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 "무리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제동을 걸자,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가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재계의 우려만 반영한 주장으로 국회의원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인데, 민주통합당은 "또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선 박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두고 소속 의원 간의 공방이 오갔다. 당 차원에서는 전반적으로 박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보조를 맞추려는 기류다.
포문은 대표적인 시장론자인 이한구 원내대표가 열었다. 이 원내대표는 "단기적인 시각으로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식의 접근으론 경제를 살려내기 힘들다. 기업의 정상적 경제 활동을 신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전날 박 대통령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성실한 투자자에 대해선 적극 밀어주고 뒷받침하고 격려하는 것이지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나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라고 제동을 건 것과 궤를 같이 하는 주장이다.
최근 정무위는 재벌 계열사 간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 처벌을 강화하고 일감을 받은 기업에도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대선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담당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반박이 나왔다.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소속인 김세연 의원은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듯한 논의가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대기업 행태의 여러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입법 시도들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며 "행태의 문제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고 어떤 식으로 구조 문제에 손 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서도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후퇴 움직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초당적 협력이 시작된 시점에서 청와대가 또 다시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될 발언을 쏟아 붓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청와대는 이번엔 브레이크를 걸지 말고 국회 논의를 지원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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