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통합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계파 갈등의 불씨를 다시 당긴 것은 9일 발표된 당의 대선평가보고서다. 이 보고서가 일부 친노 인사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대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자, 지난 대선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친노 주류 측은 "외부 인사들이 당을 난도질할 작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비주류 쪽이 책임자 퇴진까지 요구하며 한 발 더 나가면서 대선 패배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대선 4개월 만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대선 캠프에서 각각 상황실장·비서실장·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던 홍영표, 노영민, 이목희 등 친노성향 의원들은 10일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날 발표된 대선평가보고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격앙돼 있었다. "정치적 편향에 사로잡힌 보고서"(이목희), "밀실에서 음모적으로 진행된 평가서"(홍영표), "사실보다 추측에 근거했고 합리보다 편견에 기초한 보고서"(노영민)란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일단 이 보고서가 "기본적인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 단일화 뒤 안철수 후보 지지층의 흡수 여부, 선대위 내의 이른바 '비선 조직' 존재 여부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이목희 의원은 "내용을 보면 사실과 전혀 다른 왜곡을 하거나 가공된 사실이 많다"며 "주요 사실을 다 공개하는 백서를 빨리 만들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을 향해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영표 의원은 "한상진 위원장 등이 미리 결론을 만들어 놓고 진행한 짜맞추기 식 평가서"라며 "한 위원장과 김재홍 간사 두 명이 실제 보고서를 만들었고, 참여한 평가위원마저도 전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발표 4~5일 전에 문건을 받아 문제점을 지적하니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이렇게 밀실에서 음모적으로 진행된 평가서에 대해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나"고도 꼬집었다.
이목희 의원도 "선거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서 만든 보고서 아니냐"며 "기본이 안 돼 있는 보고서"라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적어도 중앙위원회에서 긴 토론을 통해 보고서가 수정·보완되고, 이후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중앙위 채택도 되지 않은 이 상태로의 보고서는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 했다.
친노 주류 쪽은 이번 보고서를 사실상 '친노 죽이기'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선평가위가 총·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을 점수까지 매겨 실명 거론한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당 외곽의 친노 인사들의 불만은 더욱 심해,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배우 명계남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중앙에서 느그들이 후보 옆에서 폼 잡고 철수 쪽 눈치보고 우왕좌왕할 때 문성근은 시민캠프트럭을 만들어 전국을 돌았다. XX놈들아! 보고서 쓴 놈 나와!"라는 격한 표현을 남기며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비주류 일각에선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아예 '책임자 퇴진론'까지 꺼내들어, 당내 갈등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비주류 쪽 문병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전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며 문 의원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보고서 발표 시점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보고서 후폭풍'이 5.4 전당대회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론 비주류 주자로 나선 김한길 의원에게 유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비주류 인사들이 친노 책임론을 밀어붙일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전면화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민주당의 계파 갈등을 지켜보는 새누리당은 '밖에서 웃는' 모습이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친노와 비노세력이 혁신의 몸부림을 치기는커녕 '네 탓' 타령과 계파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은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며 "민주당의 친노와 비노가 아무리 견원지간이라고 하더라도 볼썽 사납게 상대방 욕만 하고 있으니 딱하기 그지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민주당이 어떻게 국민의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어떻게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훈수'를 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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