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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석 서겠다"는 이건희, 국회가 '알아서'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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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석 서겠다"는 이건희, 국회가 '알아서' 면죄부

"작년엔 한나라, 올해는 여당이 '방패국감' 주도"

13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 마이크를 잡은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30여 초 간 말을 잇지 못하고 분노 섞인 한숨만 내쉬었다.
  
  자신이 제출한 14명의 증인채택 건이 찬반투표를 통해 하나둘씩 부결돼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우리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야당들이 신청한 국감 증인채택의 건을 줄줄이 부결시켰다.
  
  심 의원은 "지금의 구조에서 더 표결해 본들 다 부결 될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국감이 왜 필요한가. 비통한 심정으로 신청한 증인 신청을 철회하겠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결국 1998년 기아자동차 사태 개입, 2002년 대선 불법자금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증인채택은 재석 13명의 의원 중 찬성 3명, 반대 2명, 기권 8명으로 부결됐다. 편법상속 의혹을 받고 있는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도 국감 증인으로 나올 필요가 없게 됐다.
  
  또한 론스타 사태와 관련된 존 그레이켄 론스타회장,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김영무 김&장 대표, 김형민 외환은행 부행장, 이강원 전 KIC 회장 등도 '방탄 국감'의 수혜자가 됐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지난달 20일 "국회가 부르면 증인으로 출석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음에도 국회 스스로 이 회장을 증인대에 세울 기회를 차버린 셈이 됐다.
  
  "동료 의원이라 증인채택 못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외국환평형기금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요구한 김진표 전 재경부장관의 증인채택 건도 무산됐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장병완 기예처 장관 등 5명의 정부부처 수장은 다른 상임위 출석 등으로 바쁘기 때문에 증인 채택에서 제외하기로 한 여야 간사 합의는 이해되지만, 전직 재경부장관인 김진표 현 의원을 증인에서 제외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과거의 잘못을 덮어주는 피난처냐"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 당 이혜훈 의원은 "동료 의원이라고 배려한다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책임에 대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방패를 달아주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증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당사자들도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떳떳하게 나와서 말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법 위에 군림해도 되느냐"고 따졌다.
  
  심상정 의원은 "국회의원이 신청한 증인에 반대하려면 정당한 법 절차에 근거한 반대 의견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다수당이라고 해서 소수 정당 의원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문석호 의원은 "지금까지 동료 의원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경우가 없었다"며 "이런 식으로 무한정 증인을 확대해 가면 모두 처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논란 끝에 이뤄진 표결에서 김 전 부총리의 증인채택은 찬성 5표, 반대 5표, 기권 11표로 부결됐다.
  
  당초 재경위는 증인채택 건, 외평기금 감사청구 건, 국감 불출석 증인 고발 건 등을 의결한 후 오전부터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갖기로 했으나 증인채택 건 등을 둘러싼 논란이 길어지면서 오후까지 파행이 계속됐다.
  
  이날 헌법재판소에 대한 법사위 국감에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지난해에는 한나라당이 이 회장의 증인채택을 가로막더니, 올해엔 여당이 나서서 방해하고 있다"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벌총수의 국감 증인채택을 자제해야 한다는 여당 대표의 얼토당토 않은 말 한마디에 이건희 회장의 증인채택이 가로막혔다"고 꼬집었다.
  
  여야가 의욕을 다지며 시작한 2006년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방패 국감'이라는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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