대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밀었고, 양 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다 물러났다는 것이 인사 갈등설의 요지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론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론 "사실무근"이라며 발끈하는 분위기다.

한편에선 양 감사원장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번복 등으로 '코드 감사' 논란이 일자, 현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직을 내려놨다는 관측도 나왔다.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정부와 감사원 모두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앞서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엔 당시 최대 국책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지만, 정권이 바뀐 후인 2~3차 감사에선 '총체적 부실'이란 180도 다른 결론을 내놨다. 특히 4대강 사업 추진 세력 입장에선 가장 민감한 문제인 '대운하 연계' 결론까지 내놔 친이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야권과 이명박 정부 인사 모두에게서 '코드 감사', '해바라기 감사'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양 원장이 '토사구팽'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장 친이계는 4대강 감사 결과에 대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고, 정국 정상화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양 원장을 일종의 희생양으로 삼아 '신·구 정권 갈등' 진화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게 야권이 갖고 있는 의구심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4대강 감사 결과 발표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감사원장을 토사구팽으로 삼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양 원장의 사임으로 한동안 감사원은 성용락 수석 감사위원을 대행으로 한 과도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각종 의혹만 남긴 양 원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청와대의 부담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후임 감사원장을 누구로 임명하느냐에 따라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양 감사원장의 사퇴를 둘러싼 의혹 자체가 헌법에 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라며 "민주당은 대통령의 감사원장 인사를 예의주시하겠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양건 감사원장의 이임사 전문이다. <편집자>

오늘 감사원을 떠납니다. 지난 2년 수개월간 함께 수고하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습니다.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왔습니다. 헌법학자 출신이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은 개인적 결단입니다.

그동안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께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특히 감사업무 처리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감사 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입니다.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입니다.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합니다.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채 여러분께 맡기고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공직을 처음 맡았을 때 품었던 푸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떠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이제 사사로운 삶의 세계로 가려 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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