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을 '대한민국 특전사 예비역 일동'이라고 밝힌 20여 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군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모두는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특전부대의 훈으로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대통령에 당선시키도록 목숨 바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들 중 '부사관 및 서울대표'인 김석훈 씨는 지지선언 중 갑자기 "우리의 지지를 혈서로 보여주겠다. 종북좌파를 척결하는 의미에서 혈서를 쓰겠다"며 기자석 앞으로 다가와 흰 종이를 펼친 뒤 오른손 검지를 깨물어 한자로 '충(忠)'자를 써보였다.
이어 이들은 "그만큼 우리가 강한 모습을 보여드렸다. 박근혜 후보를 위해 목숨 걸고 나가겠다"고 외쳤다. 대표로 혈서를 쓴 김 씨는 기자회견 뒤 동료들과 함께 혈서를 들고 기념 찰영을 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선 특전사 출신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들은 "문재인 후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돼 출소한 뒤 강제징집돼 특전사에서 의무 복무를 했다. 민주당은 문 후보가 의지와 달리 입대한 사실을 갖고 특전사의 최정예 부대원이라고 자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진은 물론 당직자까지 당황…"다카키 마사오 추종자답다" 비판도
이들의 '혈서 퍼포먼스'에 대한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혈서 쓴 특전사 예비역, 다카키 마사오를 알뜰히 본받는군요. 그것도 '충(忠)'자를 썼다고"라며 "일왕에게 충성맹세한 다카키 마사오 추종자답다"고 비판했다.
▲ 황군 장교 시절의 박정희 전 대통령(왼쪽)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충성 혈서'를 보도한 1939년 3월31일자 <만주신문>. |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 장교 시절 "견마(犬馬)의 충성", "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一死以テ御奉公)"하겠다는 내용의 혈서를 일왕에게 보내 군관학교 입학을 호소한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 이름이다.
갑작스런 혈서 퍼포먼스에, 현장의 기자들은 물론 당직자들마저 당황했다. 한 당 관계자는 "방금 과격한 퍼포먼스가 있었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의 뜻이 너무 강력해서 과격했다. 양해해 달라"고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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