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중에 '통상임금'을 언급하자 노동계가 들썩거렸다. 뒤늦게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사정협의회를 통해 통상임금은 물론 임금구조 전반을 논의해보자고 제안했으나 때는 늦었다. 노동계는 시큰둥했다. 이미 대법원 판례는 노동계에 손을 들어줬을 뿐만 아니라 만들어진 '판'에 들어가 들러리 서기 싫다는 게 이유였다.
고용노동부는 노동계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노사정협의회를 제안한 것에 대해 진정성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동계의 불참 선언으로 자연히 통상임금 논란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논의도 쉽지는 않다. 논란이 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재계가 반발하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을 경우 노동계가 반발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중간지점을 찾기도 어렵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여야 의원들이 '통상임금'에 대한 고용노동부 처신을 비판한 이유다. 이미 90년대부터 문제가 됐던 통상임금 문제를 정부가 지금까지 끌고 온 것에 대한 질타였다.
"정부, 명확한 정리 할 필요 있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통상임금이 현재 큰 논란이 되고 많은 소송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는 입만 열면 법과 원칙을 이야기 한다"며 "하지만 그간 노동부는 통상임금 문제를 적당히 해왔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영표 의원은 "1995년 대법원이 임금이분설(교환적·보장적) 임금을 폐기한 이후 사법부는 통상임금에 대해 일관되게 판결해왔다"며 "판례가 시행령보다 상위 개념임에도 판례에 맞게 행정예규와 시행령을 왜 바꾸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재계는 저임금 장시간 근로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판례를 무시해왔다"며 "정부가 법률적 측면에서 통상임금을 둘러싼 명확한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례가 난지 20년이 됐는데 장관이 사법부 판단을 무시하면서 일을 처리했고 대통령께서 미국에 가서 말했기 때문에 '정치적 쟁점'이 됐다"면서 "주무장관으로서 최소한 사과 말씀이 있고 난 뒤에 소신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통상임금 문제는 지금까지 고용부에서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라며 "사실상 불법이자 탈법으로 이는 법치국가에서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잘못해놓고 왜 엉뚱하게 국민들만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에서 통상임금 관련, 행정해석과 지침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며 "하지만 그것이 법원 판례와 간극을 벌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간극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조치를 취했으면 간격이 좁혀지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문제를 노동부가 뒷수습하니…"
새누리당 의원도 고용노동부를 질타했다. 이종훈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전체 틀에서 통상임금을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통상임금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연결돼 있다"며 "초과근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통상임금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노위에서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같이 도입되도록 하는 게 앞으로의 숙제"라며 "그에 맞춰 통상임금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정부가 제시하고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계 문제를 노동부가 앞장서서 나서지 않고 뒷수습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노동 이슈 관련) 경제수석이나 부총리가 먼저 속된 말로 나대고 난 뒤 그 이후 노동계가 반발하면 장관이 뒷수습하는 게 지금의 모습"이라며 "이런 과정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 이슈는) 모두 노동부가 주무부처다"라며 "앞으로 대통령과 경제 수석 등에게 (노동 이슈 관련) '무슨 말을 하려거든 나와 논의해 달라. 나와 논의하지 않고는 아무런 말을 하지 말아 달라' 이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야만 안 그래도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노동계) 상황 속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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