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크라트' 내각…'책임 장관제'는 공염불?
인사는 '메시지'다. 특히 대통령의 인사는 어느 곳에 권력의 중심을 둘지 보여준다는 면에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드러내는 일종의 국정 운영 메시지가 된다.
그러나 이번 인선은 박 당선인의 '나홀로 리더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이 나온다. 국무위원 18명에 이어 청와대 참모진 12명의 명단까지 공개됐지만, "대통령만 돋보일 뿐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박 당선인 특유의 용인술의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내각 및 청와대 인선을 모두 완료했다. '실무형 내각'에 '비서형 청와대 참모진' 일색이라, 결국 박근혜 당선인 1인에게 힘이 실리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
먼저 철저히 관료 중심으로 꾸린 내각은 전문성이 '제1의 인사 원칙'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8명의 국무위원 중 직업 공무원이나 국책연구기관의 범(汎)관료 출신이 3분의2인 12명에 달해, 가히 '테크노크라트 내각'이라고 불릴만 하다.
앞서 역대 정부들도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 관료들을 장관직에 기용해 왔지만, 비교적 정치인과 학자, 시민사회 인사까지 골고루 포진시켰다. 김대중 정부에선 20명 중 5명, 노무현 정부에선 20명 중 7명, 이명박 정부에선 16명 중 7명만이 관료 출신이어서 박근혜 정부보단 적은 수치였다.
상명하복에 익숙한 관료들이 박 당선인의 공약을 공세적으로 추진하기는커녕 각 부처를 '복지부동'으로 만들 우려도 존재하는데다, 인물들 면면이 중량감도 약한 편이라 박 당선인이 공언해온 '책임 장관제'가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스맨 일색' 청와대…'박근혜 1인 중심체제'로
때문에 시선은 이날 발표된 청와대 인선으로 쏠렸다. 박 당선인이 내각을 철저한 '실무형'으로 구성한 반면, 청와대엔 '박심(朴心)'을 비교적 잘 아는 정무형 인사를 일부 기용한 탓이다.
그러나 청와대 인선 역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정치권 경험이 전무한 국무총리보다는 인사권까지 틀어쥔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운영의 2인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의 스타일이 직언하는 참모라기보다는 '비서형'에 가깝다.
허태열·김장수·이정현 내정자를 제외한 나머지 참모진 역시 선대위나 인수위 시절부터 박 당선인을 보좌했다는 점에서 '박근혜의 사람들'로 분류되지만, 정무적 감각을 갖춘 '소신파 참모' 스타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내정자들의 면면을 따져볼 때,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주축으로 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내각보다 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대통령 1인 중심체제의 강화'라고 총평했다. 이 소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소신파는 별로 없고 전체적으로 '예스맨' 스타일이라, 국정의 전체 흐름이나 아젠다를 조율할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며 "내각이나 청와대나 실무형이다. 박근혜 1인 체제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정무형 측근들이 일부 포진했다지만, 청와대가 내각을 다소 견인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뜻'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진이 박 당선인의 강한 카리스마에 눌려 대통령의 '눈치꾸러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나 민주주의 제도화 수준으로 볼 때, 대통령 1인 중심 체제로는 국정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곧 한계가 드러날 수 있고, 그렇다면 공식 조직이 못하는 것을 비공식 조직이 대체할 우려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나 국정원 등 권력기관 인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내각 및 청와대가 약체화되면 상대적으로 권력기관이 힘을 갖거나 비선 라인이 작동할 여지도 있다"면서 "차후 박 당선인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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