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외교안보라인 인사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당초 생각했던 것 보다 교체 폭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장 이번 주 안이나 다음 주 초에 급박하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가 "명확하게 이 쪽(인사 폭 확대)으로 간다는 것은 아니고 객관적 상황이 조금 변했다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이는 "교체 폭이 외교안보라인이 아니라 외교부처로 한정되고 있는 상황"이라던 지난 19일 발언의 기류와는 그 맥을 달리 하는 것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윤광웅 국방장관이 연례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치고 돌아온 23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2년 3개월간 장기 재직했고 SCM에서 전시작통권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정리돼서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해 이 발언을 뒷받침했다.
정부 부처에 대한 국정감사가 다음 달 1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 초에는 최소한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이 교체될 것이 확실시 된다. 경우에 따라선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청와대 안보실장까지 포함해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전면적 교체까지 점쳐지고 있다.
유엔 가는 반 장관, SCM 마무리한 윤 장관
반기문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당선이라는 물리적 조건 외에 북핵 파동 등으로 인해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등 전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인사요인은 상존했었다.
노 대통령도 지난 10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외교안보라인 전면 경질"요구에 대해 "전장에서 말을 갈아 탈 순 없지 않냐"며 "적절한 시점에 교체할 테니 이해해 달라"고 '상황 안정화 후 부분 개각'을 시사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외교안보라인 구상이 북핵 실험으로 인해 벽에 부딪힘에 따라 '반기문 장관의 빈자리만 먼저 채우고 다른 자리는 차차 고려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청와대의 구상이 이처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에는 복합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먼저 북핵 실험 이후 외교안보라인이 급박하게 돌아갔고 지난 주 초만 해도 2차 실험 징후가 보인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지만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의 관련국 방문,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문,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등에다가 '북한이 최소한 당장은 2차 실험에 나서지 않을 것 같다'는 관측이 유력해지면서 상황은 고착화 내지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최근 SCM에서 전시작통권환수 시기가 완전히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한미 양국이 이에 대한 중간 합의를 이끌어 냈고 윤 장관의 교체를 전제로 하며 늦춰지던 장성 인사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
현 핵심 포스트들 여전히 유력하게 거명
'최소한 외교, 국방장관 교체, 아니면 외교안보라인 전면 교체'로 외교안보 라인 인사의 흐름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각 포스트의 후임자가 누구로 정해질지가 관심사다.
먼저 외교부 장관은 송민순 안보실장과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다만 송 실장은 북핵실험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데에다가 북핵 실험 이후 한 세미나에서 "우리의 운명을 유엔에게만 맡겨 둘 수 없다" "미국이야말로 세계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한 국가"라는 등 '자주성' 발언을 쏟아내 보수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맹비난을 산 바 있다.
송 실장이 외교부 장관으로 옮겨갈 경우 비게 될 안보실장 자리에는 서주석 현 외교안보수석의 승진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이동설이 나돌고 있지만 이 두 사람 역시 송 실장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국정원장 자리의 경우 이 두 자리보다는 가능성이 낮지만 역시 고려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실험 이전에는 강력한 국정원장 후보였던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여전히 국정원장 후보군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리에 비해 통일부 장관 교체 가능성은 가장 낮지만 이종석 장관 역시 "끝까지 가긴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장관의 후임으로는 신언상 차관, 이봉조 전 차관 등이 거명되는 한편 비관료 출신 인사의 발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면돌파시 국정혼란 가능성 높아
현재 청와대 일부 인사들은 "송민순, 윤광웅 만한 사람이 어디 있냐"며 이 두 사람을 염두에 두고 외교부 장관 유력설, 안보실장·국정원장 유력설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기류는 이 두 사람에 대해 남달리 두터웠던 노 대통령의 신임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당 의원들도 "송민순 실장이 뭘 잘못해서 북핵 실험이 난 것도 아니잖냐"면서 "그 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하지만 북핵 실험 이전 노 대통령 구상대로 '송민순 외교부장관-윤광웅 국정원장'을 축으로 하는 라인업이 구축될 경우 한나라당이나 일부 보수 언론은 물론 나머지 야당과 일반 여론과도 대충돌이 불을 보듯 뻔하다.
'돌려막기'라는 판에 박힌 비판 외에도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도 여론에 다시 정면도전하냐'는 여론이 거세지고 국회 청문 절차가 난장판이 될 경우 급격한 레임덕 사태로 접어들 우려가 크다는 것.
북핵실험 이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청와대가 결국 '중폭 내지 대폭 외교안보라인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그 인사의 내용에 있어서 노 대통령 특유의 정면돌파가 재연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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