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오전 기자설명회를 열고 "관리비 항목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개인의 호주머니 돈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아파트 관리비부터 회계정보, 공사용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아파트 주거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실태조사 결과 우선 각종 계약 관행에 문제가 있었다. 수의계약 한도인 200만 원을 초과함에도 수의계약을 남발한 사례가 10개 단지 총 56건에 이르렀다. 또한 수의계약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공사비를 200만 원 단위로 쪼개 계약한 사례도 있었다.
모 단지의 경우 하수관 교체 공사 수의계약을 하면서 계약 금액이 1200만 원인데, 배관 단가를 과다 계상해 186만7000원을 더 지급했다. 이런 식으로 실제 단가보다 비싸게 대금을 지급하거나 공사 계획보다 적게 물품을 지급 받는 등 공사비를 빼돌린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입주자대표회 회장이 계약 주체가 된 사례도 있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장은 계약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관리비 운영과 관련해서는 관리비와 별도로 운영해야 할 장기수선충당금을 관리비와 구분하지 않고 운영하는 사례가 많았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의 노후화에 대비해 수선 비용으로 적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유주가 부담을 해야 한다. 그러나 거주자 중에는 세입자들도 있는데 이들이 낸 관리비와 섞어서 쓰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또 주민들이 수거한 재활용품 매각 대금 등 잡수입 운영도 주먹구구인 경우도 있었다. 재활용품 매각 수입은 거주자가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수입을 관리비 경감에 사용하지 않고 부녀회 활동비로 쓰거나 장기수선충당금에 적립해 거주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모 아파트 단지는 인근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의 소음과 진동, 분진 피해 보상을 요구한 뒤 결성한 대책위원회가 보상 받은 1억5000만 원 중 1억3000만 원을 위원회 활동비로 유용하기도 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이렇게 아파트 관리가 부실한 이유 중 하나는 재건축을 위한 사실상의 노후 아파트 방치도 있다는 판단이다. 박원순 시장은 "아파트를 재산 증식 수단으로 인식해 매매차익을 노리거나 재건축을 기대하며 적기에 보수하지 않아 아파트 수명이 선진국의 절반 정도로 짧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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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문제의 원인이 투명하지 않은 아파트 관리 행정 때문이라 보고, 서울시는 아파트 관련 정보 공개 범위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아파트 관리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토록 했다.
이 정보는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openapt.seoul.go.kr)에서 볼 수 있다. 정보마당에서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와 같은 동네에 규모가 비슷한 아파트 단지의 관리비를 비교해볼 수 있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 장기수선계획 및 장기수선충당금, 공사 용역 및 위수탁관리 계약서, 회계감사보고서,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그램 등도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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