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증인 '동행 명령'에 대한 여야 간 이견으로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증인 채택 만료 시한인 31일 현역 의원의 증인 배제 등에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핵심 인물의 증인 출석을 강제하는 방안을 놓고 막판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증인 출석을 요구할 수는 있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원세훈·김용판이 빠진 청문회는 의미가 없다"며 새누리당이 사실상 이들의 불출석을 '유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 "새누리, 원세훈에게 '출석 말라' 시그널 보내나"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증인 채택 문제를 조율했지만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여야 간 줄다리기 끝에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증인 채택엔 원칙적으로 의견을 같이했지만,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이들이 청문회에 불출석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들의 출석을 강제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이 갈린 것.
민주당은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명령을 발부하고 고발하겠다는 내용을 문서로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새누리당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상황이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증인 채택이 된다고 해서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질적인 문서 보장, 강제 동행명령, 불출석했을 시 여야 합의로 고발하겠다는 실질적인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은 공공연히 '재판 중인데 원세훈, 김용판이 나오겠느냐. 안 나올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건 감옥에 있는 원세훈 전 원장에게 국정조사에 나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 "강제 출석은 초법적 발상…출석은 본인 자유"
반면 새누리당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증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명령을 발부할 수 있지만, '정당한 이유'에 대한 확인없이 지금 단계에서 무조건 동행명령을 문서로 보장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의 요구는 국회법을 위반하는 초법적 발상"이라며 "민주당이 제시한 동행명령장 관련 합의문 문구에 '정당한 사유 없이'를 추가하면 합의할 수 있다"고 민주당에 역제안했다.
이어 권 의원은 "새누리당이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에 대한 증인 채택 요구를 철회했는데도 민주당이 갑자기 동행명령을 운운하는 것은 장외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순이자 명분 쌓기"라고 민주당을 질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원세훈·김용판 등 사건의 핵심 인물에 대한 출석을 요구할 의사가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이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마지못해 증인 채택엔 합의했지만, 지속적으로 이들에게 청문회에 출석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권성동 의원은 이날 '불출석의 정당한 사유 중 구속과 재판도 포함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재판을 이유로 불출석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이 재판을 이유로 불출석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권 의원은 "국회가 증인으로 이들을 소환하더라도 출석하고 안 하는 건 본인의 자유"라며 "국회가 설득을 할 수는 있지만,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이기 때문에 불출석은 당사자들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증인 채택 '데드라인', 국조 파행 빚나…민주, 장외투쟁 '만지작'
이처럼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정청래 의원은 양당 원내대표와 국조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4자 회동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최경환 원내대표가 현재 지역구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이를 거부했다.
증인 채택의 마지노선이 이날로 임박한 상황에서, 양 측이 가까스로 막판 쟁점을 해결한다면 일단 청문회의 핵심 증인은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을 비롯해 여야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18명 등 총 2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에 대한 증인 채택 요구를 철회했고, 민주당은 여전히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을 주장하고 있으나 일단 '원세훈 출석 강제'라는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기류다.
한편, 국정조사 문제로 이날 오전 비상 의원총회를 연 민주당은 이후 행동 방침을 지도부에게 위임하고 국회 내에서 '비상 대기'에 들어갔다. 여야 협상의 추이를 보고 끝내 타협안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장외 투쟁을 벌이겠다며 '배수진'을 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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