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를 거듭하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인사청문 보고서는 고사하고 청문회를 마무리 짓지도 못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와 함께 청와대에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국회 정보통신위원회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남 후보자의 도덕성을 공개 검증하고 오후 4시부터 비공개로 정책 검증을 한 뒤 남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개 청문회부터 여야 간 대립은 상당했다. 정보위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청문회 초반부터 역사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제기하며 남 후보를 압박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도덕성은 충분하다"며 남 후보자를 두둔했다.
이 과정에서 몇 차례 정회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급기야 비공개 청문회는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파행을 맞았다. 남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게 이유였다. 야당은 남 후보자의 강연자료, 건강검진 자료, 2억 원의 금전 거래 내역, 자녀에게의 3000만 원 증여 관련 자료 등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고 남 후보자는 자료 제출을 위해 송파구 자택을 찾았다. 하지만 오후 8시에 속개된 청문회에서도 제출 자료가 논란이 됐다.
야당은 새로 제출한 자료에는 남 후보자의 재산증식 내역이 한 줄도 제출되어 있지 않다는 점, 9급 공무원도 받는 건강검진 관련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부실 자료 제출"이라며 미진한 자료 추가 제출 및 자료 검토를 위해 청문회를 19일 오후 2시에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며 청문회를 마무리하자고 야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18일 정책질의 완료, 19일 청문보고서 채택' 절충안이 제시됐지만, 서상기 정보위 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아 여야 간사는 오후 9시 40분 '청문회 파행'을 선언했다. 서 위원장은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민주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행으로 끝난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청문회 자체를 무력화시키려고 했던 새누리당의 꼼수, 남 후보자의 불성실한 태도, 그리고 서상기 위원장의 편향적인 진행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인사청문회는 국회가 국민들을 대표해서 공직자로서의 적합 여부를 검증하는 신성한 시간"이라며 "이러한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는 것은 국회가 있어야 할 존재의 이유를 국회 스스로가 부정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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