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 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12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경제 뉴스 읽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가뜩이나 더운데 우리 땅에서도, 다른 나라에서도 시원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적어도 경제분야는 그렇습니다. 아니 한국과 경제를 포개 놓으면 일사병에, 화병이 겹칠 지경입니다.
국정원이 또 한번 속을 뒤집어 놓더니(노무현 대통령이 휴전선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라니요? 이건 정욱식 도우미의 글을 읽어 보십시오) 결국 4대강의 진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내내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이들에겐 불을 보듯 뻔한 얘기지만 현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니 속 터지긴 마찬가지입니다. 이래저래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국회는 국정조사만 하다 시간 다 보낼 듯합니다.
11개 금융 공공기관 부채 150조 원 넘어
우선 간추린 뉴스부터 볼까요? IMF가 세계 경제전망치를 또다시 낮췄군요. 9일 '7월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전망치를 3.1%로 떨어뜨렸는데요, 1월의 3.5%에 비하면 두 번에 걸쳐 0.4%p를 하향 조정한 겁니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최근 세계경제를 이끌어 왔던 신흥국의 성장이 부진한 데다 미국의 재정지출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연초에 이 정도도 예측 못 하다니… 세계 최고의 경제기관이라는 곳도 부실하긴 마찬가지군요. 단언하건대 한 번 더 떨어뜨릴 겁니다. 우리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한마디 했습니다.
"이번 전망에서는 미국 양적 완화 축소 시기와 규모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 출구전략이 반영됐다면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는 좀 더 떨어졌을 수도 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보는 순간 전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알긴 잘 아는군. 너나 잘 하세요" 작년에 IMF 등의 세계경제 회복 전망을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잡아 예산을 짰던 사람들이니 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리면 금융과 관련된 소식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은 회사채 시장을 안정시키고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6조 4000억 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P-CBO란 한마디로 정부기관(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서 부실기업의 채권을 시장에서 팔리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여차하면 정부가 나설 테니 안심하고 사라는 거죠. 여기서 부실기업은 주로 건설사와 해운사, 그리고 조선사들입니다. 업계에서는 전체 6조 4000억 원 중 1조 3000억 원 정도가 순수하게 건설사 지원에 쓰이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를 보시죠.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건설업체 지원 P-CBO 어떻게 운영되나)
물론 이들 기업이 순조롭게 회생하지 못하면 보증을 섰거나 정부의 정책에 따라 대출을 한 금융 공공기관은 또 한 번 부실해지겠죠. 예컨대 예금보험공사가 45조 8855억 원의 부채를 갖게 된 원인 중의 하나는 2010년 이후 파산한 저축은행 정리에 기금을 썼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광풍이 일 때 저축은행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법으로 대형 건설 사업에 투자했다가 망한 일 기억하시죠? 예보뿐 아니라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등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하 11개 금융 공공기관의 부채규모가 150조 원을 넘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금융 정책사업 돈 퍼붓다 빚더미…시장에 잠재적 위협)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한결같이 부동산에 연결돼 있습니다. 부동산/건설 위기→ 금융사의 부도 위기→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 또는 보증, 그리고 건설경기 부양으로 이어지는 연쇄 고리는 한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건설 경기가 나빠지자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4대강 사업과 대규모 토목공사에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보고서 발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보고서(4대강 사업 설계·시공 일괄 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가 나온 뒤 이 나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니라고 하더니 결국 반대파의 이야기들이 진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역시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재추진을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국토부가 2009년 2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건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2008년 6월, 촛불에 덴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중단 선언을 했지만 속으론 아니었다는 얘기죠. 국토부는 수심 2.5m만 되어도 대운하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론 수심 6m가 되도록 파냈습니다.
ⓒ뉴시스 |
한 마디로 '건설사-관련 정부부처-청와대'가 '짜고 치는 고스톱'에 온 국민이 무려 22조 2800억 원의 판돈을 댄 겁니다. 건설사로 흘러들어 간 이 엄청난 떡에 묻어 있던 고물은 또 어디로 흘러갔을까요? 4대강 수질개선 사업에 참여한 코오롱 워터텍에서 나온 '10억대 현금 살포 문건'은 그 신호탄이 될 겁니다. 검찰이 제대로 조사한다는 전제로 그렇다는 얘깁니다.
4대강에는 앞으로도 우리 한숨을 쉬게 할 일이 하나둘 들어 있는 게 아닐 겁니다. 건설사들이 강바닥만 파서 무슨 돈이 되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강바닥에서 나온 골재를 중동에 판다 어쩐다는 흰소리를 했지만, 경기도 여주군에는 220만 톤이나 쌓여 있는 준설토를 처리하지 못해 '모래 썰매장'을 만든다는 희한한 발상까지 하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건설사들이 노리고 있었던 건 강변의 위락시설이었습니다. 물이 고여서 호수 같은 경치가 펼쳐지면 그 옆에 골프장과 호텔을 짓겠다는 거죠. 물론 현재로선 이것도 허황된 생각입니다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를 위해 이미 법 개정 등 제도정비도 해 놓았습니다. 아마 조금 있으면 카지노를 허용해 달라고 아우성일 겁니다. 서울 한복판 용산에서도 그런 요구를 하고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는 무엇을 한 걸까요? 이 정부의 "녹색성장"은 지금도 모범 사례로 국제회의에서 언급됩니다. 문서로는 '녹색혁명'의 온갖 의제를 망라했지만 실제론 4대강 사업과 핵발전소에 돈을 들이붓는 사업이었습니다. 가히 '녹색반혁명'이죠. 그리고 그 후유증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겁니다. 원전과 4대강이라는 양대 비리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터진 건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각종 비리는 떡고물이지, 떡이 아닙니다. 녹색의 이름으로 행한 잿빛 사업들은 경기침체를 이유로 박근혜 정부에도 계속되고 또 새로 기획될 겁니다. 여기에 더 큰 비극이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글을 마감하려는 데 박근혜 정부는 대규모 건설 부양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국토의 11%에 해당하는 도시 외곽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겁니다. 재벌들의 가장 큰 소원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수도권 규제를 푸는 겁니다. 제가 청와대 있을 때도 이들은 "수도권 규제만 풀면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주야장천 외쳤거든요.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도시외곽 개발규제 확 푼다 정부, 투자활성화 대책 추진)
재벌이 투자한다는 건 부동산과 금융 자산 거품에 의한 자본이득을 노리는 거지요. 건설붐→ 거품 붕괴→ 건설사와 금융사의 위기→ 공적자금(또는 정부 보증) 투입, 그리고 건설 경기 부양이라는 악순환은 또 시작됐습니다. 가뜩이나 나쁜 우리 경제를 낭떠러지로 힘껏 밀고 있습니다. 다음 정권은 또 그 뒤치다꺼리나 해야 할 운명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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