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원 선거공작사건 및 경찰청 등의 국가기관에 의한 은폐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한길 대표의 선언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적절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국정원 선거공작사건 및 경찰청 등의 국가기관에 의한 은폐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만약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그럴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감히 남재준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회의록 사본을 공개하는 행동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나 새누리당이야 애초부터 기대할 것이 없었으니 실망할 것도 없지만, 민주당이 국정원 선거 공작 사건 등에 대처하는 태도는 실망을 넘어 절망을 안겨주는 수준이다. 민주당은 NLL논란의 종국적 해소라는 전술적 목표에 몰입한 나머지 '국정원의 선거공작 및 경찰청 등의 국가기관에 의한 선거공작 은폐 규명'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놓치는 치명적인 전략적 판단미스를 저질렀다.
정치적으로는 이미 끝난 사안인 NLL논란에 뛰어들어 민주당이 얻은 것은 상처와 오욕뿐이다. NLL논란에 대해 국민들 중 90%이상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편을 드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게 현실 정치의 맥락 속에서는 큰 의미도 없다.
하지만 '원세훈 국정원의 선거공작과 경찰청 등의 은폐사건'은 주지하다시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이다. 또한 이는 현임 대통령의 정통성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불확실성의 제도화'라 할 민주주의에서 주권자인 국민들의 집합적 선호와 정치적 결단은 '선거'를 통해 확인된다. 즉 선거제도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이 반영되고 그에 따라 정치권력이 교체될 수 있다면 최소주의적 관점에서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처럼 중대한 선거과정과 결과가 국정원 등의 국가기관에 의해 왜곡되고 유도되며 조작된다면 그건 도저히 민주주의가 아닌 것이다. '국정원 선거공작 및 경찰청 등에 의한 은폐사건'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체제부정범죄에 다름 아니다. 자칫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상황인 것이다. 민주당은 질식당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사수하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각오와 결기를 가지고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선거공작의 추악한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 결론과 끝을 미리 예정할 필요도 없다. 그건 사태의 전개과정에 따라 주권자인 국민이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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