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계와 기업, 정부 등의 채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부채합계가 3천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 기업, 가계의 부채 합계는 올해 6월 말 현재 2천962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33.8%에 달했다.
작년 말 부채 합계는 2천859조원으로 GDP의 231.1%이었다. 6개월 만에 주요 경제 주체들의 부채 합계가 103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2007년말 201.7%였던 GDP 대비 부채비율은 금융위기를 거치며 2008년말 220.5%, 2009년말 228.5%로 상승했다. 2010년말 224.2%로 낮아졌으나 이후 다시 급격히 뛰었다.
부채 합계는 2007년말 1천966조원으로 2천조원에 못 미쳤으나 2008년말 2천263조, 2009년말 2천434조, 2010년말 2천631조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6월 말 GDP 대비 부채의 비율은 지난 2분기 명목 GDP를 연간으로 환산해 구했다. 기업의 경우, 금융법인을 제외한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대출금과 채권만 부채로 집계했다.
각 경제주체 부채합계의 GDP 대비 비율은 민간과 정부의 부채가 경제 수준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유럽 채무위기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한국도 부채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가계 부채 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 부채도 급증해 잠재적인 채무위기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 부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07년 81.5%에서 꾸준히 증가해 작년 연말에는 89.2%로 상승했다. 올해 2분기말에는 88.5%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위험 수준이다.
기업 부채의 비율은 금융위기로 2009년 108.9%까지 치솟았다가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 2분기 108.1%로 다시 올라갔다.
각 부문의 과다부채를 판정하는 임계치는 국제기구별로 GDP 대비 60∼90%로 제시된다. 일반적으로 가계와 정부는 85%, 기업은 90%를 초과하면 위험 수준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한국의 가계 부채 뿐 아니라 기업 부채도 위험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채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GDP 대비 부채는 2008년말 30.0%에서 올해 2분기말 37.2%까지 상승했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연구원은 "한국도 선진국처럼 부채가 빠르게 팽창해 `채무의 역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금융위기 이후 4년간 정부 경제정책은 부채 팽창 쪽에 치우쳤고, 가계와 기업 부채도 늘어 지금부터라도 부채 축소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부채 축소는 불가피하지만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에 빠진 상황이어서 성장세 둔화를 가속화 할 우려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대외 충격이 오면 재정 부담이 일시에 커질 우려가 있다"며 "그러나 무조건 부채를 줄이면 성장에 악영향이 있고 불황으로 소득은 늘지 않아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