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연일 직설적 언사를 쏟아놓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에게 "대통령을 폄훼해서 자신의 주가를 높이려는 습관적 행태"라며 "이런 방식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 정치사의 교훈"이라고 반격을 가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오늘 상황점검회의에서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과 손학규 전 지사의 발언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폄훼로 주가 높이려다 성공한 적 있더냐"
김 의원은 전날 통외통위 국감에서 "노무현 정권 대북정책의 목표는 결국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도와주겠다는 것이다"며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는 것도 결국 이 정권 입장에서 보면 대북정책 성공이다"고 원색적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전날 전방 군부대 방문에 나선 손 전 지사는 기자들에게 "비판해도 일어날 수 있으면 괜찮지만 노 대통령은 거의 송장, 시체가 다 돼 있는데 비판해서 뭐 하느냐"며 "정부는 워낙 X판이니 말할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대변인은 "이런 방식은 결국은 성공하지도, 국민들로부터 평가받지도 못했다는 것이 우리 정치사의 교훈"이라며 "지금은 북핵문제로 엄중한 시기인 만큼 초당적 국정협력에 나서야 할 때이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이는 (청와대 참모진의) 모아진 의견이라고 보면 된다"며 "김 의원에 대해선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학규, '합리적 인물'에서 '김용갑 옆자리'로 이동
청와대가 야당 대권주자의 특정발언을 겨냥해 이처럼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특별한 다른 의도가 깔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근혜, 이명박 두 사람에 비해 딱히 더 사이가 나쁠 것도 없고 지지율도 떨어지는 손 전 지사를 특별히 견제할 필요가 있어서는 아니라 도를 넘어서는 발언에 대해 한 마디 할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손 전 지사는 100일 민생대장정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지지율도 마의 5%대를 돌파했지만 그 이후 한 단계 더 도약할 모멘텀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핵 정국 이후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오히려 높아지고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자 손 전 지사는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보다 훨씬 더 강경한 대북발언을 쏟아내는 한편 '직설적 언사'를 사용하는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손 전 지사의 '우향 우' 행보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당장만 따지자면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합리적 인물'로 평가받아 온 손 전 지사가 '가장 수구보수적인 인물'로 꼽혀 온 김용갑 의원과 함께 도마에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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