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 이후 47일 동안 난항을 거듭하던 정부조직법안이 타결됐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출범 20여 일 만에 새 정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졌다. 그간 경색된 정국도 풀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인사 문제에서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남아 있어 정국 안정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정부조직법안이 타결된 다음날인 18일, 여야는 아침 회의를 열고 상대방을 추켜세우며 합의안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이 타결되지 않았다면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을 텐데 다행히 최종 합의를 이뤄냈다"며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용단에 감사하고 민주당 지도부에도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민주주주의는 절대적인 지지를 우리 모두가 인식하기 어렵다는 겸허한 자세에서 시작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당이 필요하고 토론과 타협의 산실인 국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번 타결로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거수기가 아니라 여당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며 "야당 역시 무조건 반대나 단상점거를 극복하고 국회의 권위와 입법권을 지켜냈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고 새누리당을 치켜세웠다.
김병관 임명 강행? 또다시 정국 얼어붙을 수도
협상 타결로 여야 간 분위기는 급속도로 화기애애해졌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합의한 4대강 사업 및 국정원 국정조사,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 추진, 인사청문회제도 수정 등은 여야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쟁점이라 앞으로도 상당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자칫 또다시 정국이 급랭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건,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향후 거취 문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정부조직법이 타결된 만큼 임명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부조직법과 별개로 낙마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이날 문 비대위원장은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 문제에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박 대통령을 향해 "박 대통령이 그간 원안 고수를 고집하면서 국회와 야당을 압박한 것은 아쉽지만 여야 합의를 기다려준 일은 잘한 것"이라고 칭찬하면서도 "앞으로 불통과 독선의 늪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김병관-현오석 후보자 임명을 신속히 철회해 달라"며 "그것이 어제 정부조직법 타결의 정신을 살리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정부조직개편안 타결에 청와대도 어느 정도 양보를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된 이후, 현오석 경제부총리,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행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장관 임명에 대한 결정은 아직 없다"면서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 의중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기껏 경색된 정국이 풀렸지만 청와대의 '장관 임명 강행'으로 또다시 여야 간 대치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한, 야당의 도움없이는 법안처리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따른 후속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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