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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된 시민혁명, 이집트 민주화는 어디까지?

[박인규의 지구촌 분석] 시민혁명, 미국 배후설? 사우디 배후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지난 19일로 준비호 4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19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이번 주에는 이집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대통령 취임 1주년인 6월 30일 1400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무르시 퇴진을 외쳤고, 바로 다음 날, 군부가 나서 48시간 내 하야를 요구했습니다. 7월 3일 군부는 무르시 대통령을 연금하고 헌법을 정지시키는 한편 헌법재판소장 아들리 만수르를 임시대통령에 옹립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6일 과도내각이 출범했습니다. 기존 집권세력이었던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 정치세력은 모두 배제된 채 새로운 정치체제 구축을 위한 과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군부가 무르시 지지 시위대에 발포해 7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상황이 아직 안정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11년 2월 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무너뜨리고 사실상 아랍권 최초의 민주정부를 수립한 이집트의 민주화 행보가 1년 만에 좌절된 지금, 이집트는 어디로 갈까요? 이집트의 향후 행로는 지난 2010년 말 튀니지의 청년 행상 부아지지의 분신자살로 촉발된 '아랍의 봄'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시금석입니다. 튀니지, 리비아 등 몇 나라에서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된 아랍권 국가는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전으로 카다피 정권을 축출한 리비아의 경우는 시민에 의한 민주정권 수립이 아니라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방측의 경제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대리전쟁이었다는 점에서 '아랍의 봄'의 심각한 왜곡이었습니다.

아랍권 최대의 인구(8500만 명)를 가진 이집트는 그동안 아랍권의 변화를 선도해온 정치대국이자 군사강국입니다. 1956년 이후 60년대 말까지 수에즈운하 국유화 등 가말 압델 나세르가 주창한 아랍민족주의가 불러온 혁명적 변화를 기억하신다면 이집트의 행로가 갖는 중요성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집트가 진정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정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미국 등 서방의 비호 아래 국민은 외면한 채 정권 유지에만 골몰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돈 많은 독재 왕조 국가들의 유지도 결코 장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이집트 대통령궁 벽에 반정부 시위대가 그려놓은 그림. 무능한 종교독재로 국민을 분열시킨 무르시 대통령에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AP=연합

시민혁명인가, 군사쿠데타인가

서방언론들은 이번 정변을 군사쿠데타로 규정합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군부가 무력으로 축출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미연에 방지된 시민혁명'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대로 방치했다간 올해 안, 내년 초쯤에는 무르시 정권은 무너지고 진정한 민주정권이 수립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군부가 나섰다는 것이죠. 혁명적 정치 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쿠데타라는 얘기입니다. 저도 이 견해가 보다 정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르시 퇴진의 원동력은 바로 시민의 힘이었기 때문입니다.

6월 30일 시위를 주도한 '타마로드(반란)'가 결성된 것은 지난 4월 28일입니다. 그리고 5월 1일부터 무르시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불과 두 달 만에 무려 2200만 명의 서명을 받아냈습니다. 6월 30일 시위에는 1400만 명이 참여했죠. 그런데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무르시가 받은 표는 1300만 표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불신임을 받은 것이죠. 그가 물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는 얘깁니다. 무르시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조직화되고 정치적 구심점이 형성된다면 진짜 민주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겁니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무르시가 선택된 것은 결선투표에서의 상대가 무바라크 정권의 잔당이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집트 국민들은 차악(次惡)을 선택한 겁니다.

사실 무르시도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자파 세력 확장에만 골몰했다, 민주적이지 못했다 등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실각을 부른 가장 큰 요인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경제적 무능이었죠.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는 사우디, 아랍에미레이트(UAE) 등이 무르시 신정권에 대한 거액의 원조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친 이란 성향의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하자 사보타지를 한 겁니다. 카타르의 80억 달러 차관이 없었다면 무르시 정권은 벌써 올해 초에 물러났을 것이란 분석도 있을 정도이니까요.

미국 배후설과 사우디 배후설

어쨌거나 이번 정변은 무르시 정권에 대한 이집트 국민의 저항이 엄청난 것으로 드러나자 군부가 선제적으로 쿠데타를 단행한 겁니다. 여기에서 미국 배후설이 제기됩니다. 이집트군부의 최대 후원자인 미국의 묵인 없이 군사쿠데타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집트는 아랍권 최초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나라입니다(1979년 캠프데이비드 협정). 사우디의 중재로 맺어진 이 협정은 공짜로 맺어진 게 아닙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매년 45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약속했으니까요. 대략 이스라엘이 30억 달러, 이집트가 15억 달러의 미 원조를 매년 받고 있습니다. 이 두 나라는 미국의 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1, 2위 국가입니다. 그런데 미국 법에 따르면 쿠데타 등에 의해 민주정치가 중단될 경우 원조를 자동 중단하게 돼 있습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집트에 대한 원조 계속이 가능한지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으로서도 오케이 사인을 주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집트 군부의 쿠데타를 사주한 외부세력은 미국이 아니라 사우디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사우디 UAE 등 걸프협력위원회(GCC)의 독재 왕조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쿠데타를 사주했고 미국은 마지못해 따라갔다는 겁니다. 미국이 쿠데타를 이유로 원조를 중단한다면 사우디 등이 자금지원을 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지난 9일과 10일 사우디(50억 달러), UAE(30억 달러), 쿠웨이트(40억 달러) 등은 총 120억 달러의 재정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이번 쿠데타의 주역인 압둘 파타 알 시시 국방장관은 한때 사우디 주재 이집트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일한 바 있어 사우디와 가까운 관계라고 하더군요. 또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임시 부통령으로 선출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와 무바라크 정권에서 마지막 총리를 역임한 아흐만 샤피크가 지난 3월 UAE에서 만나 무르시 축출, 무슬림형제단 간부들의 체포 및 기소 등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또 이 같은 사실을 알아낸 미국이 앤 패터슨 이집트 주재 대사와 척 헤이글 국방장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을 통해 이집트 군부에게 무르시 축출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으나 군부가 무시했다는 겁니다. 미확인 보도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현재 이집트 당국은 대대적인 무슬림형제단 간부 검거 작업에 나서고 있지 않습니까.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From Egypt to Syria: Is the Gulf Cooperation Council the Tail That Wags the U.S. Dog?)

만일 이러한 분석이 사실이라면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이 영향력이 줄어드는 반면 사우디 등 돈 많은 독재왕조 국가들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이들 GCC 국가들은 3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알카에다를 비롯한 반군들에게 엄청난 자금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카타르의 경우 30억 달러를 쾌척했다고 하죠.

이집트 민주화는 어디까지?

이번 정변은 이집트 국민들의 엄청난 민주화 의지에 놀란 군부 등 이집트 내 기득권 세력, 그리고 사우디 등 독재 왕조 국가들과 미국 등 외부세력이 더 이상의 혁명적 민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단행한 방지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집트의 민주화를 놓고 이집트 국민과 기득권 및 외부세력 간의 대결이 벌어질 것입니다.

2011년 2월 이후 2년여 만에 2번째 정권을 무너뜨린 이집트 국민들의 저력이 간단치 않습니다만 약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정치적 구심점이 없습니다. 6.30 시위의 주역인 '타마로드(반란)'은 청년과 노동운동 등 시민세력이 주축이 된 조직으로 정권을 맡기에는 아직 미숙한 조직입니다. 또 경제적 취약점도 있습니다. 에너지 자원도 없고, 주로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이집트는 외부의 경제적 도움 없이 자립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사우디 등 독재 왕조 국가들은 바로 이 약점을 빌미로 이집트의 민주화를 통제하려 할 겁니다.

한편 이집트는 미국의 중동정책에서 사우디 다음으로 중요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분석가는 향후 이집트의 행로에 대해 미국이 다음 3가지를 주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첫째 서방측 기업과 금융기관이 이집트 경제에서 활동할 자유(즉 신자유주의)를 보장할 것인가, 둘째 중동지역 내 에너지 자원에 대한 해당 국가의 통제권을 제한하는 한편 미국 기업의 접근권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추종할 것인가, 셋째 이스라엘에 대한 실질적 반대행동에 나설 것인가. 이 세 가지만 충족된다면 이집트의 민주화를 방해하거나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목표에 순응하려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Egypt: The Deck Is Reshuffled (Pt. 1))

이 분석가는 이집트가 무바라크의 (매우 제한된) 세속적 민주주의, 무르시의 (그다지 이슬람적이지도 못했고 실상 민주적이지는 못했던) 이슬람적 민주주의를 거쳐 알 시시의 (민주적이기보다는 군사적인) 군부민주주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집트의 민주주의 실험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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