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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증, 무담보, 무이자…'3無 대출'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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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무보증, 무담보, 무이자…'3無 대출' 그 이상!

[협동열전] '더불어사는사람들'이 사는 방법

무보증에 무담보에 무이자인 대출이 있다.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이 취약계층에게 100만 원 안팎의 소액을 대출해주는 일명 '착한 대출'이다. 일종의 마이크로 크레딧 뱅크. 그런데 이들이 하는 대출이 '착한' 이유는 보증과 담보, 이자가 없는 '3무(無) 대출이어서만은 아니다. 지난 24일 서울 불광동 더불어사는사람들 사무실에서 이창호 대표를 만나 어떻게 이런 사업이 가능한지, 이런 사업을 왜 하는지 들어봤다.

"60대 아주머니가 대출을 신청하셨어요. 130만 원을 빌려 달래요. 어디에 쓰실 거냐고 물어봤더니, 틀니를 해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근처에 있는 치과들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이런 분이 계신데, 무료로 틀니를 해줄 수 없겠냐'고. 한 치과 원장님이 '1년에 한 분은 해드릴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아주머니를 그 치과에 소개해줘 틀니를 해드렸습니다. 물론 틀니를 해드렸으니 대출은 안 받으셨죠."

대출은 해주지 않았지만, 대출 신청자가 원하는 틀니를 했기 때문에 목적은 달성했다. 평범한 금융기관이었으면 금융 거래가 목적이지만, 더불어사는사람들의 '착한 대출'은 대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어머니 MRI 촬영비를 대출 받고 싶다"는 대출 신청자에게도 돈을 빌려 주기 전에 신청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병원들에 전화를 걸어 MRI 무료 촬영 가능 여부부터 살펴 결국 병원을 연결시켜 줬다. 목적이 대부업이 아니기에 대출금을 상환 받는 방법도 다른 은행들과는 다르다.

"수원에서 복사 가게를 하는 분이 100만 원을 대출 받았는데, 50만 원까지 갚고 더 이상 상환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장사가 잘 안 됐나 봐요. 그래서 경기 광역 자활센터, 경기도의회 등 아는 곳에 복사 제본 일거리가 있으면 그 사람에게도 좀 주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거기도 다 거래처가 있으니 쉽지 않죠. 나중에는 제가 국회 토론회에 초청 받았는데, 토론회 자료집을 거기에 맡겨달라고 그랬어요. 그 이후 경기 광역 자활에서도 그 쪽에 일감을 줬고요. 결국 700만 원 어치인가 일감을 줬죠.(웃음)"

▲ (사)더불어사는사람들 전양수 이사장(왼쪽)과 이창호 대표(오른쪽) ⓒ프레시안(김하영)

이런 식이다. 50만 원, 100만 원 빌려 가서 월 8만3000원, 월 4만2000원 상환(1년 원금균등 상환)하는데 못 갚을 정도면 얼마나 어렵기 때문에 못 갚겠냐는 생각부터 한다. 상환이 끊긴 사람들에게 전화 해보면 다쳐서 일을 못 나가고 있거나, 장사가 안 돼 수입이 없는 경우다. 그래서 밥 굶을까봐 쌀부터 퍼다 준다. 일자리가 필요하면 지인들에게 수소문해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 가게가 장사가 안 되면 장사 잘 되게 컨설팅도 해준다.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정보의 사각 지대에 놓여 본인이 받을 수 있는 복지 서비스도 못 받는 경우도 많다. 긴급 구호가 필요하면 그 지역의 사회복지사를 연결해 주기도 한다. 필요하면 고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대신 파산 신청도 해준다.

"김연아, 손연재 선수 잘 하잖아요. 그런 선수들 모두 코치가 있어요. 그런데 어려운 사람들 보면 코치가 없어요. 이들도 모두 경제 코치, 건강 코치, 가정 코치가 필요해요.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 연결 시켜 줘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려고 해요. 그게 협동사회죠."

더불어사는사람들이 착한 대출을 위해 쌓아둔 출자금은 2600만 원 수준. 한 사람에게 최고 100만 원까지 대출해준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금을 빌려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100만 원이 필요한 사람들은 한 달에 10만 원 이상 상환하기 힘들기 때문에 갚을 수 있을 만큼 빌려주기 위해 1인당 대출 잔액이 100만 원이 넘지 않게 했다. 보통 긴급자금으로 50~100만 원 정도를 대출해간다. 그런데 100만 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진 재산이 100만 원이 안 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한 달 25만 원짜리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에게 100만 원은 큰 돈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한 달에 48만 원 받는데 고시원 25만 원 빼고 휴대전화 요금내고 끼니라도 떼우면 마이너스예요. 이런 분들에게 100만 원은 큰 돈이죠. 딸이랑 보증금 500에 월 30짜리 월세에 살다가 아파서 일을 못 나가 보증금 다 쓰고 쫓겨났어요. 당장 이사 하려면 용달비만 10만 원 이상 나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우리가 빌려주는 100만 원도 너무나 유용한 거예요. 사채 받아 봐요. 100만 원 빌리면 선이자 떼고 70만 원 들어와요. 그리고 계속 이자가 쌓이죠. 100만 원이 급한 사람들이 어떻게 갚겠어요. 그러다가 빚쟁이의 나락으로 빠지는 거죠. 100만 원 때문에."

무보증, 무담보이기 때문에 대출 신청 서류는 통장 사본과 주민등록초본, 약정서면 된다.

"2월에 30만 원을 빌려갔다가 그 다음 달에 바로 갚은 대학생이 있어요. 얼마 전에 다시 50만 원 대출 신청이 왔더라고요. 계절학기 수강하는데 필요하데요. 그런데 가족관계증명서를 보내왔어요. 그래서 필요 없다고 했어요. 믿고 빌려 주는데 가족관계를 알아야 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 우리가 뭐 개인정보 팔아서 돈 버는 데도 아니고. 허허.(웃음)"

돈을 떼먹는 사람들은 없을까.

"안 갚는 사람들은 갚을 능력이 없어서 안 갚는 사람들이 아니더라고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진짜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전화 걸면 못 갚는 이유를 설명해주면서 미안해해요.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봅니다. 그런데 안 갚으려고 마음먹은 부도덕한 사람들은 연락을 딱 끊어버립니다. 설 전날 7만 원을 빌려간 사람이 있는데, 한 달에 6000원씩 갚으면 돼요. 그런데 연락이 안 돼요. 그런 사람은 우리가 찾아서 벌을 받게 할 겁니다."

그래도 대출 상환율이 90%에 이른다고 한다. 대출 대상이 저소득 취약계층임을 감안하면 상환율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이자'다. 대출금 상환 기간 동안 연리 1% 상당의 이자(100만 원 대출시 1만 원)를 받지만 대출이 완료되면 상환 축하금으로 돌려준다. 상환율이 높은 편이어도 10%의 손실은 발생한다. 도대체 남을 수 없는 구조다. 운영이 가능할까.

"우리가 만약 이자를 1%라도 받는다고 해봅시다. 대출에 나가는 돈이 2600만 원이면 연 이자 수입이 연 26만 원이겠죠. 그런데 우리 뜻에 공감해서 후원해주시는 분들의 후원금이 1000만 원이 들어온다고 칩시다. 결과적으로 10억을 굴리는 효과가 있는 거예요."

그렇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의 '착한 대출'이 유지되는 구조는 후원금이다. 2년 동안 들어온 후원금이 2000만 원 정도. 반면 2년 동안 쓴 경비가 270만 원이라고 한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의 이창호 대표를 비롯해 전양수 이사장 등은 모두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돈을 굴려 버는 이자 소득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얻는 수익이 훨씬 큰 셈이다.

▲ 더불어사는사람들 홈페이지에 올라 온 대출후기.
"내 돈 쓰며 일하고 있다" 이창호 대표는 진정한 '신용협동조합'의 부활을 꿈꾸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는 대출을 받아 상환하는 사람들에게 '출자'를 권하고 있다. 단 1만 원이라도 출자를 하면 저축도 되고 주인의식도 생겨 더 책임감 있게 더불어사는사람들의 착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힘주어 말했다.

"이 사업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출자금이 늘어 이창호 대표 혼자만으로는 대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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