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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궁지로 몰아넣기'는 미련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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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궁지로 몰아넣기'는 미련한 전략이다

[이정전 칼럼] 한반도 긴장 어떻게 풀 것인가

북한의 핵실험 감행 후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북한은 '정전협정 폐기'를 선언하였고, '핵 선제 타격'의 엄포를 놓았다. 군사 전문가들도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한 모임에서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국무회의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겠지만 남북한 신뢰 쌓기 노력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북한 궁지로 몰기' 정책의 기조를 더욱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과연 막무가내 식의 북한을 앞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온 국민의 걱정거리요 박근혜 정부의 큰 숙제다.

우선 원론적인 얘기부터 해보자. 무력 도발이나 전쟁의 원인은 무엇인가? 물론,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군부와 이를 등에 업은 정치권의 과신과 오판이 그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그 실례다. 사소한 요인 암살 사건이 주요 국가들의 과신과 오판에 기름을 부으면서 참혹한 대전으로 비화되었다. 이런 주장을 뒤집어 보면, 군부의 과신과 오판을 줄이면 그만큼 전쟁 가능성도 낮아진다는 뜻이다.

경제적 이익이 무력 도발이나 전쟁의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업계의 이윤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장기간 경기가 침체되어 있을 때에는 전쟁 한 방으로 난국을 돌파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군수산업은 중화학공업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통상 그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배경에는 이런 경제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주장은 과거에나 통함직한 단순 논리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오늘날 세계의 대다수 국가들은 여러 측면에서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으며, 특히 복잡한 경제적 연결망이 이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바로 이 경제적 연결망 때문에 무력 도발이나 전쟁이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기는커녕 오히려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국가 간 경제적 연결망이 전쟁이나 무력 도발을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가설이 나왔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연구들도 있다.

그중 한 연구에 의하면, 어떤 국가든 두 국가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설명하는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타국과 경제적 연계성, 민주화 정도, 그리고 국제 기관 가입 정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가 잘 갖추어진 국가들 사이의 전쟁 가능성은 71%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 세 가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연계성인데, 국내총생산(GDP) 중에서 국제 교역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 한 척도가 된다. 이렇게 측정된 경제적 연계성이 효과적인 전쟁 억지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국가 간 교역이 늘어나면, 평화 유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군부의 입김은 그 속에 파묻히게 된다. 경제적 연계성의 증가는 무력 도발이나 전쟁으로 인한 비용의 부담을 더욱더 무겁게 하는 반면, 평화 유지의 이익을 크게 만든다.

국제 교역의 비중을 척도로 삼는 경제적 연계성보다는 자본의 흐름을 척도로 삼는 금융 연계성이 전쟁 가능성을 더 잘 설명하는 요인임을 증명하는 연구도 있다. 이 연구는 GDP 중에서 외국의 직접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척도로 삼아서 1951-1985년 기간 동안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 간 전쟁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이 결과 금융 연계성이 국가 간 무력 분쟁을 더 잘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앞에서 열거한 세 가지 요인에 변함이 없어도 단순히 외국의 직접 투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국가 간 분쟁의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금융 연계성이 클수록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넓어지는 까닭에 군부의 영향력이 n분의 1로 왜소화되면서 정치권은 무력 도발이나 전쟁에 그만큼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련의 연구들에 비추어 보면, 한반도는 무력 도발이나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북한의 민주화 정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고, 국제 기관에서 참여하여 활동하는 정도도 낮다. 더욱이 지구촌 국가들과 경제적·금융적 연계성 역시 무척 낮다. 한마디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나라다. 그러니 무력 도발이나 전쟁을 일으켜도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는 나라다. 그야말로 이판사판이다. 다행히도, 중국이 중간에서 완충 역할을 하고 있어서 그런대로 큰 무력 도발을 막아주고 있다. 중국은 다수의 선진국 및 후진국들과 폭넓은 경제적·금융적 연결망을 가지고 있으며 국제 기관 참여도도 높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무력 도발이나 전쟁을 기피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명박 정부나 미국은 북한을 더욱더 고립시키고 궁지로 몰아넣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일련의 경제학적 연구에 의하면, 이런 전략은 미련한 전략이다.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좀 더 많은 국가들과 경제적·금융적 관계를 폭넓게 맺도록 도와주며, 국제 사회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무력 도발이나 전쟁 가능성을 낮추는 길임을 여러 연구들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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