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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운명…새누리, 이유 있는 '선상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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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운명…새누리, 이유 있는 '선상반란'

'쇄신파' 사라진 19대 국회, '박근혜당' 언제까지?

박근혜 정부 출범과 맞물려 한 때 숨죽였던 새누리당 내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인사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당내 입지가 급격하게 줄었지만, 새 정부 출범 뒤 국정 난맥상이 계속되자 쓴 소리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당내 소수파였던 친박계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사사건건 비판하며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했던 것과 정반대의 풍경이다.

'예스맨' 일색 새누리에…비박계, 朴 향해 쓴소리 '스타트'

새 정부 출범 나흘째를 맞았지만 정부조직 개편도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이 가열되면서 국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밀어붙익 식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고, 여기에 비박계 성향의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당과 국회를 중요한 국정 운영의 축으로 삼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돌아가는 상황은 딴판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부재'다.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사전 논의를 하지 않은 탓에, "당을 거수기 삼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일찍부터 제기됐다. 앞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에 서명을 거부하기도 했다.

친박계 일색인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첫 타는 비박계 중진 의원들이 끊었다. 7선의 정몽준 전 대표는 27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인수위가 짧은 시간에 만드느라 당의 의견도 듣지 못했다"며 "여당이 청와대 눈치만 보는 순간 국민의 버림을 받을 게 뻔하다"고 꼬집었다.

▲ 27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친박계 일색인 지도부와 비박계 성향의 중진 의원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박계인 정몽준 전 대표가 '대등한 당청관계'를 주문하자, 친박계인 이한구 원내대표가 반발하면서 묘한 신경전이 연출됐다. ⓒ연합뉴스

정 전 대표는 "당 지도부는 야당만 설득할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도 설득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그간 야권이 새누리당을 두고 청와대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비서당'이라고 비판해온 상황에서, '대등한 당청관계'에 대한 요구가 당내에서도 제기된 셈이다.

박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지도부와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친박계인 이한구 원내대표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둗고 여야가 협상 중이다. 이견이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하자"고 제재에 나서자, 정 전 대표는 "원내대표가 왜 사회를 보고 말을 못하게 하느냐"며 반발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5선의 정의화 전 국회부의장, 4선의 이병석 국회부의장과 정병국 의원은 야권의 자진 사퇴 요구가 거센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용퇴'를 주문했다. 그러나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좌파가 낙마시키려는 후보를 물러나게 할 수 없다"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분란'은 28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친이계 심재철 최고위원이 김병관 후보자를 겨냥해 "이제 그만 용퇴하라"며 자진 사퇴를 압박하자, 친박계 유기준 의원이 "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새 정부를 출범시킨 여당의 일원으로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합당한 것이 아니냐"며 박 대통령을 적극 '엄호'했다.

5년 전과 뒤바뀐 친박-친이의 '운명'…당내 역학구도, 박근혜에 달렸다

이런 당의 '내분'을 두고 정치권에선 "5년 전의 데자뷔냐"라는 뒷말이 나온다.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후 당내 소수파로 전락한 친박계는 '공천 학살' 등의 설움을 겪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임기 종료와 맞물려 이런 역학 관계가 정반대로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당이 전환되고 당명까지 개정한 뒤 친박계는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승승장구해왔고, 때문에 "더 이상 친박-친이는 없다. 완전한 '박근혜당'"이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숨죽여온 비박계의 '선상 반란'은 향후 박근혜 정부의 향방에 따라 더 힘을 얻을 수도, 완전히 수그러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오는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가 시험대다. 정권 초인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할만한 인물이 선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보다 앞선 4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비박계의 목소리에 힘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현 새누리당 지도부가 심재철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전원 친박계로 채워져 있어, 당이 청와대의 '예스맨'으로 끌려다니는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사안이 터질 때마다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대선과 맞물려 있던 지난해 총선과 달리 2016년 총선은 박근혜 정부 중반기에 치러져 청와대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점도 변수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아직 정부 출범 단계기 때문에 힘을 실어주자는 측면에서 다른 얘기들이 나오지 않지만, 불만이 쌓이다보면 위기 국면마다 비판론이 제기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소수파였던 친박계가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쇄신파와 손 잡아 그나마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왔다면, 현재 새누리당에 사실상 쇄신파가 '전무'한 점은 대비되는 풍경이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난항, 인사 논란 등으로 그나마 비박계가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동시에 이들이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수정론을 공세적으로 제기해왔다는 점에서 '쓴 소리'를 하더라더 '쇄신론'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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