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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이버 전쟁을 시작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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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이버 전쟁을 시작하다 ①

[박인규의 지구촌분석] 미국 vs 이란, 시작된 보이지 않는 전쟁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지난 4일로 준비호 2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5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이번 주 지구촌 최대의 뉴스는 이집트 무르시 정권의 붕괴입니다. 정권 출범 1주년인 지난 6월 30일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고, 이에 편승한 군부가 '48시간 내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더니 7월 3일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하는 무혈 쿠데타를 단행했습니다. 지난 2011년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무너뜨린 지 30개월 만에 이집트의 민주주의가 무너진 것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이집트 군부 '무혈 쿠데타'로 대통령 축출)

이번 군부 쿠데타가 앞으로 이집트 및 중동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르시 정권은 중동지역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민주적 선거에 의해 탄생한 정권이었다는 점과 이집트라는 나라가 중동지역의 세력균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나라라는 점입니다. 이집트에 어떤 성격의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무르시 정권이 (서방과는 불편한 관계인) 이슬람 성향의 무슬림형제단을 바탕으로 한 반면 이집트 군부는 아무래도 미국과 가깝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지난주 에콰도르 정부가 에드워드 스노든의 망명을 수락할 것인지 관심거리였는데, 역시 미국의 힘이 세긴 센가 봅니다. 코레아 대통령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스노든의 망명을 고려한 바 없으며 그를 도울 의사가 없다고 말했으니까요. 코레아와 조셉 바이든 미 부통령과 정중한 통화를 한 후에 이런 입장을 아마도 바이든 부통령이 '정중하게' 모종의 협박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Ecuador says it blundered over Snowden travel document)

그 후 모스크바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오던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 전용기가 오스트리아에 강제 착륙 당하는 해프닝이(이 비행기에 스노든이 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미국이 압력 때문이라는군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국외 주둔 미군 부대에서 이번 폭로의 주역인 <가디언>에 접속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스노든 폭로에 대해 미국 정부가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는 얘기이지요.

여러 가지 굵직한 사건이 있었지만, 이번 주에는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 사이버전쟁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문제가 지구촌의 장래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 오바마 대통령. ⓒAP=연합

21세기는 사이버 군비 경쟁의 시대

스노든 폭로에 대한 세계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국민은 정부가 자신들의 사생활이 속속들이 감시하고 있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면, 독일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은 미국이 우방국의 비밀까지도 캐내고 있는데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적대국 이란을 상대로 사이버공격을 시작했으며, 이에 대해 이란이 반격을 가하는 등 이미 사이버전쟁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현재 사이버전쟁 관련 예산으로 연간 300억 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으며, 13개의 사이버공격팀을 창설하는 등 사이버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란 등 적대국들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지요. 그래서 20세기가 핵 군비 경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사이버 군비 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에는 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미 국가안보국(NSA)은 규모 면에서 중앙정보국(CIA)을 훨씬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정보기관이지만 그 실상은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CIA에 관한 책들은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지만 NSA의 실상을 파헤친 책은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런데 NSA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제임스 뱀포드란 분이 지난 6월 12일 <와이어드(Wired)>란 인터넷 매체에 '은밀한 전쟁'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했습니다. 스노든의 폭로가 있은 지 이틀 후이지요.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The Secret War)

뱀포드는 1983년 NSA의 실상을 최초로 파헤친 책 <퍼즐 팰리스(Puzzle Palace)>(NSA는 1952년 창설)를 비롯해 <바디 오브 시크리츠(Body of Secrets)>(2001년), <셰도우 팩토리(Thw Shadow Factory)>(2008년) 등 NSA에 관한 책만 3권을 펴낸 세계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은밀한 전쟁'에 따르면 미국은 부시정부 때인 2006년부터 사이버 공격을 통해 이란의 핵(우라늄) 농축 시설에 물리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사이버전쟁을 시작했으며 이 전쟁은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이버 공격으로 군사시설에 물리적 피해를 준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으시지요. 그런데 이 사실은 작년 6월 1일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생거 기자의 특종 보도로 세계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생거 기자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사이버 공격한 악성코드가 우연하게 세상에 알려진 2010년 여름부터 약 2년간 추적 취재를 한 끝에 <대결과 은폐: 오바마의 은밀한 전쟁과 미 군사력의 놀라운 사용(Confront and Conceal: Obama's Secret Wars and Surprising Use of American Power)>이란 책을 펴내면서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는 형태로 특종 보도를 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Obama Order Sped Up Wave of Cyberattacks Against Iran)

미국은 어떻게 사이버 공격으로 이란의 핵시설에 물리적 타격을 가한 것일까요? 때는 2006년, 저명한 탐사보도 기자인 세이무어 허시가 <뉴요커>에 미국의 대이란 군사공격이 임박했다고 보도할 즈음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핵무기까지도 동원한 군사공격을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이란의 직접적 공격 대상인 이스라엘도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강력히 원했습니다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이란에 대한 물리적 군사 공격이 초래할 후과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지요. 3차 대전으로 확대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때 나온 묘안이 바로 사이버 공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우라늄농축)을 방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거 기자에 따르면 당시 유럽 등 우방국들은 자국에 미칠 경제적 영향을 우려해 대이란 경제제재에 미온적이었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단독으로라도 이란을 공격하겠다고(1981년 이라크 오시라크 핵발전소를 폭격했던 것처럼) 우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사이버공격이었다고 합니다.

2006년 미국과 이스라엘 공동으로 '올림픽 게임(Olympic Games) 작전'이 시작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우라늄 농축을 위해 사용되는 원심분리관을 통제하는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집어넣어 원심분리관의 회전속도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원심분리관은 초음속의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데, 회전속도가 너무 느리면 핵물질인 우라늄235가 분리되지 않고, 너무 빠르면 원심분리관이 망가지거나 폭발한다는군요. 즉 원심분리관 통제 컴퓨터에 악성코드(스턱스넷: Stuxnet)를 넣어 회전 속도를 바꾸는 것이지요. 생거 기자에 따르면 2008년 미국 내 모의실험을 통해 사이버 공격을 통해 원심분리관에 물리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합니다.

문제는 원심분리관을 통제하는 컴퓨터가 모든 인터넷 네트워크로부터 차단돼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누군가 이란의 핵시설(나탄즈 핵 개발 단지)에 접근해 컴퓨터에 스턱스넷을 심어 넣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뱀포드에 따르면 2008년 12월 13일 이란의 전자제품 수입상인 알리아크바르 시아다트 등이 이란 정보당국에 체포됐는데, 아마도 이들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포섭돼 그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사이버전쟁 시작

어쨌든 이렇게 해서 부시 정부 말기에 이란에 대한 미국의 사이버전쟁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2009년 1월 퇴임하기 수일 전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2개의 비밀 군사 작전, 즉 이란에 대한 '올림픽 게임' 작전과 파키스탄에서 무인기(drone) 프로그램을 계속하라고 요청했고 오바마는 이를 수락했습니다. 이후 미국의 사이버 공격으로 나탄즈의 원심분리관 5000개 중 1000개가 망가지는 피해를 당했다고 하는군요. 그리하여 세계는 핵무기 개발 이후 다시 한 번 미국의 선도로 사이버전쟁이라는 새로운 전쟁의 영역에 발을 내딛게 된 것입니다. (무인기 전쟁도 사이버전쟁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인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란은 2010년 여름까지도 나탄즈 핵 개발 단지의 원심분리관들이 오작동하는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나탄즈에만 머물러 있도록 설계된 스턱스넷이 나탄즈를 빠져나와 전 세계 컴퓨터로 퍼져 나가면서 그때야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게 됐다고 합니다. 2011년 이란은 자국의 핵시설이 사이버 공격으로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적들에 대해 사이버전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합니다.

한편 오마바 대통령은 스턱스넷의 실체가 밝혀진 2010년 여름, 올림픽 게임 작전을 계속할 것인지를 놓고 숙고를 거듭한 끝에 공격 계속을 결정합니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컴퓨터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하지만, 물리적 공격 외에 이란의 핵 개발을 지연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란의 대응은 무엇이었을까요? 생거 기자의 특종보도가 나온 지 두 달여 후인 2012년 8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컴퓨터 3만 대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이메일, 스프레드 쉬트 등 소장 데이터의 4분의 3이 지워졌고 컴퓨터 화면에는 불에 탄 미국 성조기 이미지가 떴다고 합니다. 수일 후에는 카타르 천연가스 회사인 라스가스(RasGas)가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았고,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들도 거부 공격(denial-of srvic)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물론 이란 측은 이들 공격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뱀포드에 따르면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 모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문자 그대로 사이버전쟁이 시작된 것이고, 미국과 이란이 1차 교전을 한 셈입니다.

아 참, 지난 6월 28일 <경향신문>이 미 NBC 방송을 인용한 보도를 보니 애초 <올림픽 게임> 작전을 지휘했던 제임스 카트라이트 전 합참 부의장(2007~2011년)이 이 문제와 관련해 간첩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하는군요. 미 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미, 이번엔 전 합참차장이 기밀 누설)

다음 주에는 지난 2005년부터 9년째 NSA 국장을 맡고 있고 동시에 2010년 창설된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또한 미 군부의 NSA라고 할 수 있는 CSS(Central Security Service) 국장까지도 겸임하고 있는 케이스 알렉산더 육군 대장을 통해 미국의 사이버전쟁 현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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