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서는 지난 총선과 대선을 주도했던 친노세력에 대한 당원들의 심판의 의미가 강했다는 평이 나온다. 2년 남짓 당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던 친노 세력에 대한 반발 기류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친노 계열의 윤호중 의원이 꼴찌로 탈락한 것 역시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당내에선 친노 세력이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이후 그랬던 것처럼 다시 '폐족' 신세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치적 '면죄부'를 받아 화려하게 부활했던 이들이 다시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당권에서 밀려난 친노 세력의 분화 조짐도 벌써부터 보이고 있다. 핵심 친노 인사라고 할 수 있는 문성근 전 상임고문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다른 선택'이 이런 분위기를 상징한다.
▲ 문성근 전 고문 ⓒ프레시안(최형락) |
문 전 상임고문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친노 책임론에 "낭패감과 모멸감을 느꼈다"며 "5.4 전당대회에서 당명을 '민주통합당'에서 '통합' 두 글자를 빼고 '민주당'으로 바꾼 것은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일련의 흐름을 확정짓는 마침표"라고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 적극적으로 진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노무현의 적자'라 불리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표적이다. 안 지사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맏형론'을 펼쳤다. "민주당이 진보진영과 야당의 맏형으로 책임있게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 내에서도 친노-비노 간 입장이 엇갈리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민주당원인 입장에서 우리 당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며 "야당과 진보진영에서 최대한 공통분모를 찾아 당과 함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권 재편의 핵으로 떠오른 안 의원을 향해 적잖은 적개심을 표출하는 친노 핵심 인사들과는 분명 다른 기류다.
문성근-안희정의 다른 선택과 무관하게, 일부 친노 인사들은 지난 대선 패배 후 몸을 낮추고 있는 문재인 의원을 구심점으로 향후 정치적 재기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체제가 출범한 이상 당분간은 각개약진하면서 친노그룹 내부의 노선 재정립 등을 통해 재도약을 준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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