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 불! 좀! 비! 박! 살! 내! 자!". "종! 북! 검! 사! 구! 속! 수! 사!"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를 사이에 두고 청계광장에는 진보 진영이, 동화면세점 빌딩 광장에는 보수 진영이 각각 집회를 열었다. 집회 주제는 국가정보원에 관한 것이었지만, 주장의 차이는 세종대로 16차선 도로보다 더 넓었다.
오후 6시가 넘어서자 사람들이 각 광장으로 하나둘 씩 모여들었다. 청계광장에는 진보 단체 인사들과 야당 관계자들이 모여 자리를 잡고 깃발을 펼쳐 올렸다. '박근혜가 책임져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 피켓과 촛불을 나눠 가졌다.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도 전국 각지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올라온 고엽제 전우회 등의 보수 단체 회원들이 '편파수사 즉각 중단' 등의 구호가 적인 손피켓을 들고 하나씩 자리를 매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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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가 되자 본격적인 '스피커 전쟁'이 시작됐다. 청계광장의 진보진영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였다.
무대에 선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나는 모른다',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적 없다', '국정원 셀프 개혁' 등 남의 얘기하듯 하는데, 온 국민의 대통령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등의 국민들 요구에 박 대통령은 대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조사로 부족한 것은 특검으로 채우자"고 강조한 우 의원은 "권은희 과장이라는 한 인간이 두려워 하지 않고 진실을 똑똑히 밝히는 것을 봤다. 이 의인 덕에 민주주의는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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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제주도 4.3 사건은 수십년이 지난 후에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4.3 사건에 책임이 있어서가 아니라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사과를 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과거 잘못이라도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할 때는 머리를 숙여야 한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하는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초보적이고 유치원생적인 사고로 대통령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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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무대에 선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대표 역시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마치 딴나라 얘기하듯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사과와 함께 범죄자들을 처벌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 대표는 이어 특검 도입을 위한 범국민서명운동과 9월 14일을 범국민행동의 날로 선포할 것을 제의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9월 14일 경천동지할 국민 함성을 만들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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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사퇴하고 진재선 구속하라…양승태도 물러나라
세종대로 건너 동화면세점 앞에서도 보수 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객석을 향한 스피커 외에 길 건너 맞은편 청계광장을 향한 스피커 탑을 세워놨던 것. '맞불집회'임을 드러내는 풍경이었다. 구호도 "촛불좀비 박살내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이경자 대표는 "저기 좌파 종북세력들이 5년 전 MB를 뒤흔들었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해 다시 (촛불시위를)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당시 광우병 촛불시위가 MB정부를 흔들리라 생각 못하고 괜찮으려니 하다가 MB 정부가 4~5년을 근근이 흘러가게 됐다"며 "우리가 점잖았던 것이 원죄다. 저들을 반드시 패배 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은퇴 경찰의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와 제대 군인 단체 중 하나인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주최로 열렸는데, 주된 성토 대상은 검찰이었다. 무대 배경 현수막에는 "대한민국 수사구조를 지배하고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은 부끄럽지 않는가!!"라며 "국가정보원의 종북견제활동을 선거개입을 왜곡하고, CCTV 자료를 짜깁기해 경찰이 사건을 은폐한 것처럼 몰아간 검찰의 왜곡·편파 수사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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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과 구호는 더 구체적이고 과격했다.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대표는 "모든 책임은 검찰이 져야 한다"며 "채동욱 검찰 총장은 물러나라"고 했다.
이경자 대표는 "채동욱 총장은 진재선 검사가 운동권 출신인지 뻔히 알면서도 수사를 시킨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진재선 검사를 해임하고 구속수사를 해서 진 검사를 우리나라 사법계에서 영원히 떠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더 나아가 양승태 대법원장도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교조와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모든 결정은 결국 판사가 하는데, 절대 이길 수가 없다"며 "사회 경험도 없는 판사들이 40대에 부장에 올라 미친 짓을 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 대표는 "판검사를 임명할 때 국가관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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