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당정 갈등, 부처 간 이견으로 확산되고 있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 등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참여 여부, 범위 등에 대해 "의견이 있지만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혼선을 가져올 수 있어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 결의가 우리 정부 방침의 준거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당정 간에 엇박자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당으로서 여러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는 것이고 우리(청와대)가 당장 어떤 방침을 내놓는 것도 아닌 마당에 엇박자라는 지적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엇박자로 해석되는 대표적인 원인 중의 하나가 PSI 를 둘러싼 제각각 다른 소리들이다"는 지적에도 윤 대변인은 "지금 정부의 입장은 여러 번 말했듯 국제적 조율이 중요하고 유엔 결의가 우리 정부 방침의 준거가 된다는 것"이라며 "결의가 나오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되도록 할 것이다"고만 말했다.
그는 "따라서 어떤 입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오히려 더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견이 있긴 있는데 공개할 수 없다는 말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윤 대변인은 "그렇다"라고 말했다.
당정은 물론 부처 간에도 저마다 다른 목소리
현재 대북제재, 특히 PSI 를 두고 정부와 여당 사이에 의견차가 있는 것은 물론 정부 부처에 따라서도 다른 소리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먼저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PSI 참여 폭을 넓힌다는 데 정부의 공감대가 있다"며 포문을 열었고 반기문 외교부 장관,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은 10일 국회 통외통위에서 "PSI에 부분적으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하려 한다"고 했으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검토한 바 없다"고 말을 잘랐다.
"햇볕정책 실패를 인정한다"고 말했던 한명숙 총리도 PSI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이 없었지만 "우리 정부가 금융제재까지는 동참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당은 김근태 당의장을 필두로 "PSI는 안 될 말"이라며 강하게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자 원인 제공자 중의 하나인 외교부는 12일 밤 'psi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란 짤막한 보도자료를 내고 "이미 우리는 국제적인 비확산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PSI 문제는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따라서 조치할 것이다"고 말했다.
'제재강화 불가피론'이냐 '제재 최소화론'이냐
국제적 조율과 유엔결의를 강조한 이날 윤 대변인의 발언은 반기문, 윤광웅 장관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유엔이 결의의 모양새를 갖추면 대북제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으로 해석된다. 다만 PSI의 경우 유엔주도 형식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 러시아의 '버티기 전술'로 저강도 제재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 정부는 PSI 참여를 확대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쥐게 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강조하는 국제적 협력의 방점이 미국 쪽에 찍혀 있고 노 대통령이 줄곧 '한미동맹 기반'을 강조하는 점을 감안하면 다시 PSI 참여 확대 쪽으로 저울추가 기울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 실험 당일 격앙된 모습으로 '포용정책 파탄론'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던 노 대통령이 10일을 기점으로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제재-대화 병행론을 강조하는 한편 평화적 해결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의 입장은 '아직까지 고심 중'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현 정부의 안보 분야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11일 "(노 대통령이 강경책을 택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한 시름 돌리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측 입장에 상대적으로 정통한 외교부 라인은 '제재강화 불가피론'을, 통일부 등 다른 부서는 '제재 최소화론'을 주장하며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고 아직까지 노 대통령은 어느 쪽 손도 선뜻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노 대통령의 발언대로 "한두 달 내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지나친 장고는 정책적 혼선을 낳을 수 있고 얼마 남지 않은 대북문제에 대한 국제적 발언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편 이날 윤 대변인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하기로 정부가 결정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 "최종판단을 내린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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