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러시아 역할 기대"…푸틴 "대화로 해결"

러시아, 중국 대신해 새로운 대북 지렛대로 떠올라

노무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상황이 어려울수록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현재 상황을 핵실험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6자회담 당사국들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16일 오후 9시5분부터 25분까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상황 및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푸틴 "제재 강화할 것이 아니라 조율된 대화로 해결해야"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와 동북아,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일로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도 일방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한 핵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1718호)를 지지한다"며 교착 상태를 타결하기 위해 러시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대북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점을 지적하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므로 6자회담 당사국 지도자들은 물론 여러 수준과 채널에서 더욱 적극적인 의사 교환과 협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제재를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것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당사국간 조율된 조치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과 대동소이 한 것으로 제재 강화를 반대하는 러시아 측 입장을 드러낸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탕자쉬안 중국 특사를 만나 협의하는 등 중국과도 수시로 협의하고 있으며 앙엘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각국 정상들과 논의한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통화는 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 사실을 발표한 이후 대책 마련을 위한 미, 일, 중, 러 등 4강 정상들과의 회담 및 전화통화를 한 차례 씩 마무리 지었다.
  
  남북한 연쇄 방문한 알렉세예프 러시아 6자회담 수석대표
  
  최근 중국과 북한의 거리가 벌어지는 조짐이 보이는 반면 러시아와 북한은 부쩍 관계가 강화되는 느낌이다. 북한은 핵 실험 두 시간 전에 러시아에게 통보를 했고 핵실험 직후에도 러시아 당국자는 북한의 핵보유를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역시 기본적으로 한반도 긴장이 필요 이상 격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중국이 수행했던 북한에 대한 지렛대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교차관 겸 6자회담 수석대표는 지난 14일 북한 평양을 방문, 김계관 외무부상 등을 만나 "북한의 핵 보유를 불용하고 추가 핵실험을 우려한다"는 뜻을 전했다. 중국의 탕자쉬안 국무위원도 미국, 러시아 방문에 이어 북한 방문을 희망했으나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알렉세예프 수석대표는 북한 방문에 이어 15일에는 서울에 와 천영우 우리 측 6자회담 수석 대표 등과 북핵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알렉세예프 수석대표는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북한 당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미하일 프라드코프 러시아 총리도 17일 서울을 방문해 노 대통령과 한명숙 총리를 잇따라 면담, 공조 수위를 협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