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팽팽한 대립 끝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새누리당의 '어깃장'으로 또 다시 증인 채택이 무산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버티기 전략'에 이어, 이번엔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 사건'에 대한 무더기 증인 채택을 요구하며 사건의 핵심 인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증인 채택에도 어깃장을 놓은 것.
국정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29일 증인 채택과 관련한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열린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는 이미 양당이 합의한 국정원 기관보고 및 청문회 일정만 의결하는 등 성과없이 끝났다.
증인 채택 또 불발…새누리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원 증인으로"
민주당은 이날 여야 간사 협상에서 양당이 공통적으로 증인 채택을 요구한 18명과 사건의 핵심 인물인 원세훈 전 원장·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우선적으로 합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불발됐다.
막판 줄다리기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자당 소속 의원의 증인 채택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을 요구한 반면 새누리당은 이를 거부하며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 사건'에 연루된 민주당 김현, 진선미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11명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원세훈 전 원장이 조직적인 선거 개입을 했는지, 김용판 전 청장이 사건 수사 축소에 개입됐는지가 중요하다고 보겠지만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 민주당의 국정원 직원 매관매직 문제 역시 국정조사의 핵심이라고 본다"며 "(모든 쟁점의 증인을) 일괄해서 채택하자는 게 저희 당의 입장이며, 특히 국정원 직원 감금 사건에 대해 민주당이 증인 채택을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된 것"이라며 화살을 민주당에 돌렸다.
그러면서 자당 소속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에 대해선 "증인 채택 자체가 당사자에게는 치욕이고 불명예인데, 아무런 입증 자료없이 개연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증인을 부르는 것은 정치 공세"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반면 "(국정원 직원) 감금 문제엔 민주당 당직자와 현역 의원 11명이 관여돼 있다"며 "이들을 채택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 특권 지키기 밖에 안 된다"라고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이들 의원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수용한다면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증인 채택에 합의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원세훈, 김용판 두 인물에 대한 증인 채택은 국정조사의 핵심이며 협상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사안"이라며 "특히 양당이 공통적으로 요구한 증인이 18명이다. 이들에 대해서 일단 합의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맞섰다.
또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는 (지난해) 12월16일 김용판 전 청장의 허위 수사 발표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거듭 이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이날 합의가 무산됨에 따라 여야는 오는 31일을 마지노선으로 양당 간사 간 논의를 통해 증인 및 참고인 채택 문제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거듭된 파행으로 국정조사 기간이 18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름 휴가철'이란 이유로 1주일간 아무런 일정도 잡지 않은 여야가 또 다시 증인 채택을 차일피일 미룬 셈이다.
이상규 "국정원 '半공개' 기관보고?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은 들어봤지만…"
한편, 이날 국정조사특위는 전날 양당이 합의한 국정원 기관보고 및 청문회 일정을 의결했다. 다만 국정원 기관보고를 '모두 발언을 제외한 전면 비공개'라는 기형적인 형태로 실시하기로 한 것을 두고 반발이 나왔다.
특위 내 유일한 비교섭단체 의원인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은 들어봤어도 '공개 반 비공개 반'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며 "실제로 반반도 되지 않는다. 악수하고 인사만 하고 비공개로 하자는 것인데,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하는 것은 국정조사를 껍데기로 만드는 일"이라고 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의견은 양당의 합의로 인해 '소수 의견'으로만 처리되는 등 묵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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