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15일 진행된다. 후보는 일찌감치 출마의사를 밝힌 4선의 이주영(경남 창원 마산합포) 의원과 3선의 최경환(경북 경산·청도) 의원이다. 이주영 의원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3선의 장윤석(경북 영주) 의원을, 최경환 의원은 같은 3선인 김기현(울산 남구을) 의원을 세웠다. 두 정책위의장 후보는 모두 범친이계다.
최, 이 의원은 같은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성향상 온도 차가 있다. 최 의원은 친박계 중의 대표적 친박계 의원으로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다. 대선을 앞두고 여러 가지 루머와 논란이 제기되던 시점에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비서실장에서 물러난 뒤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요직설이 꾸준히 제기됐던 인물이다.
이주영 의원은 박 대통령이 당 전면에 나선 지난 2011년 말부터 정책위의장과 박근혜 경선캠프 부위원장, 대선기획단장, 대선캠프 특보단장 등을 맡으면서 신박(新朴)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렇기에 이 둘의 원내대표 경선을 친박 안에서 분화된 '원조친박' 대 '신친박'의 싸움이라고 부른다.
일단 당내에선 '강력한 여당'을 앞세운 최 의원의 우세론을 전망하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가장 큰 관심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에 있느냐, 이른바 '박심(朴心)'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평적 당·청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이 의원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장관 인선 등에서 번번이 발생한 인사 사태로 경선 결과가 알 수 없는 형국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 의원실에서는 2주 전부터 지속해서 최 의원과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윤창중 사건, 최경환 후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듯
게다가 경선을 며칠 앞두고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이 그것이다. 원내대표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이번 사태로 '청와대와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 의원 측에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아는 사람이 같이 호흡을 맞춰서 집권 초반의 토대를 굳건히 다져야 한다"며 '강한 집권 여당론'을 내세웠다. 반면, 이 의원 측에서는 그간 수평적 당·청관계를 강조해왔다. 윤 전 대변인 사건이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이유다.
윤 전 대변인 사고 이후, 이주영 의원실도 상당히 고무됐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최경환 의원실도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며 "현재 격차를 계속 줄여가는 상황이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도 13일 MBN <세상의 눈>에 출연해 "윤 전 대변인의 경우, 임명 때부터 논란이 많았지만 당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무기력했다"며 "여당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통해 청와대와 세련된 긴장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최경환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 "인사문제는 꾸준하게 지적돼 왔다"며 "검증 시스템을 더 제대로 하고 주변의 평가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천을 받는 등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 계기를 통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민주화 둘러싼 논쟁, 선거에도 영향 미칠 듯
경제민주화 관련 논쟁도 원내대표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 의원은 경제민주화의 속도조절론을, 이 의원은 원안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최 의원은 그간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한 뒤 "추진하되 경제 자체를 위축시키고 기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의욕을 꺾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속도 조절론을 주장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부분이 없는지, 국제기준에 비춰 봤을 때 과도한 부분은 없는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며 "한꺼번에 소나기식으로 쏟아내게 되면 경제가 감당하기 어렵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몸에 좋은 보약이라도 과다복용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 충격이 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차근차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의원은 "재계에 일방적으로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경제민주화 속도 조절론에 반대 입장이다. 그는 "지난 총선·대선에서 약속한 것을 일방적으로 어기는 그런 속도 조절론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정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일방의 주장에만 휘둘려서는 안 되고, 이해관계를 가진 많은 당사자와 국민적인 공감대가 이루어져야만 수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이한구 원내대표,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인사 주축으로 수위조절에 나섰고, 남경필 의원, 이주영 의원 등을 중심으로 원안 고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친박계 인사로 꼽히는 이혜훈 최고위원이 원안 고수 입장을,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이 수정 필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두고 갈리는 당내 의원의 의견이 누구에게로 몰리느냐에 따라 원내대표가 결정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박심'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
원내대표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 내 '박심'의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만일 최 의원이 압도적인 격차로 승리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박빙의 승부를 펼치거나 이 의원에게 패배할 경우 당청관계의 변화 징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의 패배는 최 의원을 넘어 박 대통령에 대한 당내 견제심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돼 박 대통령이 향후 정국을 운영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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