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 상태가 길어지면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날치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지침'에 끌려다니며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 18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일궈 낸 '제도 탓'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7일 트위터를 통해 "현재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력과 협상력의 문제이지 국회선진화법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쇄신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에 참여하며 국회선진화법 입법을 주도한 남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은 '몸 싸움 국회', '폭력 국회'를 추방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해 도입한 것인데, 운영해보지도 않고 법을 바꾸자고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가 타협이 안 될 때는 직권상정과 단상점거, 폭력이라는 악순환을 다시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할 때의 절박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합의를 이룰 때까지 대화하고 타협하자"고 촉구했다.
앞서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하고 인사청문회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너무 빈번하다"며 "국회선진화법이든 인사청문회법이든 개정해야 될 것"이라고 법안 개정을 처음으로 언급했고, 이를 기점으로 친박계 지도부 사이에서 법 개정에 동조하는 목소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당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와 청와대 눈치보기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야당을 강하게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협상권을 쥔 당 지도부가 '강경 모드'로 전환하면서 사태가 더 확산됐다는 것이다.
비박(非朴)계의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은 6일 트위터를 통해 "힘 있는 자가 양보하면 포용과 아량이 되지만 약한 자가 양보하면 굴종이 된다"며 "파트너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라고 지도부를 비판했고, 정몽준 전 대표는 아예 '지도부 총사퇴'까지 거론하면서 지도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장악한 집권여당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평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당이 청와대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협상의 주체가 여야가 아닌 사실상 청와대와 야당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야당이 맞설 경우 여당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재오 의원의 비판은 이런 분위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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