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실험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사이에 세 달을 끌어 온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낙하산 인사 파동이 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0일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장을 사퇴한 경희대 권영준 교수와 추천위원에서 함께 물러난 중앙대 정광선 교수가 감사 인선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을 폭로하고 나선 것.
새 카드로 떠오른 부산 출신 감사원 박 모 과장
권 교수는 12일 몇몇 신문에 소개된 인터뷰를 통해 "이번에 일을 해 보니 대통령인사수석실이 안하무인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정부 고위 공무원들은 인사수석비서관실 지시에 꼼짝도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외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권 교수는 "재경부 고위 관계자가 △특정지역 출신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이 아닐 것 등 청와대가 제시한 세 가지 기준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권 교수가 밝힌 '특정지역'은 부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교수는 " 세 가지 기준을 맞추려면 100점 짜리는 어렵고 60점 짜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양해를 구하길래 (당초 내정됐다가 무산된) 김 씨 같은 인물은 안 된다. 제발 상식에 맞는 인물을 보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청와대에서는 부산 출신의 감사원 박 모 과장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모 과장 본인도 정부 추천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내가 희망했다"며 자신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출범 때부터 낙하산 논란으로 시끌
주식회사 형태로 사기업이기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정부와 아무 관련이 없는 증권선물거래소 감사에 대한 낙하산 인사 파문은 지난 7월 시작됐다.
지난 7월 24일 강금실 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386 운동권 출신 김영환 회계사가 감사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거래소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청와대에서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지만 김 회계사는 "정치적 인사 개입이 개혁을 위해서 꼭 나쁜 것이 아니다"며 해당노조를 강력히 공격했다.
노조와 추천위원회의 거센 반발로 결국 '김영환 카드'는 사라졌지만 세 달이 지난 지금 역시 부산 출신 카드가 다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증권선물거래소는 태생부터 낙하산 인사로 시끄러웠었다. 현 정부의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지내다 4.15 총선 당시 경북 영주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영탁 씨가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가 증권선물거래소로 통합 출범된 지난 2005년 1월 초대 이사장에 임명돼 낙하산 인사 파문으로 해당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샀던 것.
청와대 "사실 무근이다"
한편 청와대는 권 교수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세 달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무 상관도 없기 때문에 대응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지만 "권 교수가 인사수석실을 적시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아마 인사수석실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증권관계자들은 "그렇다면 재경부가 혼자서 뭐가 좋아서 모피아도 아닌 엉뚱한 인사를 밀어 넣으려고 저리 애를 쓰고 있겠냐"며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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