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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딸 '가온이'에게 이 고통을 물려줄 생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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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딸 '가온이'에게 이 고통을 물려줄 생각입니까?

[현대차 희망버스 연속 기고 ③] 다시 희망버스, 해방의 버스를 타자

"참 서럽고 답답하다. 두 시간 라인 잡는 대가로 조합원 30여 명 병원 실려 가야 되나? 이 악물고 다시 하자."
"사측의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동지는 머리와 허리를 질근질근 밟혀 머리와 이빨 파손 (…) 사진 찍던 **동지는 카메라 박살난 채 끌려 내려와 골절되어 긴급 병원 후송 목 뒤 등뼈 골절 (…) 수 명이 앰뷸런스에 실려 가고."
"지회장에 대한 수차례 '납치' 시도 자행(…)."

최근 울산 현대차 공장의 부분 파업과 관련해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들이 올린 SNS 글들이다(관련 기사 : 현대차 비정규직 "용역·경비에게 밟혀 등뼈 2개 골절"). 공중에서 접하는 단순한 문자의 전달만으로도 너무도 분노가 치솟았다. 그러나 '금속노조 지침을 따라 파업을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얻어터지고 공장에서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합니다'라는 한 해고자의 이 짧은 한마디를 접하며, 그 속 깊이 담겨 있는 분노를 감히 내가 느낀 분노와 비교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몸조심하라는 연대 동지의 걱정에 '죽지 못해 산다'는 지회장의 이 한마디 또한 10년 투쟁의 고뇌와 자본에 대한 분노를 짐작케 한다. 투쟁을 이끌어가는 무거운 책임감, 고통, 수고로움이 얼마나 그를 짓누르고 있는지 사무치게 다가온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더 이상 어떤 목청 터지는 연설이 필요할까? 또 더 이상 어떤 구구절절한 호소의 글이 필요할까?

현대자동차 불법 파견 사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 이름만으로는 너무도 초라한 그들. 그러나 그들은 너무도 힘차게 싸우고 있다. 그저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불법 파견 투쟁 10년, 대법 판결 이후 3년, 280일이 다 돼 가는 철탑 농성, 양재동 현대 본사 노숙 농성 75일. 10년을 골리앗 현대 자본에 맞서 쉼 없이, 포기하지 않고 투쟁을 벌여왔던 그들이다. 비정규직 최초로 CTS 공장 점거 파업 투쟁을 벌였던 그들이다. 정규직 전환의 대법 판결을 받아내고도 모든 사내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자본의 불법 파견 노동 착취를 끊어내기 위해 철탑 위도 마다하지 않고 싸우고 있는 이들이 바로 그 보잘것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또한 퍼붓는 빗속에서도 노상에서 비닐 한 장도 덮지 못한 채, 자본의 사설 경비대를 자임하는 공권력과 현대 자본의 폭압에 맞선 75일간의 양재동 노숙 농성으로 물러섬 없는 투쟁을 해왔다.

현대차 불법 파견 투쟁 10년,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2년 전 6월 그 뜨겁던 여름, 생면부지의 수백 명이 역시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나러 오직 한마음으로 부산으로 가는, 이름도 낯선 '희망버스'에 올랐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도착한 승객들은 용접으로 폐쇄된 공장 정문과 공장 담벼락을 둘러싼 경찰을 보는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참으로 막막했다. 정작 우리가 응원과 희망을 주고자 만나러 간 사람들을 그 누구도 볼 수가 없었다. 우리 모두 가는 내내 속으로 외치며 되뇌었던 '김진숙 살려내라! 정리해고 철회하라!'를 목청껏 외치는 그 소리를 들어줄 바로 그들을 볼 수 없었다.

그 순간 천국의 문을 오르는 계단처럼 공장 담벼락을 타고 넘어오던 사다리. 누가 올렸는지, 왜 올렸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는 더더욱 고민할 틈도 없이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린 모두 희망으로 가는 계단을 밟았다. 그곳에 우리가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린 서로 손을 잡아주며 외로움과 고립감으로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랐다.

우리는 두렵지 않았다. 자본은 겨우 200mm 두께의 담벼락과 용역이란 폭력의 도구로 '희망'을 막으려 했지만, 그 단절된 세상을 우리는 해방구로 열었다. 그 해방구에서 우리는 그 어떤 절망도 포기도 두려움도 느낄 수 없었다. 희망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두려움을 떨쳐낸 우리의 믿음과 실천만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을 우리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는 또 다른 해방구를 열기 위해 '희망의 버스'를 탈 것이다. 울산 현대차로 가는 희망의 버스를. "힘들지?"라는 걱정에 "언제 이렇게 호강하고 대접받겠냐?"라며 껄껄 웃던, 현장에서 얻어맞고 깨지고 힘들게 싸워가는 조합원들 때문에 울먹이던, 오히려 우리의 2000일 장기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던 뚝심의 나의 동지 병승이를 만나러 갈 것이다.

"이제까지 참았으니 조금만 더 참으라"라고 말씀하신 어머니가 서운했다던, 희망버스를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린다던,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사람들의 환한 얼굴이 보고 싶다는 투박하지만 순박한 천사(천의봉 사무장을 지회에서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나의 동지 천의봉을 만나러 갈 것이다. 늦둥이 예쁜 딸 가온이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를 맞고 싶다는, 그 작은 일상의 행복을 갖기 위해 싸우겠다는 나의 동지 박현제를 만나러 갈 것이다.

길고 긴 투쟁을 끝낼 수 있는 자본의 썩은 당근인 신규 채용안을 거부하며 머리가 깨지고, 뼈가 부러지고, 납치되어 무참히 버려져도 '모든 사내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걸고 싸우는 멋진 나의 동지들을 만나러 갈 것이다. 제국의 대군에 맞선 '300'의 스파르타 군대처럼 싸우고 있는 자랑찬 나의 동지들을 말이다.

동지들! 잊혀가는 철탑 농성이 될까봐 외로웠다고, 희망버스가 온다는 소식에 서로 얼굴이 밝아졌다고 기뻐하는 우리의 동지들을 만나러 갑시다. '힘드니 그만 내려오라'는 걱정의 말보다는 나의 저항의 몸짓 하나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한 걸음임을 믿읍시다. 그저 말하기 좋은 '희망'이 아닌 쟁취하는 '해방의 버스' 승객으로, 아니 그날만은 해방의 전사로 우리 모두 울산으로 모입시다!

우리 모두 가온이가 살아가는 '비정규직 없는 해방 세상'을 꿈꿔봅시다. 울산 현대차로 가는 '희망버스'를 타고.

*이 글은 <레디앙> 등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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