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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원 안한다? 아이 돈 노!

[최동호의 스포츠당] 스포츠마케팅 남해군을 배워라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는 정부의 재정지원 보증서류를 위조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유치위 관계자를 수사의뢰했다. 문체부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지원은 없다고 못 박았다. 너도 나도 국제대회 유치였다. 그럴싸했다. 대회 한 번 치르면 살림살이 펴질 것처럼 얘기했다. 세계적인 도시로 부상해 관광객이 모여들 것이라고 꼬드겼다. 그럴듯한 이름의 연구원에서 '경제효과 몇 조원'이라는 보고서도 쏟아냈다. 일장춘몽이었다. 성화가 꺼지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사람도 돈도 꿈도 추억도 거품처럼 사라졌다. 남는 것은 '나 몰라라'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빚더미뿐이었다.

2002부산아시안게임도 2003대구 유니버시아드도 실패한 대회였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대회였다. 부산아시안게임은 다대포항에 정박한 북한의 만경봉호가, 대구유니버시아드는 북한의 미녀응원단이 유일한 이슈였다. 외신에선 대놓고 꼬집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개최하면서 경기엔 관심 없고 온통 미녀응원단 얘기 뿐'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그랬다. 대회기간 내내 뉴스의 초점은 미녀응원단이었다.

아시안게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하고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

부산도 대구도 또 광주도 솔직해지자.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하고 난 뒤에 살림살이가 나아졌을까? 대구경북연구원이 발표한 20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경제유발효과는 8조 원이었다.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 경제파급효과는 9820억 원이었다. 부산도 대구도 기대했던 경제효과를 누렸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후유증뿐이었다.

2013하계유니버시아드가 7월 17일 폐막했다. 불과 1주일 전에 끝난 유니버시아드 개최지를 알고 있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2010아시안게임 역시 시청률은 크게 저조했다. 박지성의 프리미어리그, 류현진의 메이저리그에 눈높이가 맞춰진 국내 팬들에게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는 별다른 관심사가 아니다. 마찬가지다. 해외에서도 아시안게임과 유니버시아드는 관심 받지 못하는 대회일 뿐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강원도는 올림픽 경기시설인 알펜시아리조트를 운영하는 강원도개발공사의 총부채가 1조 원인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올림픽 모라토리엄'이다. 2014아시안게임을 앞둔 인천시도 재정난은 마찬가지이다. 인천시는 올해 예정된 아시안게임 관련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부채비율이 40%를 초과해 지방재정위기 단체로 내몰릴 처지이다. 2015유니버시아드를 개최하는 광주시 역시 재정자립도가 41.1%에 불과하다. 강원도나 인천시나 광주시나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는 국제대회는커녕 살림이 거덜 날 형편이다.

지역감정‧ 소속정당 운운하는 무책임한 광주시장

88서울올림픽과 2002한일월드컵의 성공은 복제 불가능한 명품코드 덕분이었다. 서울올림픽엔'냉전의 종말'과'3저 호황'이란 정치경제적 시운이 따랐다. 2002월드컵 역시 '4강 기적'이 있었기에 길거리 응원의 봇물이 터졌다. 올림픽과 월드컵의 후광이 정치인과 자치단체장들에겐 욕심나는 코스프레일 수 있다. 그러나 기적은 쉽게 오지 않는다. '히딩크 매직'이 재현되지 않는 한, 정치경제적 흐름이 우호적으로 전개되지 않는 한, 올림픽도 월드컵도 빚잔치일 뿐이다.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는 더더욱 힘들다.

경제가 파탄 난 그리스는 2004년 올림픽 개최 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나 떨어졌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릴레함메르, 알베르빌, 토리노, 나가노는 물론 적자다. 쓰레기 매립지 위에 폐자재로 메인스타디움을 지을 정도로 짜내고 짜냈던 런던올림픽도 결국 적자였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제적 파급효과가 2조500억 원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단발성 이벤트인 수영대회가 신성장동력이라고 홍보한다. 신성장동력은 고사하고 박태환 없는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중계방송 시청률이 몇 %포인트나 나올지 궁금하다.

정부 보증서 위조가 밝혀진 후 강운태 광주시장의 언행은 놀라웠다. 21일 광주공항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예산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에겐 민주당이 있지 않느냐? 민주당이 예산 심의하면서 할 것이고..."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강운태 시장이 22일 전 직원 임시 조회에서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아이 돈 노(I don't know)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엔 1737억 원을 지원했던 정부가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엔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 내 상식과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간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믿기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논리이다. 지역감정과 소속정당 운운하며 정치적 타결책에 의지하는 광주시장의 모습은 무책임해 보인다. 대회 개최에 따른 경제효과와 광주 발전의 비전, 어려운 시재정을 함께 설명하며 국민의 설득과 이해를 구하리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 2019 세계 수영선수권대회 유치를 성공한 강운태 광주시장이 21일 오후 광주공항에 도착해 정부의 재정지원 보증 서류 조작과 관련, 정부가 공문서 위조 혐의로 고발할 방침을 밝힌데 대해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광역시의 치적 쌓기 스포츠이벤트와 경남 남해군의 발로 뛰는 스포츠마케팅

경남 남해군은 스포츠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국제규격 축구장 7개, 풋살 경기장 2개, 실내수영장등이 갖춰진 스포츠파크와 야구캠프, 체육관등에는 연간 150여 개팀 4만여 명의 선수들이 찾아와 전지훈련에 구슬땀을 흘린다. 남해군은 전지훈련에 만족하지 않고 대회 유치에 나섰다. 유소년, 중고등학교, 대학대회등 각종 아마추어 대회를 유치해 스포츠경기가 끊이지 않고 열린다. 남해군의 중추 산업은 스포츠다. 지역 특색을 살린 스포츠마케팅 사례도 있다. 충남 청양은 단오장사씨름대회를 특화했고 경북 상주군은 연간 7~8개의 승마대회가 열리는 승마의 도시이다.

왜, 꼭 국제대회 유치인가? 프리젠테이션 단상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개최지로 호명되는 순간의 감동적인 포옹장면,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건설되는 경기장과 도로, 유치위원회에서 조직위원회로 이어지는 일자리 보장 등이 없어도 광역시장들이 국제대회 유치에 매달릴까? 광역시에서 국제대회 유치이외의 스포츠마케팅을 활용한 사례는 드물다.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의 스포츠마케팅만 고집하는 것이라면 누가 봐도 정치적 손익계산에 따른 전시 행정이 아닐까? 문체부는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지원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운태 광주시장은 일단 유치하면 언젠가는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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