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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과연 '재벌의 힘'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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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과연 '재벌의 힘' 이겨낼 수 있을까?

[김재원-이인영의 '대담'·①] 박근혜 정부에 바란다

허니문은 끝난 걸까. 박근혜 18대 대통령의 취임 일주일을 맞았지만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전후 지지율과 비교해 볼 때, '과반 득표 대통령'이란 이름표가 무색하다.

정국도 답답하다. 여야의 대립으로 정부조직 개편안은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였고, 경색된 남북관계 및 경제민주화 추진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더미지만 어디서도 동력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허니문은 짧고 현실은 냉혹하다. 이는 보수-진보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5년 내내 그를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닐 '48%'의 상심과 그를 향한 의심어린 눈초리를 극복해야 하고, 야권 역시 하루 빨리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48%는 물론 51%에게도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더 이상 '정권의 실패'라는 반사이익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뼈저린 자기 성찰이 우선이다.

역대 가장 높은 득표를 한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100% 국민 통합'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도 대선 후유증이 완치되지 못한 상황. 새 정부에 대한 관심과 기대, 우려와 냉소가 '51 대 48'로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상황에서, <프레시안>은 진보-보수 양쪽의 대표 정치인을 만났다. 적대와 냉소가 아닌, '대화'부터 시작하자는 취지다. 보수진영의 주자로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진보진영에선 이인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나섰다. 앞서 두 정치인은 지난 2011년 대담집 <진보-보수 마주보기>란 책을 발간했고, 이후 19대 총선에서 나란히 국회에 재입성해 다시 만났다.

첫 대담의 화두는 단연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였다. 새 정부를 바라보는 시선도, 해법도 각기 달랐지만 "진보의 시선에서 보기에도 성공한 보수 정부가 되길 바란다"는 기대는 마찬가지였다.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달 27~28일 양일에 걸쳐 첫 대담이 진행됐다.<편집자>


▲ 박근혜 정부 출범을 맞아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이인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새 정부를 바라보는 시선과 해법은 각각 달랐지만, "진보의 시선에서도 성공한 보수 정부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은 마찬가지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지난한 협상, 머나먼 타협…정부조직법 갈등 언제까지?
김재원 "대통령 국정운영 방향 존중해야"
이인영 "집권 초부터 일방통행해서야"


프레시안 :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다. 새 대통령 취임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묶여 있다. 박 대통령이 너무 고집을 부린다는 평가와, 야당이 새 정부 출범을 발목잡고 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어떻게 보나?

김재원 : 정부 조직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국정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보여주는 밑그림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야당이 어느 정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을 법률로 정하는 이유가 있는데, '행정기구 법정주의'라는 용어가 있다. 행정기구를 정할 때도 법률로 정하고,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다. 정부조직을 새로 구성할 때 국가 재정이 들고, 국민 생활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런 절차를 밟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여야는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해야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제 한 가지로 수렴되는데 비보도 방송 부문을 방송통신위원회에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할 것인지의 문제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창조경제의 구상 속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비보도 방송 진흥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 이 생각이 옳다는 여당의 입장도 강경한 것이고, 야당은 야당대로 비보도 부문이 보도 쪽에도 영향을 미쳐 언론의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 작은 문제 같지만 큰 입장 차이다.

이인영 : 방송이나 언론을 '제5의 권력'이라고 본다면, 여야의 합의는 더욱 필수적이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방송 공정성이 침해된 것에 국민의 불신이 크기 때문에, 절대 일방적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그 외에 다른 부분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 구상이 존중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통령의 의지를 넘어 방송·언론이란 제 5권력을 어떤 형태로 유지할지와 관련된 부분이다. 권력이 어떻게 독립적으로 존립할지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좀 더 열어놓고 파트너를 존중하고 정치적으로 타협해야 한다. 다른 문제라면 크게 민감하지 않지만, 권력이 개입될 수 있는 방송 공정성의 문제 아닌가.

김재원 : 방송은 방송인데, 보도 부문은 기존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관할하기로 하지 않았나. 방송광고나 음악프로그램이 언론은 아니지 않나.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서 새로운 산업 분야, 그런 것을 좀 더 발전시키겠다는 취지 아닌가. 그걸 가지고 언론의 중립성을 문제 삼는 것은 좀 궁색한 것 같다.

▲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이인영: 산업의 측면인지 언론의 영역인지 이런 구분을 떠나서, 비보도 부문 역시 방송통신과 관련해 일정한 권력을 행사하고 파생하는 것 아닌가. 그런 영역에 해당하는 일을 일방적으로 밀고 가는 것보다는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나 지난 정부에서 방송과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상당한 불신과 갈등, 상처가 있었는데, 그런 영역을 다루는 일이라면 더욱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합의를 통한 조정이 있어야 한다.

김재원 : 방송이나 미디어를 단순히 권력의 문제에서 본다면 그렇지만,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문화 융성' 차원에서 본다면 이게 새로운 경제 에너지가 될 수 있지 않나. 미디어 분야에 여러 콘텐츠 사업이 많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아프리카에서도 판매된다. 그런 방송이 잘 발전하고 진흥되도록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한다는 구상 아닌가. 그런데 무조건 '중립성'과 관련이 있으니 방통위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선뜻 이해가 안 된다.

이인영 : 어느 부처에서 하는 게 지고지순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문제가 된 영역에서 갈등이 심하다면 조정하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일방 통행'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저는 박근혜 정부가 박근혜 정부이길 바라지, 우리 국민 누구도 '박정희 정부 2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도 '문재인 정부'를 세우려 했지 '노무현 정부 2기'를 세우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벌써부터 사람들이 '박정희 정부 2기'의 등장을 우려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의 일방통행과는 다른 정책 패러다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어떤 면에선 그게 '여성 대통령'일 수도 있고, '100% 국민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다르게 할 수 있는 분명한 조건이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부 초기 일방통행을 하다가 '먹통 대통령'이 되면서 물러났다. 정부조직 개편안부터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큰 변화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사실 어느 정부나 정부조직 개편을 놓고 갈등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엔 이번처럼 과(課) 두 개의 문제가 아니라, 부처가 통으로 사라지는 중대 사안이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통일부와 여성부를 폐지한다고 하지 않았나. 이번엔 '국'도 아니고 '과' 두 개의 문제다. 이 문제를 합의하거나 조정하지 못한다고 하면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김재원 : 야당을 밟고 지나가선 안 된다고 하는데, 밟고 지나가긴 커녕 '읍소'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제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여당이 과반 의석이 넘는다고 해도 법안을 통과시킬 방법이 없다. 직권상정도 이제 법적으로 못한다. 정말 읍소 외에 남은 방법이 없지 않나. 원래 합의 직전에 소리가 많이 나는 법이다. 좌회전하기 위해 우측 깜빡이 켜는 것 아니냐. (웃음)

■ 박근혜 정부는 '박정희 정부 2기?'
이인영 "인사 문제 걱정…박정희 아닌 박근혜 스타일 찾아야"
김재원 "박근혜가 '박정희 스타일'? 그런 시대 지났다"


프레시안 : 이인영 의원이 '박정희 정부 2기'를 우려한다고 했는데, 인수위부터 취임사까지 돌아봤을 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을 어떻게 예측하나? 야권을 비롯해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48%의 바람은 아마도 '최소한 박정희 패러다임은 넘어서 달라'는 것일텐데….

이인영 : 사실 박정희와 박근혜는 다른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정신도 다를 것이고,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도 꽤 있다. 본인 표현대로라면 경제성장을 어느 정도 한 뒤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아버지의 꿈'이니, 이제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실제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할 단계에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군복 입고 아버지 흉내를 낸다고 해서 유신 시대로 돌아갈 순 없는 것 아니냐. 박근혜 대통령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은 것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도 있었겠지만, 다른 무언가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박근혜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와 업적이 분명히 있고, 이런 것들을 통해 아버지와는 다른 자기 정치의 길을 충분히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를 꺼내 팔지 않고, 자기 정치를 개척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예전의 박통을 흉내 내면 실패할 것이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간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원 :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어서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달라졌다. 국가는 같지만 사회가 다르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우리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왔는데, 그 전후로 문명사회의 수준이 달라졌다. 제가 중학생일 때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했는데, 그 시절과 지금이 같은가. '박정희 스타일은 이러니까, 박근혜도 그럴 것이다' 이런 프리즘을 갖고 현상을 보려고 한다면 박정희의 그림자가 보일 수 있지만, 박근혜라는 정치인은 부친의 후광보다 스스로 만들어온 정치적 자산이 많은 사람이다. 비판자들이야 박정희의 유산으로 정치를 한다고 하겠지만, 박 대통령이 2003~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보여준 것들, 2007년 대통령 경선 때 보여준 대범한 모습, 이명박 정부 하에서 보여준 강단 있는 모습…이렇게 만들어온 정치적 자산으로 이번에 집권을 한 것 아닌가. 향후 박 대통령이 보여줄 정치에 국민들이 박수를 칠 수도 때때로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 박정희 패러다임은 아닐 것이다.

▲ 이인영 민주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이인영 :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4대강 사업을 벌여서 성장을 토건에서 찾으려 한다던가, 성장에 방점을 찍더라도 부친처럼 '성장 제일주의'를 내세우진 않을 것 같다. 성장 패러다임을 버리지 못하더라도, 창조경제 속에서 해법을 찾는 것 같다. 그러나 함정은 역시 '사람'에 있다. 인사 시스템에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장관 내정자들부터 문제가 벌써 나오지 않나. 미래부 장관 내정자는 국적부터 논란이 있고…. 사람에 대해서 집착하고 고집하면, 눈을 멀게 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심하고 신경 썼으면 한다.

김재원 : 사실 김종훈 내정자는 미국에서 성공해 '스카웃' 한 사람이 아닌가. 저는 사실 국적보다도, 국내 관료 사회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신설 부서의 부처 장악력이나 갈등 조정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지 좀 더 우려된다. 국적보다 오히려 그런 쪽에서 점검하고 경고를 하는 게 정치권의 역할 아닐까. 달리 생각하면, 김종훈 내정자가 한국 국적이었으면 이번처럼 '스카웃'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에서 돈 잘 벌고 성공하니 스카웃된 것 아닌가.

이인영 : 국가는 기업이 아니잖나. '밀봉 인사'라는 말도 나오는데, 너무 폐쇄적으로 인사 검증 시스템이 작용하지 않았는지 우려가 있다. 오류가 발견될 때 즉시 시정하지 않거나, 반복해서 비슷한 실수를 하면 다른 어떤 것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 사람에 대해 집착하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 박근혜 인사, 문제 없나?
이인영 "민간의 시대에 군, 관이 웬 말"
김재원 "인사는 크게 봐야…트집잡기 식 비판 지양해야"

김재원 :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늘 강조했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그로부터 48시간 내에 총리 및 각 부처 장관, 청와대 수석들을 임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인재풀을 마련해야 대통령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옳은 얘기지만, 그만큼 사람을 선택하고 쓰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 이번에 인사 검증을 하던 실무자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인수위 시절에 시스템이나 매뉴얼이 부족해서 검증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은 명망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차용하기 위해 무조건 데려오는 인재 활용 스타일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운찬 총리를 임명했을 때도, 사회적으로 명망 있다고 해서 모셔왔지만 실제로 검증이 잘 된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학력이나 경력과 무관하게, 어느 정도 과업을 줘보고 자신이 판단했을 때 합당한 사람이라면 그 능력을 보고 쓰려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인사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경험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도덕성 문제야 청문회에서 드러나겠지만 그 외에도 장관 후보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어느 정도 역량을 보일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 얼마 전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인사를 '좌(左)율사, 우(右)장성, 중(中)관료'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인영 : 앞서 '박정희 정부 2기' 이야기를 했지만, 민간의 시대에 군인이나 관료, 율사를 많이 쓴다면 이상하지 않나. 여성의 시대에 여성 장관이 적은 것도 이상하지 않나. 학벌 타파나 지역주의 타파를 얘기하는 시대에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이니 이런 편중된 이미지를 주고 있다. 진보-보수를 떠나, 이제 군이나 관의 시대는 끝난 것 아닌가.

김재원 : 고대가 장악했던 지난 정부에 비하면 학벌은 타파된 것 아닌가. 학교 자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군 출신은 두 명밖에 없지 않느냐. 사실 인사는 전체를 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도 '코드 인사'란 비판을 들었고, 이명박 정부도 '고소영'이니 '강부자'니 인사 때문에 굉장히 애를 먹지 않았나.

트집잡기 식의 비판도 있다. 자꾸 군인 출신을 얘기하는데, 이번 인사에서 군 출신은 청와대 경호실장과 국가안보실장 둘 뿐이다. 사람들이 군 출신에 대해 경계하는 것은 군인이 제도화된 권력 이상을 행사하면서 비합법적 무력을 동원해 국가 질서를 문란케 할까봐 그런 것 아닌가. 그래서 문민화 요구가 강했던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안보실장과 경호실장이 무력을 동원하는 입장인가? 어떻게 보면 평생의 전문성을 반영한 인선이 것이다. 물론 합리적인 비판은 수용해야지만, '부친이 군 출신이라 박 대통령도 군인을 선호한다', 이런 비판은 트집잡기밖에 안 된다.

이인영 :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차관급이었던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한 것, 이런 흐름들이 보이니까 '문민화의 역방향'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기대가 있다면, 진보의 시각으로 볼 때도 보수로서 성공한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럴만한 정치적 자산도 있지 않은가.

■ 박근혜 대통령, 산적한 현안 어떻게 풀까?
김재원 "경제민주화·안보, 보수라 더 강점 있다"
이인영 "애초 약속 변치 않기를"


프레시안 :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나 복지 공약을 내걸었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흐름엔 이제 어느 정도 공감대가 생긴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사안마다 분명했던 대립의 정치가 다소 완화된 측면도 있다.

김재원 :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가 지나고도 두 텀(term)이 더 지나다 보니 이제 바뀐 것 같다. 아마 진보진영에서도 더 이상 보수진영을 향해 '악의 무리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덜할 것이고, 보수진영에서도 더 이상 진보진영을 무턱대고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예전엔 그런 증오와 불신이 심했기 때문에 건설적인 얘기가 안 됐다.


▲ 김재원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시기적으로도 이번 정부조직법 관련 파동이, 우리 정치권 전체에 굉장히 중요하고도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제 야당이 거부권을 갖고 막을 수 있는 시점이 왔기 때문에, 야당을 설득하지 않고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거대 여당이 '우리가 옳으니까 무조건 따라 와'라고 할 수 있는 정치는 이제 끝났고, 야당도 마음만 먹으면 5년 내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균형이 이뤄진 것 자체가 정치가 정상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슈만 봐도, 이제 국민들은 남북 정상회담이나 대운하, 이런 거창한 문제들보다 당장 '이번 설 보너스를 비정규직도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한 정치 현안으로 느낀다.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거대 프레임 말고도 수당 차별, 추석 선물 차별, 심지어는 통근 버스에서의 차별이 비정규직들에겐 더 피부로 느끼는 문제가 된 것이다.

이인영 : 개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의 문제,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굉장히 궁금하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미약하지만 세력화 돼 있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종사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혀 세력화 돼 있지 않다. 김재원 의원도 말했듯이, 사실 비정규직에겐 차별을 막을 수 있는지, 최저임금을 보장해줄 수 있는지가 현장에선 가장 절박한 문제다. 기간제법이나 파견법 폐지 등은 사실 그 다음에 해도 되는 문제다.

김재원 : 박근혜 정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제 손을 놓고 갈 단계도 아니고, 박근혜 정부도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 법으로 해결하려고 해도, 경제가 좋지 않으면 또 다른 불법 내지 탈법 행위가 생기지 않겠나.

경제민주화 역시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가 있는데, 과거 정부가 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시장의 힘 때문에 잘 안 됐었다. 재벌의 힘 때문이다. 제가 19대 국회 개원 직후에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을 내놨는데, 그 뒤로 들어온 태클이 정말 말도 못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손이 보일 정도다. 역대 단 한 정권도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박근혜 정부가 이제까지 언급된 제도만 달성해도 엄청난 업적을 남기지 않겠나.

이인영 : 경제민주화에 있어도 진보나 보수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방향성에 대해선 일정 정도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얘기를 하다보면, 그 '정도의 차이'가 정말 엄청나다. 예컨대 40 대 70 정도의 수준 차이라면, 55에서 양보하면 될텐데 그게 정말 쉽지 않다. 40과 55만 해도 너무 멀다.

예컨대 법인세 올리는 문제만 봐도, 사실상 법인세를 올리는 것도 아니고 이명박 정부 때 대대적 감세가 이뤄진 수준에서 다소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거 가지고도 국회 내의 입장 차이가 말도 못한다. 김재원 의원이 얘기한 것처럼, 시장에서 기업과 재벌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경제민주화 역시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새 정부에 너무 초치는 것 같아서 말을 안 하긴 했지만,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한 보편적 복지나 경제민주화가 '선거용'이라는 비판도 많이 했다. 일단 박 대통령이 얘기하는 복지는 시장에 종속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고 본다. 경제민주화부터 강하게 추진해야 복지도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는 것인데,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이게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나. 베이스가 시장에 종속돼 버리면 복지도 경제민주화도 어렵다.

▲ 이인영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아까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렇게 되면 40대70의 대립에서 55로 나아가지 못하고 40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저쪽(보수)에선 우리가 '무조건 70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겠지만, 보수진영 입장에서도 55가 40보다는 분명한 진전이지 않겠나. 그런데 40을 55로 끌어올리는 일부터가 너무 어렵다는 게 문제다.

대북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 핵 실험으로 또 정국이 막혀 있는데, 국익적 차원이든 민족적인 차원이든 보수와 진보가 평화통일의 장래에 관해 함께 할 것은 함께해야 한다. 그런데 안보 논리로만 접근해 버리면,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진다. 과거 서독에서의 기민당과 사민당의 공조 수준까지는 못하더라도, 좀 더 진일보한 무엇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평화와 통일로 가는 정책을 채택한다면 무조건 지지할 생각이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5년이 이 부분에선 정말 망쳐버린 5년이었기 때문에….

김재원 : 아까도 국회선진화법을 얘기했지만 야당과의 협조가 없으면 무엇도 풀 수 없는 시기가 된 것이 아니냐. 이제 최고 권력자의 지위에 오르더라도, 헌정 질서 안에서 여야간의 대화와 타협을 이뤄야 하지,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는 시스템을 우리나라가 갖게 됐다.

얼마 전에 방문한 중국 대표단과 만찬을 했는데, 중국 대표단 중 한 명이 닉슨 미국 대통령 시절의 키신저가 미중 수교를 이끌어 낸 것을 두고 '만약 민주당이 미중 수교를 주도했으면 난리 났을 것'이라고 하더라. 공화당이 했기 때문에 이념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얘기다. 서독에서도 기민당 정권이 동독과의 교류를 쉽게 할 수 있었고, 로널드 레이건이 고르바쵸프와 역사적인 정상 회담을 한 것 역시 보수 정부이기 때문에 가능한 힘이었다.

비슷한 얘기를 예전에 민주당 최규성 위원장이 제게 한 적이 있다. 우리 당이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색깔까지 빨간색으로 바꾸니까, "민주당이 빨간색을 썼으면 '본색을 드러냈다'고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을 텐데, 박근혜 후보가 빨간색을 쓰니까 괜찮은 것 아니냐"면서 정치도 그렇게 신나게 해달라고 당부하시더라.

프레시안 : 새 대통령이 '48%'의 기대를 충족시킬 정도로 비정규직 문제도, 경색된 남북관계도 잘 풀어서 '성공한 보수 정부'가 되길 희망한다. 오늘 방담은 여기서 마치자. 수고 많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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