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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마피아'에 가려진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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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마피아'에 가려진 진실은?

[하승수의 생태기행] 세계적 사양산업인 원전 건설, 한국에서만 성장산업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지난 19일로 준비호 4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19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앞을 보면 광안대교라는 크고 긴 다리가 있습니다. 영화 '해운대'에도 나온 이 다리 꼭대기에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올라갔습니다. 지난 7월 9일 높이 100m가 넘는 주탑 꼭대기에 올라간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확대'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52시간 만에 내려와서 집시법 위반혐의로 경찰에 연행되었지만, 이들이 요구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원전에서 사고가 나서 방사능이 누출됐을 때에 대비하여 설정한 구역입니다. 주민대피, 방호 물품지급 등을 준비하도록 지정된 지역입니다.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모든 국가는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해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23개의 원전을 가동 중인 우리나라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이 문제 때문에 광안대교 꼭대기에 올라가야 했을까요?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원전으로부터 8~10km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너무 좁게 설정한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원전에서 20㎞로 설정하고 있었지만, 막상 사고가 나니 20㎞라는 거리도 의미가 없었습니다. 20㎞가 아니라 30㎞ 바깥까지도 방사능에 심하게 오염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은 뒤늦게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20㎞에서 30㎞로 늘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8~10㎞라는 비현실적인 구역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고 있는 이유는 그 바깥으로 가면 많은 인구가 밀집해서 사는 주거 지역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리원전의 경우에는 30킬로미터 안에 340여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주민대피, 방호 물품 지급 등을 하려니까 엄두가 안 나는지, 아니면 원전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는 경각심을 갖지 못하게 하려는 것인지 8~10㎞로 좁게 설정해 놓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일입니다.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사고대비책도 제대로 세워야 합니다.

한편 원전에 반대하는 또 다른 몸짓도 있었습니다.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의 성원기 교수님이 부산의 고리 원전에서부터 강원도 삼척의 신규원전 예정지까지 326.9㎞를 걸어 올라온 것입니다. 지난 6월 6일부터 시작한 순례길은 7월 9일에 끝났습니다. 성원기 교수님은 "핵은 인간이 다룰 수 없는 물질"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저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수만 년이 넘는 인류역사에서 핵무기, 핵발전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불과 7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핵무기와 핵발전 사고에서 나온 방사능은 인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장마도 땡볕도 뚫고 327㎞…"교수님, 왜 걷습니까?")

한편 시민들은 잘 모르는 사이에 '우리나라의 전기 생산에서 원전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해 안에 수립하려고 추진 중인 2차 에너지기본계획 논의과정에서 앞으로 원전비중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얘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남짓입니다. 그것을 2030년까지 59%로 늘리겠다는 것이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작성하면서 다시 이 부분이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1차 에너지기본계획보다는 원전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현재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면, 최소 7%에서 30%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공개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원전비중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줄여서 우리나라도 탈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에너지기본계획] 원전 비중 최대 25% 못 넘길 듯)

원전 비중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최근 발표된 2013년 세계핵산업동향보고서(The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를 보더라도 이런 경향은 분명합니다. 참고로 세계핵산업동향보고서는 매년 발표되는 보고서로 마이클 슈나이더(Mycle Schneider), 앤터니 프로갯(Antony Froggatt) 등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작성하는 보고서입니다. 마이클 슈나이더 씨는 작년에 한국을 방문해서 강연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2013년 세계핵산업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7%로 떨어졌습니다(2012년 기준). 이것은 2011년의 11%보다 4%포인트나 떨어진 것입니다. 2013년 7월 1일 기준으로 원전은 31개국에서 427개가 가동 중입니다. 이것은 1년 전보다 2개 줄어든 것입니다. 2002년에 444기였던 것과 비교하면 17기가 줄어든 것입니다.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려는 움직임도 주춤합니다. 현재 14개 국가에서 신규 원전이 건설되고 있지만, 기존에 원전이 없던 국가로서 새롭게 원전에 뛰어든 경우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유일합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한 국가입니다. 그 외에는 새롭게 원전을 시작하겠다는 나라가 없는 셈입니다.

2013년 7월 1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 건설 중인 원전은 66개가 있지만, 그중 상당수는 실질적으로 건설이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28개의 원전을 건설 중이었던 중국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건설을 중단해서 지금까지도 중단된 상태입니다.

폐쇄되는 원전이 새로 가동하는 원전보다 많은 추세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2년에 문을 닫은 원전은 6개였지만, 새롭게 가동을 시작한 원전은 3개에 불과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세계적으로 원전은 사양 산업이 되고 있다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책결정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원전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의 핵심은 '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제성 측면에서도 원전신화는 붕괴하고 있습니다. 원전의 건설단가는 과거 10년 동안 kW 당 1000달러에서 7000달러로 증가해 왔습니다. 놀라운 증가입니다. 미국의 보그틀(Vogtle) 원전의 경우에는 6억6000만 달러로 잡았던 건설비가 9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35년 만에 2개의 원전을 건설하기 시작했지만, 여기에는 연방정부가 80억 달러에 이르는 보증을 해 주었습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셈입니다.

원전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신용도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스탠더드 앤 푸어의 신용 평가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15개의 원전사업자 중 10개 기업의 신용등급이 떨어졌습니다. 신용평가 회사들은 원전에 투자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보고 있고, 오히려 원전사업을 포기하면 신용평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정도입니다.

원전기업들의 주가도 내려가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원전운영기업인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지난 5년 동안 주가가 85%나 하락했고, 원전건설회사인 아레바(AREVA)의 주가는 88%나 떨어졌습니다. 이것은 이미 원전은 경제성도 없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원전은 국가의 지원과 정보은폐가 없으면 유지될 수 없는 산업입니다.

반면에 재생가능에너지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중국, 독일, 일본, 인도는 이제 원전에서 얻는 전기보다 재생가능에너지에서 얻는 전기가 더 많아졌습니다. 2012년에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세계적으로 268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2011년보다는 약간 줄었지만, 2004년과 비교하면 5배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가장 큰 투자자인 중국은 65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도 76% 늘어난 16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2000년 이후 세계적으로 육상풍력의 설비용량은 매년 27% 증가하고 있고, 태양광도 42%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재생가능에너지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력수요가 계속 늘어나면 재생가능에너지로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력수요를 잘 관리하고 줄여나가면, 원전은 없앨 수 있고 날로 발전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가 이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2013년 세계핵산업동향보고서는 그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왜 이렇게 원전에 매달리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요? 그것은 수십 년 동안 형성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바꾸려는 힘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시민들로부터 원전을 중심으로 형성된 강고한 기득권을 깨뜨릴 힘이 나와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 세계핵산업동향보고서 전문을 보시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보시면 됩니다. (☞ 세계핵산업동향보고서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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