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실종' 사건과 관련해 30일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토록 하는 특별검사법을 발의키로 했다. 새누리당이 지난 25일 단독으로 검찰 고발을 강행해 이미 검찰이 관련자 수사에 나선 상황에서, 특검 카드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후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및 실종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특검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의 고발과 검찰의 수사를 질타하며 "새누리당은 정략적 검찰 고발을 즉각 취하하고 특검을 수용해 대화록 사전 유출 및 실종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새누리당의 고발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 이날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 재직했던 인사들에게 소환 통보를 내린 상태다.
이를 두고 전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가 마치 사전 각본이라도 있었던 것 같다"라며 "새누리당이 검찰에 고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례적인 속도전이 전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당 고발 사건은 전광석화, 야당 고발은 하세월?"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단 공개'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민주당이 세 차례나 고발한 남재준 원장 (사건은) 고발인 조사조차 안 했다. 여당이 고발하면 전광석화고 야당이 고발하면 하세월이냐"고 검찰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표적 수사, 흘리기 수사 행태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참여정부 인사를 줄소환하고, 객관적인 사실과 관계없이 수사 방향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참여정부 인사 망신 주기, 여론 사냥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원내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검찰이 지난 2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던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의 진술 내용을 최근 일부 언론에 흘리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 폐기를 지시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이날자 <중앙일보>는 조 전 비서관이 지난 2월 검찰 수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은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다음 대통령도 봐야 하니 국정원에 두고 청와대는 두지 마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조 전 비서관은 비슷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노무현재단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폐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검찰이 수사 내용을 지속적으로 언론에 흘린 것이다.
단독 특검법 발의는 검찰 압박용? 새누리 '불법 행위' 부각도
민주당은 특검법 발의로 검찰 수사에 '맞불'을 놓겠다는 계획이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특검 도입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특검법안이 국회 의결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검법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될 수 있는 만큼,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는 검찰 압박용에 가까워 보인다.
민주당은 아울러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에 '대화록 실종 사태' 뿐만 아니라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사들도 연루된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도 함께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의원이 부산지역 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그대로 낭독하는 등 불법 유출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여권의 '불법 행위'에도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특검을 놓고 이견이 나온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찰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가 미진하거나 잘못되면 특검을 해도 되기 때문에 지금 검찰 수사냐, 특검이냐로 시간을 보낼 문제가 아니다"라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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