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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붐, 제2의 벤처 붐이 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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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붐, 제2의 벤처 붐이 돼선 안돼"

[협동열전] 참언론협동조합 전율호 이사장 "더디지만 멀리"

부산에는 <부산일보>, <국제신문>, 대구에는 <매일신문> 등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이 있다. 모두 1946~1947년 해방 뒤 창간돼 지역 대표 언론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그렇다면 광주에는? 인구 150만 명에 일간지만 25개에 이른다고 한다. <광주일보>, <전남일보> 등 역사와 규모를 갖춘 신문들도 있지만 상당수 신문사들은 기자들이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서야 하거나, 아예 기자가 없는 신문사도 있다고.

이렇게 어려운 데도 언론사는 계속 늘어가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몇몇 기업들은 홍보 혹은 방패막이 수단으로 언론사를 만들고 있다. 기존의 언론들도 장기화된 지역의 경기 침체로 인해 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 지역에서 제대로 된 대안 언론을 만들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지난 해 12월 협동조합 설립 신고를 하고 정식 창간을 준비하고 있는 '참언론협동조합.' 지난 달 26일 참언론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전율호 이사장을 만났다. 전율호 이사장은 <전남일보> 기자 출신이다.

▲ 참언론협동조합 전율호 이사장. ⓒ프레시안(김하영)

참언론협동조합의 태동은 지역 매체 비평이었다.

"광주전남민언련에서 매체 비평 활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단순히 매체 비평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평을 넘어서서 지역 현안에 대한 탐사보도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비평에만 그치지 않고 아젠다를 발굴하고 이슈화 시키는 대안으로서의 언론 역할이 필요하는데 논의가 모아져 대안언론 창간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처음부터 협동조합 형태로 창간하려던 건 아니라고 한다.

"처음에는 사단법인 형태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7월경에 참여자들과 논의하면서 사단법인보다는 협동조합 형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광주 지역에도 대안언론 움직임이 있지만,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역량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구성원들의 민주적 의사 결정과 참여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 대안 언론에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12년 7월부터 준비한 참언론협동조합은 그해 12월 설립신고까지 마쳤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이 12월이었으니, 협동조합 분야에서는 '할아버지 뻘'이다.

"어려움이 많았죠. 그 당시만 해도 협동조합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자문 구할 데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협동조합에 대한 책을 사다가 준비위원들이 세미나를 하면서 협동조합을 공부했습니다."

어렵게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시작도 나쁘지 않았다. 설립 초기 500여 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조합원 모집 목표는 2000명이었다. 1000명이 되면 창간호를 낼 수 있으리라 봤다. 그런데 조합원이 좀체 늘지 않았다.

협동조합 설립 후 6개월을 지켜봐온 전율호 이사장은 협동조합 붐 현상에 대한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을 지적했다.

"협동조합에 대한 그릇된 환상이 있는 것 같아요. 협동조합 교육하는 사람들 중에 상당수는 협동조합에 출자를 하면 무조건 배당을 받는 것처럼 홍보를 합니다. 협동조합은 금전적 이익을 얻기 보다는 조합원들의 신뢰와 소통을 통해 가치를 나누고 공동의 이익을 위한 조직인데, 마치 주식을 사고 배당을 받는 주식회사와 혼동하게 설명을 합니다. 농협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관치에 대한 경계도 잊지 않았다. 5월말 기준으로 광주는 151건의 협동조합 설립이 신고돼 서울(401건), 경기(161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전국에서 협동조합 열기가 가장 높은 편.

"광주 지역 경기가 안 좋으니 협동조합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들도 있겠죠. 그보다는 관에서 주도하는 협동조합 붐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봐요. 협동조합 활성화 예산 같은 게 잡히니 그걸 노리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관이 실적을 내기 위해서 수치화 되는 양적 성장에만 매달리면, 결국 나중에는 벤처 붐처럼 거품이 꺼질 때 사람들이 협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남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저희한테도 구청에서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런데 협동조합은 자립이 원칙 아닙니까. 그래서 다른 지원은 필요 없으니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리는 교육에 힘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참언론협동조합이 발행한 <광주오늘>의 준비호.

참언론협동조합은 지난 5월 창간준비1호를 냈다. 앞으로 8월까지 창간준비호를 세 번 더 내고 9월에 창간호를 발행할 계획이다. 창간호 제호는 <광주오늘>이다. 일단은 격주간으로 낼 예정이다. 현재 기자를 모집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아무래도 처음 가는 길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이 있네요. 그래도 부딪히면서 가야죠. 조합원 모집도 중요하지만 현재 조합원 교육에도 더 신경 쓰려고 합니다. '왜 내가 참여했는가'를 알아야죠. 협동조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더디지만 한걸음씩 내딛는다는 자세로 가려고 합니다."

참언론협동조합은 풀뿌리 저널리즘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언론 협동조합의 참고서가 될 수 있을까. 전율호 이사장은 "더디지만 흔들리지 않고 멀리가겠다"고 몇 번을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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