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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좀비 보다 나은가?

[이태경의 고공비행] "생태적 관점에서 <월드워Z>를 보다"

<월드워Z>를 봤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이 좀비로 변하고 그 좀비들이 다른 인간들을 공격해 삽시간에 또다시 좀비(undead)로 만드는 대재앙이 벌어진다. 멸종의 위기에 빠진 인간들이 좀비를 상대로 벌이는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주인공 브레드 피트가 바이러스의 최초 발병지를 찾아 세계 곳곳을 헤맨다. 이 영화에는 몇몇 인상적인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소리에 자극받은 좀비들이 예루살렘에 설치된 엄청난 높이의 장벽을 개미떼처럼 올라가는 장면은 시각적 쾌감의 극한을 경험하게 한다.

<월드워Z>를 읽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생태적 관점에서 읽었다. 인류가 볼 때 좀비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반드시 전멸시켜야 하는 적이다. 하지만 지구의 관점에서 볼 때 좀비와 인간 가운데 누가 더 위협적인 존재인지는 자명하다. 인간이라는 종(種)이 지구에 출현한 이후 인간은 지구의 운명에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물과 화석연료 위에 만들어진 인류의 문명은 지구 생태계를 근저에서부터 훼손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인류 문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미 지구생태계는 인류라는 종의 문명존재방식 혹은 생산양식을 감당하기 힘든 임계점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물과 화석연료가 바닥을 드러내는 날 인류가 쌓아올린 찬란한 문명은 형체로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지구생태계도 복원되기 힘들 정도의 손상을 입은 상태가 될 것이다. 내게 <월드워Z>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좀비들을 통해 지구생태계를 위협하는 인류를 빗대는 알레고리처럼 보였다.

영화 얘기를 더 하자. <월드워Z>의 주인공 브레드 피트는 여전히 빛나고 멋있다. 아주 오래 전, 정확히 말해 20년 전, 브레드 피트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년)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었다. 그 때의 브레드는 아직 서른 살도 되지 않았다. 브레드는 골든보이 로버트 레드포드의 재림 같았다.

20년이라는 세월은 브레드의 얼굴에 짙은 주름과 숨길 수 없는 늙음의 흔적을 남겼지만, 그는 젊은 날의 숨 막히는 아름다움과는 다른 치명적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브레드의 미소는 너무나 따뜻하고, 브레드의 눈빛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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